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 최대 아킬레스건은 ‘고용 없는 성장’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이 문제는 단순히 경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문제로 비화한다.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빈부 격차는 더욱 더 벌어질 것이고 시장은 아노미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사회 모든 사이클이 뒤죽박죽 될 수 있다.
문제는 해법이다.
때마침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이 문제 해결에 나섰다. 11일 전경련을 중심으로 20대 그룹이 ‘300만 고용창출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이 자리에는 정부와 국회 여야 지도자들도 참석했다.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대한민국 최대 고용주들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그렇다. 300만 일자리면 완전고용도 가능하다. 대기업과 정부 및 정치 지도자들이 나선만큼 효과도 클 것이다.
좋은 취지인 만큼 성공적인 결실을 기대한다.
그런데 이 뉴스를 접하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공허한 정치 구호를 듣는 느낌마저 들었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가 ‘고용 없는 성장’의 직접적 원인이랄 수 있고, 그들이 이 문제 해결에 나섰는데도 공허해 보이는 까닭은 두 가지 때문이다. 과거 그들이 한 일을 돌이켜볼 때 어쩐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점과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주체들이 소외됐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벤처기업의 연평균 고용증가율은 20.2%였다. 또 일반 중소기업의 증가율은 4.5%였다. 대기업은? 마이너스 4.5%였다. 경제 성장의 성과물을 챙긴 곳은? 당연히 대기업이었다. ‘고용 없는 성장’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번연한 것이다.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고용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8%인 반면 한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대기업의 비중은 12%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대기업의 경우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에 치중하고 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업종의 경우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 동안 해외 직접 투자는 연평균 48% 늘렸지만 국내 투자는 4% 증가에 그쳤다.
단정할 수 없지만, 과거 행위로 보나 현재 구조로 보나 대기업은 고용 문제 해결의 직접적인 주체가 되기 어렵다는 통계들이다.
그러면서도 전경련은 ‘300만 고용창출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고용 확대를 위해 다양한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투자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전제돼야 하고 그래야 일자리도 생길 수 있다는 논리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가장 큰 정책 골자가 그것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 점에서 이날 행사를 사시(斜視)로 보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고용을 핑계로 정부와 거래를 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전경련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고용효과가 큰 서비스업을 진흥하고, 실질적으로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벤처 중소기업이 제대로 커나갈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성해야 한다는 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의견이다. 그 중에서도 창의적인 벤처기업과 대기업에 하청하는 중소기업이 생존할 조건을 갖추어 주는 것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초기 인식처럼 IT는 부분적으로 일자리를 줄이는데 기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대부분 대기업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고용증가율이 마이너스 4.5%라는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런 현실은 앞으로 더 가속화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단순하고 일회적인 ‘삽질 일자리’를 가지고 방어할 수만도 없다. 따라서 IT 발전으로 인한 인력 절감 효과를 보완할 수 있는 고용 창출 방법은 IT에 더 매진해 창의적인 기업을 더 많이 만드는 것밖에 없다.
대기업은 이제 직접 고용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데는 한계에 부닥친 것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고용을 줄이기 위해 더 혁신하는 게 올바른 대처일 수도 있다. 그 대신 해야 할 일이 과거 벤처 중소기업과의 수직적인 갑을 관계를 청산하고 수평적인 협력 관계 혹은 대등한 경쟁관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렇게 산업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중소 벤처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여러 기업과의 수평적 관계(혹은 오픈 플랫폼)를 중요시해야 하는 것은 비단 일자리 창출의 문제만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그것은 지금 우리 대기업이 몸소 배우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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