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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칼럼]리영희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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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에 리영희는 쉽게 부르기 힘든 이름이었다. 골방에서, 행여 누가 들을까 조심하면서, 리영희의 글들을 읽어야만 했다.

읽는 과정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 리영희의 많은 글들은, 그 무렵 대학생들이 쉬이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전논'이란, 사뭇 전투적인 줄임말로 불렸던 '전환시대의 논리'나 '우상과 이성' 같은 책들은 그 때까지 배웠던 많은 지식들을 한꺼번에 뭉개버렸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리영희 선생의 글을 읽고, 꽤나 충격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 사회과학의 위력을 새삼 절감했던 기억도 있다.

기자처럼 '희미한 옛 추억의 그림자'가 배어 있는 세대들에게 '리영희 프리즘'은 반갑기 그지 없다. 치열했던 1980년대의 추억을 새록 새록 되새겨 줄 법한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의 팔순 기념으로 기획된 '리영희 프리즘'은 과거로 향하는 책이 아니다. 리영희란 프리즘을 통해 현재를 말하고 있다. 여전히 진행형인 각종 사회적 우상들을 꼼꼼하게 톺아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 참여한 필자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리영희 선생으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았음직한 홍세화 씨부터, 리영희 보다는 박노자나 강준만을 통해 비판적 의식을 키웠음직한 2000년대 학번까지 세대를 넘나든다.

필자들은 리영희란 화두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책읽기, 전쟁, 종교, 영어 공부, 지식인 등 총 9개의 줄기를 엮어냈다. 마지막에 붙어 있는 리영희 선생 인터뷰까지 10편의 글들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들은 때론 리영희 선생을 직접 이야기하면서, 또 때론 선생이 부여잡았던 문제의식을 통해 우리 세대의 우상과 이성, 그리고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평생 우상을 거부하면서 살았던 리영희 선생의 팔순 선물답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단순히 리영희란 한 거인에게 바치는 '오마주'로서만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2010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수 많은 사회 부조리를 보는 하나의 프리즘으로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우상과 이성의 구분조차 애매해져 버린 요즘에도 리영희란 이름이 여전히 무게를 갖는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고병권 외 지음/ 사계절, 1만3천원)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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