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분당 신도시 16배 규모(308㎢)의 그린벨트를 풀기 위한 '개발제한구역 조정 및 관리계획'을 지난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서민주택 건설 공급과 산업용지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취지는 공감이 간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월15일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제시한 신 국가발전 패러다임인 '저탄소 녹색성장'의 근본 취지를 무색케 한다. 무엇을 위한 '녹색성장'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의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은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기반으로 신산업 출현과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 국가 경제발전과 경제회생을 이룩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즉, 환경혁명 시대에 맞춰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 개발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신·재생 에너지개발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의 그 출발점은 국토의 환경보전이다.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내건 환경기술 개발과 환경산업 육성, 기후변화 대응체계 구축 등도 모두 국토보전을 기반으로 한다.
지난 1971년 그린벨트가 제도가 도입된 이래 수도권 인근이나, 가용 토지가 부족해 현안 사업이 중단된 지방 도시에서 그린벨트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았던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린벨트가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와 난개발을 막고, 특히 국토의 허파 역할을 해낸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였던 점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린벨트 해제는 곧 환경파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산술적으로 분당 면적의 16배에 달하는 국토의 환경 훼손은 불가피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번 풀린 그린벤트는 그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의 선행조치로 환경파괴를 최소한으로 줄 일 수 있는 대안을 먼저 내놓았더라면 '녹색성장'이란 명맥만은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성장을 위한 성장'만을 외칠 뿐, 환경보전을 위한 대안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초 "자동차 산업의 경우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차량을 만들지 않으면 앞으로 세계시장 진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친환경 '관련산업의 성장'만 말한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등 환경기술 개발도 국가 성장기반의 한 축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지론에는 반박의 여지가 적다. 그러나 나라의 근간이고 기반인 국토가 훼손된다면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성장을 얘기하기 이전에 우리의 국토를 어떻게 보전하고 또 친환경적인 국토를 유도해 나가기 위한 대책부터 마련해야 이 대통령의 '녹색성장'이 국민들로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제1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은 결정적 이유가 환경파괴에 대한 국민적 우려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다시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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