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언론사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진행 중인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이하 국가통합망) 타당성 재조사의 중간 보고서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가통합망 사업의 타당성 비용편익비율(BCR)이 1 미만으로 나왔다. 비용편익비율이 1 미만이라는 건 사업에 투자한 비용에 비해 효과가 적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경제적으로 사업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이는 지난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내놓은 '국가통합망 사업효과 분석 등을 위한 연구'와 달라,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몇몇 기관에선 사용하고 있는 무선통신망을 바꿀 때가 됐는데, 국가통합망에 사용된 테트라 방식으로 해야 할지, 아니면 아날로그 방식으로 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국가통합망은 태풍이나 지하철 사고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구조 기관의 지휘 체계를 일사분란하게 갖추기 위한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그렇게 때문에 경제적 타당성만으로 사업의 추진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책 사업인 이상 경제적 효율성을 간과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사업을 진행하는데, 앞으로 10~15년간 1조원이 넘게 들어갈 큰 일을 무턱대고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KDI와 KISDI 간 국가통합망 사업이 경제적으로 타당하냐 안 하냐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연계망과 지하시설물 구축 비용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KDI 타당성 재조사 중간 보고에는 디지털 주파수공용통신(TRS)인 테트라 연계망 구축비용이 약 5천억 원, 지하구간 설치비용이 약 3천억원으로 나왔다. 이는 KDI에 국가통합망 사업의 타당성을 재조사하라고 지시한 감사원도 지적했던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 KISDI가 내놓은 분석은 이와 다르다.
KIDSI 역시 지하시설물에 대한 통화권 확보는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교통사고를 제외한 재난의 81.6%가 건물 안에서 이뤄지고, 지하시설물의 경우 평상시보다 재난 시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가통합망 구축 비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봤다.
다만 그 비용이 KDI와 다르다. KDI가 지하시설물에 드는 구축 비용을 약 3천억원으로 본 반면, KISDI는 약 465억원으로 책정했다. KISDI는 지난 2007년 5월 3개 건물의 지하에서 진행된 감사원 시험의 경우, 지하 무선통신 보조설비의 무결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봤다. 무결성은 설비가 항상 동작하는 상태를 말한다. 즉, 감사원은 지하에 있는 무선 통신 설비가 제대로 관리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통신이 가능한지를 따졌다는 설명이다.
KISDI는 지난 2008년 4월 경기도 소사구청, 서울시립동부병원, 상공회의소 등에서 이미 있는 무선통신 보조설비로 800MHz 대역의 TRS 단말기로 재난통신 기능 구현이 가능한지 시험했다. 그러면서 지하에 설치돼 있는 동축 케이블과 외부단자를 연결하니, 무선 통신이 가능하더라는 결론을 얻었다. 지하시설물 구축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셈이다.
연계망 비용에 대해서도 KDI와 KISDI는 차이를 보인다.
KISDI는 보고서에서 한국철도공사, 서울메트로 등 주요 재난 관련 공공기관에서 테트라망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은 국가통합망 구축 비용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난 시 효익과 평시 효익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철도공사 등에서 테트라망을 구축하는 비용은 평상시 철도의 운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직 최종적인 KDI의 타당성 재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따라 어느 기관의 분석이 더 정확한지 역시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양쪽의 연구결과가 엇갈리고 업계 일각에서 KDI의 중간연구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가운데, 정작 용역 발주자인 기획재정부의 답변은 너무 실망스럽다.
기획재정부 타당성심사과 관계자는 처음엔 "KDI가 낸 중간보고서에는 사업의 방법론만 나와 있을 뿐, 비용편익비율 등 수치는 없다"고 말했다가 재차 다그치자 "그런 게 있다고 해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최종보고서 마무리 시한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지난해 5월부터 진행된 KDI 국가통합망 타당성 재조사 최종발표는 지난해 11월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오는 20일까지가 최종보고서 마무리 시기인데, 지난 2월 나온 중간보고서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해명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논란이 있을 경우 최종보고서 발표가 또 늦어질 수 있다는 답변 역시 정부 담당자로서 책임감이 없는 것처럼 들린다. 국가통합망 사업은 시범 사업 이후로 이미 충분히 오랫동안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도윤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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