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정종오]치킨에도 정의를!(Chicken Justice!)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치킨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그동안 국내에서 치킨(후라이드, 양념 등) 한 마리 가격은 1만4천~1만6천 원 정도였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경우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닌 '동네표' 개인업자의 경우 8천 원 정도에 파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마트가 5천 원짜리 '통큰치킨'을 내놓는다. 치킨 세상은 발칵 뒤집어진다. '국민 간식'인 치킨을 이렇게 싸게 팔다니....놀라고 자빠질 일이었다. 소비자들은 긴 줄을 서면서도 힘든 줄 몰랐다. 웃음을 머금고...'통큰치킨'은 그야말로 '품절(Sold Out)'된다.

문제가 터진다.

첫번째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롯데가 대자본을 앞세워 동네 상권을 죽인다는 주장이었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가맹점 형태로 대부분 동네에서 운영된다. 5천 원짜리 치킨이 나온다면 매출에 치명적 타격은 불을 보듯 뻔했다.

두 번째는 '치킨 원가 공개' 논란이다. 롯데마트가 5천원에 치킨을 판매할 정도라면 그동안 프랜차이즈 업체의 1만4천~1만6천원은 지나치게 폭리를 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가격담합을 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대자본을 내세운 롯데마트의 동네상권 죽이기 논란에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이 뛰어들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는다.

정 수석은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하루에 닭 5천 마리 팔려고, 그것도 자신들이 매일 600만원씩 손해 보면서, 전국의 영세 닭고기 판매점 운영자 3만 여명의 원성을 사는 걸까요"라고 지른다. 정 수석은 나아가 롯데마트 치킨은 구매자를 대형할인점으로 끌어들이려는 '미끼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청와대 정무수석의 이런 지적이 나왔기 때문인지, 또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롯데마트는 16일 '통큰치킨'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두 번째 '치킨 원가 공개' 문제이다. 소비자들은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판매중단을 아쉬워 하면서 별개로 원가 공개를 주장하고 나섰다. 국내 치킨시장은 수많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원가 공개' 주장에 맞서 1만6천 원 정도가 적당한 치킨 가격이라고 못박았다.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치킨 판매업자 5만여 명과 양계농가 10만여 명이 회원)는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원가를 토대로 분석해 보니 마리당 소비자가격은 1만6천선이 적정하다고 진단했다.

1만6천원의 적정 소비자 가격은 두 가지 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동네 치킨점 운영자들)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한 가맹점주는 본사(프랜차이즈)가 제공하는 닭 가격(주원료)은 시중의 도매가격보다 10∼15% 정도 비싸다고 말한다. 여기에 본사가 제공하는 여러 가지 부재료(치킨 파우더, 기름, 절임무 등)도 '비법'을 내세우면서 시중가보다 20∼30% 가량 비싸게 제공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원가에 포함돼야 할 임대료, 매장 운영비, 인건비 등을 계산했을 때 1만6천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면 마리당 마진이 1천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입장은 어떤 것일까.

프랜차이즈 본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을 꼽았다. 한 관계자는 "최근 닭 시세나 소스, 절임무 등 재료 가격이 급등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높은)모델 광고료도 원가에 포함되면서 높은 가격이 된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광고비가 전체 원가에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고 살짝 비켜갔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1만6천원의 소비자가격은 이런 상황을 봤을 때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롯데마트의 5천원 '통큰치킨'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물건일까.

먼저, 청와대 정진석 수석의 말처럼 '손해를 보면서 파는 미끼상품'이라는 시각이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손해를 보면서 팔았든 어쨌든) 롯데마트는 '통큰치킨' 하나로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브랜드 광고 효과를 챙겼다"고 나름의 분석을 내놓는다. 16일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판매 중단을 선언한 것은 이런 목적(광고 효과, 구매자 유인 등)을 달성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다.

여러 상황을 봤을 때 '치킨'을 둘러싸고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꼴이다. 롯데마트도, 프랜차이즈 본사도, 가맹점주도, 소비자도 모두 불만인 듯 하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도 청와대가 나섰다. 최고 권력자인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15일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나도 치킨을 자주 먹는데 좀 비싼 것 같다"라고 한마디 한다.

이 대통령의 한 마디에 공정위가 프랜차이즈 가격담합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예상된 수순이다. 그리고 그 조사강도가 예상 외로 높을 것이란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과연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소비자를 볼모로 '국민 간식'인 치킨에 대한 가격담합에 나섰을까. 공정위 조사결과가 나오면 밝혀질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인용해 볼 만한 내용이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마이클 샌델(Michael J.Sandel)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것 중에서 인용한다.


미국의 유명한 자동차 회사 포드가 있다. 1970년대에 포드는 '핀토'라는 차를 내놓는다. 이 차는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소형차가 됐다. 그런데 문제점이 발견됐다. 다른 차가 이 차를 뒤에서 들이 받으면 연료탱크가 쉽게 폭발한다는 점이었다.

이 결함으로 500여명이 죽고 많은 사람이 화상을 입었다. 한 소비자가 포드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포드 기술자도 이미 연료탱크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포드사는 왜 결함을 고치지 않았을까. 포드는 연료탱크의 안전장치를 부착하는 비용(1대당 들어가는 비용)과 그대로 뒀을 때 지출되는(운전자가 죽거나 다쳤을 때)비용을 계산한 결과, 죽거나 다쳤을 때 나가는 비용이 오히려 적게 든다는 결과를 얻는다.

결국 회사는 연료탱크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죽거나 다치는 사람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죽거나 다치는 사람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전체 연료탱크를 고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던져주는 의미는 적지 않다.

시장의 공정성을 책임지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특정업종의 가격담합 증거를 찾아내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본다. 작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때린다.

여기서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저렇게 많은 과징금을 맞고도 기업이 생존할 수 있을까. 또는 과징금 받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저런 짓을 할까.

역으로 생각해 보면 그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가격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공정위가 때리는 과징금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미 대기업, 대자본들은 '포드의 미친 계산'처럼 철저하게 이익과 손해를 계산해 놓는다. 공정위의 여러 과징금 사례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어느 정도의 과징금일 지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했을 것이다.

이런 대기업과 대자본의 행태를 보면서 한 가지 상식을 깨닫게 된다. 대기업과 대자본은 '소비자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킨 프랜차이즈가 가격을 정할 때 소비자들의 행복을 생각했을까. 특정 치킨을 먹으면 '가족이 행복하고' '머리가 좋아지고' '건강해지고'… 그것은 광고 문구에 불과하다.

치킨을 둘러싸고 아무도 행복하지 않는 이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원가를 공개하라'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원가가 공개되면 소비자들은 기본적 사실은 알게 된다. 땀 흘려 번 자신의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치킨 값이 좀 비싼 것 같다'라고 한마디 던지면 밑에서 알아서 대책을 내놓겠지라고 방관하지 말고 이 대통령 스스로 이번 참에 '치킨(Chicken) 정의(Justice)'에 나서봄은 어떨까. 이번 사태는 전 국민이 관계돼 있기 때문이다.

/정종오 경제시사부장 ikokid@inews24.com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정종오]치킨에도 정의를!(Chicken Justice!)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