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저'폰 하나로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모토로라가 결국 휴대폰 사업 분리를 결정했다. 모토로라의 이번 결정은 한국 휴대폰업체들에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모토로라 이사회는 26일 휴대폰과 통신장비를 담당하는 2개의 상장사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통신장비는 그렉 브라운 최고경영자(CEO)가 담당하고 휴대폰 부문은 새로운 CEO를 영입할 계획이다. 분리작업은 내년 말경 완료될 예정이다.
그렉 브라운 CEO는 "회사 분리를 통해 주주들에게 집중된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경영 집중도와 자본구조 최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진한 휴대폰 떼고, 잘되는 통신장비 살리고
모토로라는 그 동안 휴대폰 사업 부진으로 회사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 휴대폰의 부진한 실적이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더 이상 이런 악순환을 방치해선 안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독점력을 유지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통신장비 분야를 보호하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모토로라가 휴대폰 사업을 독자 회사로 분리한 뒤 매각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모토로라는 지난 2007년 사상 최악의 해를 보냈다. 특히 휴대폰 부문 손실은 무려 12억3천만 달러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은 -8.1%p 까지 하락했다. '레이저' 이후 후속작들이 실패한 데다 신제품 개발 역시 부진한 탓이었다. 모토로라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08'에서도 눈길을 끌만한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세계 시장에서는 매출, 판매량, 영업이익 등 모든 면에서 삼성전자에게 뒤지면서 2위 자리를 내 놓아야 했다.
반면 네트워크와 엔터프라이즈 부문은 모두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다. 홈네트워크사업부문은 지난 2007년 4분기에만 매출 27억달러, 영업이익 1억9천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엔터프라이즈 부문도 매출 21억달러, 영업이익 4억5천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결국 모토로라는 이번 결정을 통해 회사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종양'을 도려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휴대폰 사업 분리가 모토로라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이 부진했던 까닭은 회사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세계 휴대폰 시장의 흐름을 놓쳤기 때문이다.
◆모토로라의 실패에서 얻는 교훈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이 실패한 주요인은 히트작인 '레이저' 이후 시장 대응에 실패한 데 따른 것이다. 모토로라는 전통적으로 북미와 CDMA 시장에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세계 휴대폰 시장의 축은 유럽의 GSM 위주로 급변하기 시작했고 인도, 중국 등의 신흥시장에서 물량 승부가 시작됐다.
한때 중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던 모토로라는 지난 2007년부터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해 노키아와 삼성전자에게 선두 자리를 내 주고 3위에 머물러야 했다. 중국 뿐만이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도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모토로라는 '레이저'의 출시 지역을 넓히고 시리즈 제품들을 내 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게다가 북미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른 애플의 '아이폰' 역시 모토로라에겐 부담스러운 상대로 꼽힌다.
결국 신흥시장에서는 노키아,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한국 휴대폰 업체, 북미에서는 애플에게 시장을 위협받았고 이는 바로 실적으로 반영됐다.
3세대(G) 제품 대응에도 늦었다. 지난해 줄곧 3G폰 출시가 늦어져 질타를 받았던 모토로라는 올해에도 3G 제품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일부 신흥시장에서 3G는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데이터 서비스가 활성화 되면서 3G폰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3G 시장은 모토로라를 제외한 모든 휴대폰 제조사들이 혈전을 벌이고 있는 영역이다.
◆분사하면 모토로라 경쟁력은 더욱 하락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토로라로부터 떨어져 나올 경우엔 휴대폰 사업부문의 경쟁력이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이렇다 할 신제품을 전혀 내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휴대폰 부문을 떼낼 경우엔 연구개발 부문이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토로라는 그 동안 통신장비사업으로 번 돈을 휴대폰에 투자해 왔다. 따라서 분할된 이후에는 휴대폰 부문이 스스로 연구개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레이저' 개발 당시의 핵심 인물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모토로라의 원가 경쟁력을 챙기던 스튜 리드 부사장 역시 회사를 떠나며 휴대폰 부문의 인력 공백은 점차 커지고 있다. 분할 이후 휴대폰 부문의 인력들이 대거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이 과연 가능할지도 문제다. 이미 글로벌 메이저 휴대폰 제조사는 모토로라에 관심이 없음을 표명했다. 유력한 후보로 여겨졌던 델이나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도 아직은 부정적인 대답 뿐이다.
◆한국 휴대폰 제조사에겐 절호의 기회
모토로라의 이번 결정은 한국 업체들에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휴대폰 시장에서 직접 맞붙어 싸웠던 경쟁자가 맥없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휴대폰 사업에서 창사 이래 최고의 기회를 맞고 있다. 끝없이 성장할 줄 알았던 노키아가 이상 기류를 보이고 세계 2위였던 모토로라는 부진하다 못해 휴대폰 사업을 분리하기에 이르렀다. 고가의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했던 소니에릭슨도 성장 정체성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이 16.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 출하대수는 4천700만대다.
1분기는 휴대폰 업계의 전통적인 비수기다. 하지만 중국, 북미를 중심으로 이동통신 요금이 큰 폭으로 인하되고 3G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이 공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단말기 판매량은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휴대폰 생산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신설되는 베트남 공장은 연간 1억대의 휴대폰 생산이 가능한 규모다. 협력업체들을 통한 외주 생산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초저가부터 시작해 고가까지 고른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LG전자 역시 프리미엄폰 위주로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모토로라 '특수'를 기대해볼 만하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판매량 면에서 소니에릭슨을 제치고 세계 시장 4위 자리를 재 탈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진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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