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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혁신없는 조직은 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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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 부재한 예술은 목자 없는 양떼와 같고, 혁신이 없는 예술은 시체와 같다."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으로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영국 정치가 윈스턴 처칠의 말이다. 처칠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정치적인 고려가 없었다고 보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예술에서 전통과 혁신이 모순된 개념이 아니라는 처칠의 발언은, 그의 예술적 통찰력이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통과 혁신의 조화란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 예술 뿐만은 아니다. 저널리즘 영역 역시 이런 질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거센 모바일 바람과 함께 전통을 지키면서 혁신을 단행하는 과제는 현실적인 고민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국내외 주요 언론사들이 요즘 안고 있는 최대 화두는 바로 혁신이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유수 언론들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바람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디지털 문화 전문잡지인 와이어드는 아예 아이패드를 겨냥한 현란한 뉴스를 내놓으면서 많은 찬사를 받았다.

그런 점에선 국내 언론들도 예외는 아니다. 웬만한 신문들은 전부 모바일 시대에 대비한 각종 전략들을 내놓고 있다. 조만간 출시될 아이패드용 앱 개발 경쟁도 만만치 않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대대적인 조직 개편 의지를 밝힌 USA투데이의 사례는 혁신과 전통 사이에서 고민하는 언론사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종이신문 비중을 대폭 줄이고 모바일을 비롯한 디지털 뉴스 전략 쪽에 방점을 찍겠다고 선언한 것. 경쟁력 떨어지는 '전통'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대신, 가능성 있는 '혁신' 쪽에 좀 더 치중하겠다는 것이다.

잘 아는 것처럼 USA투데이는 미국 언론계에서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한 때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했을 정도로 엄청난 위세를 과시했다. 미국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호텔에서 USA투데이를 '공짜'로 봤던 경험이 있을 정도다.

이런 위세를 자랑하는 회사가 전통의 중요한 일부를 포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신 웹, 모바일 뿐 아니라 아이패드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혁신에 힘을 쏟겠다고 선언했다.

언론은 다른 조직에 비해 혁신보다는 전통 쪽에 좀 더 가까운 편이다. 이는 사회 비판을 주로 하는 업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남을 비판하기 위해선 자기를 먼저 돌아봐야 하고, 그러다 보면 전통적인 가치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마지막까지 세로쓰기를 고집한 것이 성경(혹은 불경)과 신문이란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혁신을 외면한 전통은 결코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전통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면서 혁신을 꾀하는 USA투데이의 시도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벼랑 끝에서 나온 선택일망정, 변화를 모색하는 그들의 움직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두에 인용한 처칠의 명언에서 예술을 다른 단어로 살짝 바꿔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이를 테면 이렇게 말이다.

"전통이 부재한 조직은 목자 없는 양떼와 같고, 혁신이 없는 조직은 시체와 같다."*

* (덧글) 처칠의 말은 미국 미네소타대학 뉴미디어 연구소장인 노라 폴에게서 들었다. 노라 폴 소장은 몇 년 전 디지털스토리텔링 관련 학술토론회 기조 발제에서 처칠의 말을 소개하면서 '예술'이란 단어를 '뉴스'로 바꿔도 될 것이라고 주장한 적 있다. 폴 소장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김익현 통신미디어 부장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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