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대북특사 파견'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할 예정인 가운데 대북특사를 누가 맡게 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 대표는 23일 "최근 꼬인 남북관계를 풀고,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향후 조치를 받아내기 위해 당에 계신 '훌륭한 정치인'을 대북특사로 파견토록 대통령께 건의할 예정"이라고 당 차명진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차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특사로 박근혜 전 대표를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기자들이 알아서 생각하라"고 말해, 사실상 박 전 대표를 염두하고 있는 듯 했다.
대북특사로 '훌륭한 정치인'이 누구인가에 관심이 쏠리면서 당내에선 박 전 대표가 특사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난 2002년 5월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독대하고 만찬을 함께 하는 등 극진한 환대를 받았던 인사라는 점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 올초 인수위 시절 박 전 대표는 중국특사로 방중해 특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는 등 대북특사 적임자로 오르내렸다.
대북특사설은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지난 5월 23일 한 라디오에 출연 "남북관계를 푸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면 박 전 대표가 (대북특사로)가는 것도 좋다"고 말하면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그에 앞서 5월 19일, 뉴질랜드 오클랜드를 방문한 박 전 대표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해, 청와대가 대북특사를 제의할 경우 거절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시 뉴질랜드 출국에 앞서 친박 인사 복당 문제를 놓고 당 지도부에 '5월 말까지 결론내라'며 최후통첩을 보내는 등 당 지도부와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이를 수용할지 여부다. 박 전 대표 대북특사설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입을 닫고 있다. 박 전 대표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현재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도 (대북특사)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친박 진영에선 박 전 대표의 특사설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한다면 북한측이 거부감을 나타낼 수 있는 등 이런저런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박 전 대표가)대북특사를 맞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친박계 인사인 김성조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북한을 방문한 경험이 있고 해서 정치적 의미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며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대북특사 파견 자체에 우려도 나타난다. 금강산 피격 사건 등으로 남북간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물밑 접촉도 없이 북한이 특사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특사를 보낸다고 해도 (북한에)가지는 게 아니다. (북한에)가게 되면 성과가 있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사전에 (북한과)사전 접촉이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언론플레이부터 하는 것은 실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올초 박 전 대표가 중국특사 제의를 받은 점이 주목된다. 인수위 당시 '공천 전쟁' 이라는 민감한 시점에도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요청으로 중국특사를 전격 수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특사역할을 조건없이 받아들인 데 대해 당내에선 '박 전 대표의 원칙론'과 '국익을 위한 초당적 외교를 몸소 실천한 것"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북한의 거부로 금강산 피격 사건 진상조사는 답보인 상태인 데다 남북간 대화가 단절돼 있는 등 이명박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 이러한 가운데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특사를 수용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박희태 대표의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으로 건의를 받지 않았고,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전혀 거론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아직 이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는 "원래 청와대와 당은 속도차이가 있는 게 아니냐"고 여운을 남겼다.
/민철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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