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 연초부터 유료방송시장이 시끄럽습니다. CJ계열의 엔터테인먼트 전문채널 tvN이 1일 새벽 0시부터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에 채널 송출을 중단한 것을 두고 사업자간 공방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tvN은 지난달 17일 스카이라이프에 공문을 보내 '위성 판권 부담이 많은데다, 송출료를 받지 못한 채 송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으니 2008년부터 송출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스카이라이프는 즉각 '위성방송 시청자들의 시청권 침해이자 배타적 거래 행위'라며 방송위에 시정조치 건의문을 제출했고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스카이라이프와 tvN 사이의 다툼. 그 시작은 사실 tvN이 개국한 지난 2006년 10월까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tvN은 개국 당시부터 '케이블 온리(cable only)' 전략을 표방했습니다. 되도록 다양한 방송 플랫폼에 진출해 부지런히 홍보해도 모자랄 신규 채널사업자(PP)가 왜 위성방송 플랫폼을 과감히 포기하고 케이블만 선택했을까요.
국내 PP들은 수신료 수익보다는 광고수익으로 먹고 사는데, 위성방송에 비해 가입자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케이블TV쪽의 광고수익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PP의 광고수익은 지상파와 얼마나 가까운 채널번호를 배정받느냐와 관계있습니다. 거칠게 말하면, PP들은 케이블(SO)이나 위성 등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예쁘게' 보여서 지상파와 가까운 채널번호를 배정받아야, 더 많은 광고수익(매출)을 보장받는 겁니다.
게다가 tvN은 케이블TV사업자(MSO)인 CJ케이블넷과 함께 CJ그룹 계열의 식구입니다. 이쯤되면 tvN이 '케이블 온리' 전략을 선택한 이유는 자명해지지요.
다만, tvN 개국 당시 여유 채널대역이 없어 음악전문채널 KMTV의 자리에 대신 들어가야 했습니다. 당시 스카이라이프도 KMTV를 송출하고 있었기 때문에 tvN은 KMTV 송출계약이 끝나는 2006년 말까지만 tvN을 스카이라이프에 송출하기로 한 것입니다.
◆PAR, 어디까지 적용해야 할까
스카이라이프는 여기에 불공정하고 배타적인 거래 행위의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케이블TV사업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tvN이 위성방송 플랫폼을 도태시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프로그램 공급을 거절하고 있다는 겁니다.
스카이라이프는 모든 방송사업자가 차별없이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동등 접근규칙'(PAR. Program Acess Rule)을 제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스카이라이프는 이미 2003년과 2005년에 걸쳐 온미디어와 CJ미디어의 인기채널이 대거 빠진 경험을 했기 때문에 PAR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지요.
그럼, 두 사업자의 분쟁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합니다. 보고싶은 프로그램을 언제 어디서나, 기기 혹은 플랫폼 종류에 제약받지 않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유비쿼터스 시대에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상적인 방식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PAR은 중요합니다. 플랫폼의 벽에 가로막혀 콘텐츠가 이동할 수 없다면 시청권을 보장할 수 없으니까요.
다만, 어떤 프로그램에 PAR을 적용해 모든 플랫폼에 공급하도록 강제할 것이냐는 또다른 문제입니다. tvN과 같은 오락·엔터테인먼트 채널은 인기채널이긴 하지만 보편적 시청권을 적용할 수 있느냐의 질문을 대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유료방송에서도 '시청권'은 우선해야 할 가치이지요. 하지만 케이블이든 위성이든 채널편성은 가변적이어서 사업자간 계약 기간이 끝나면 빠지는 채널도 있고 새로 진입하는 채널도 있게 마련입니다. 억울하긴 하지만 시청자 스스로 선택한 유료방송이니, 원하는 콘텐츠가 없으면 사업자를 바꿀 수밖에요.
자체제작 프로그램 비율이 60%에 달하는 tvN이 송출 중단의 이유로 '위성 판권료 부담'을 내세우는 것은 핑계에 가깝습니다. 수수료를 못 받았다고는 하지만 협상 타결을 기다리지 못하고 성급하게 송출을 중단한 것도 도리는 아니지요.
스카이라이프 역시 tvN 채널 하나를 공급받자고 PAR을 주장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결국 tvN과 스카이라이프의 분쟁은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의 단순한 힘겨루기가 아니라 향후 방통융합 시대에 경쟁력 있는 플랫폼 사업자를 가리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IPTV같은 새로운 유료방송 플랫폼이 등장하면 이같은 분쟁은 또 재연될 가능성이 많다는 얘깁니다.
물론, 합리적인 가격이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계약을 거절하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이는 방송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기관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겠지요.
/김지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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