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29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멕시코 연안을 덮쳐 미국인 30만 세대가 집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 모기지라는 거대한 해일이 미국을 습격해 200만 세대가 집을 잃고 말았다." (101쪽)

미국의 두 저널리스트가 쓴 '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는 최근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폭풍의 진원지로 꼽히는 서브프라임 사태를 파헤치고 있는 책이다.
'경제 쓰나미(The Economic Tsunami)'란 원제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들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3년 전 미국 남부지방을 강타한 쓰나미보다 더 무서운 충격파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집'에 대한 미국인의 집착에서 출발해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 그리고 이런 심리를 노린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파생상품 개발이 몰고온 후폭풍을 담당하게 서술해 내고 있다. 기자 특유의 풍부한 취재와 생동감 넘치는 묘사 덕분에 이 책은 서브프라임 사태를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되살려내고 있다.
여기서 잠시 최근 미국 경제의 상황을 되짚어보자.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세계 최대 보험사라는 AIG도 휘청거리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경제 쓰나미에 직면한 부시 행정부는 7천억달러 공적 자금 투입을 골자로 하는 구제금융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켰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이 비참하게 몰락해 버린 지금, 성급한 비관론자들은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의 쇠퇴까지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는 이런 상황을 초래한 서브프라임 사태를 조목 조목 되짚어주고 있는 책이다. 저자들은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하기 전에 인류 경제활동의 밑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가치의 교환'과 '신뢰' 라는 명제를 먼저 상기시킨다. 이런 기본적인 가치가 무너지면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암시인 것이다.
실제로 저자들은 '쉽게 벌고 쉽게 쓰기' 성향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최고 두뇌들이 발명해낸 21세기 금융혁신을 통해 자본이 넘쳐나게 됐다고 진단한다. 이 과정에서 신뢰와 가치의 견고한 위상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 서브프라임 위기를 만든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저자들이 인용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진단은 이번 사태의 핵심을 잘 꿰뚫고 있다.
"미국 경제의 정체와 위기의 원인은 느슨한 대출 기준과 매우 괴상한 금융 상품이었다고 보는 견해가 늘고 있다. 특히 한 사업이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몇 가지 대출을 하나로 묶어서 증권화하는 사업이다. 그 금융 상품이 비난받는 이유는 대출 채무 불이행이 발생해도 채권을 조성한 쪽과 손실을 부담하는 쪽의 사이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즉 억제력이 가동되지 않기 때문에 대출 계약 시점에서 심사가 느슨해졌고, 그 결과 미국 주택시장의 비대화를 초래했으며, 결국 붕괴를 불러온 것이다." (73쪽)
저자들은 특히 신뢰의 붕괴를 중요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런 자신들의 논지를 주장하기 위해 풍부한 사례를 토대로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들은 또 이 책 8장에서 위기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의 충고를 꼼꼼히 읽어보면 최근 미국 정부가 연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규제 정책들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이 쓰여진 시점이 6월 이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는 미국의 저널리스트들이 미국 이야기를 쓴 책이다. 한국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다소 먼 얘기일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한국어판에서는 국내 전문가의 해제를 통해 미국발 경제 쓰나미를 한국식으로 해석해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본문 못지 않게 해제를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부끄러운 고백. 기자들인 이 책 저자들은 '수박 겉핥기식의 언론보도'를 지양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서브프라임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진 데는 기자들의 무책임한 보도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고해성사이기도 하다.
속보에 치여 겉핥기식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대목을 읽으면서 뜨끔했다.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도 못했겠지만, 나 역시도 그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때문이다.
(브루스 헨더슨-조지아 가이스 지음/김정환 옮김, 랜덤하우스, 1만2천원)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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