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지난 2일 포털 사이트 다음에 보낸 시정조치 요구 공문에 대한 후속조치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방통심의위의 공문 발송 이후, 다음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여러 게시글이 삭제되는 등 과잉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심의위원들은 23일 열린 12차 전체회의에서 단순 광고주 리스트 게시글에 대해서까지 다음이 방통심의위의 공문을 근거로 삭제 조치를 취하면서 이용자의 권익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공문 재발송이 미칠 사회적인 파장에 대해서 우려하는 의견도 제시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1일 9차 전체회의에서 다음에 올라온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주의 광고불매운동 관련 게시글 58건에 대해 '불법행위인 2차 보이코트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삭제' 시정조치를 의결했다.
심의위는 다음날인 2일 공문으로 의결 내용을 통보하면서 ▲유사사례는 별첨 심의사례에 따라 처리하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책무를 다하도록 하는 내용을 함께 담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윤덕 위원은 "심의위가 유사사례 처리하라고 의결한 적이 없는데 의결하지 않은 내용을 요구하는 것은 위법한 공문이므로, 이를 시정하고 실제 이용자 권익 침해를 발생시킨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율촌과 법률구조공단에 자문을 의뢰한 결과, ▲공문 행위가 시정요구라면 직무 범위를 초과한 것이고 ▲행정지도성이라면 직무 범위에 포함한 것이라고 회신했다.
박행석 통신심의국장은 "공문의 취지는 시정조치가 아닌 행정지도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박행석 국장은 "문제가 된 공문 행위가 시정요구라면 이의 신청 절차나 불복절차, 조치 결과에 대한 회신을 요구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강조하고 "또 근거로 든 정보통신망법 44조2 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의 책무에 대한 조항이므로, 문제의 조항은 사업자의 책임을 환기하고 협조를 구하는 성격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명진 위원장도 "사업자에게 유사사례에 대해 자율정화 조치를 권고하는 것은 심의위 이전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도 관행으로 했던 것이고, 유사사례를 사업자가 처리하도록 하지 않으면 심의 업무가 과도하게 많아진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라고 공문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백미숙 위원은 그러나 "심의위가 이런 공문을 보냈을 때 사업자가 불응한 사례가 여태껏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정조치와 같은 효력을 나타낸다고 봐야 한다"며 "공문 때문에 다음에 자체 검열 효과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니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될만한 부분이 있으면 정리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엄주웅 위원은 "기존 공문은 그대로 두되, 사업자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유사하지 않은 게시글을 삭제하는 경우에도 심의위의 이름을 빌리는 것에 대해서는 과잉조치하지말라고 '주의'를 주고 엄격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것을 요구하는 새로운 공문을 발송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김규칠 위원과 박정호 위원 등 일부에서 "재발송한 공문을 두고 해석도 갈릴 수 있고, 공문 재발송에 따른 사회적 파장도 생각해야 한다"며 "공문 대신 실무 국장이 구두 형태로 하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해 결국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은 상임위원에 위임하기로 했다.
정종섭 위원은 "행위 자체는 시정요구가 아닐지라도 공문 제목에 '시정요구 통보'라는 말을 씀으로써 사업자에게 시정요구와 같은 부담을 줄 수 있다면 표현을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향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심의위가 어떤 범위까지 공문에 담을 것이냐 하는 문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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