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회사가 둘 있다. A택배는 택배만 하지만, 고속도로 사업을 하던 B택배 회사는 경영 다각화 차원에서 택배회사 운영에 들어갔다. B 회사는 고민한다. 우리 고속도로니, 우리 화물차는 이용료를 좀 더 싸게, A 회사엔 좀 더 비싸게 받도록 바꾸면 매출이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B택배에는 이용고객이 몰렸고, A 회사는 문을 닫았다.
방송통신 시장 융합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물류의 핵심인 고속도로에 비유되는 KT의 '시내 망'의 합리적 이용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KT 시내 망이 전화(PSTN), 초고속인터넷, 이 같은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전봇대나 관로, 가입자 구간의 음성 및 데이터 트래픽 전송장비를 포괄, 광대역통합망(BcN) 시대의 정보 고속도로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전화국사에서 가입자 집안까지 이르는 동선과 광케이블 가입자 선로를 모두 포함된다.
시내 망을 이용한 KT의 지난 1분기말 시내전화(이하 가입자수 기준) 점유율은 91.7%. 시외전화는 85.6%, 초고속인터넷은 45.3%에 이른다. KT는 파워콤과 케이블TV망 등 대체제가 있으니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지만, 미디어 전문가들은 미디어 융합시대의 KT 시내 망 효용성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방통융합 시대의 '필수설비' 성격 강해져
KT 시내망은 초고속인터넷뿐만 아니라 향후 시내전화를 대체할 인터넷전화(VoIP), 방송통신 융합서비스 등의 핵심네트워크 라는 점에서 필수설비의 성격을 지니는 동시에 향후 지배력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필수설비란 그것이 없으면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거나 물리적으로 복제 불가능한 설비로, 경쟁사업자가 구축하기 힘든 설비를 말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경제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복제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BcN으로 망 고돠화가 진행될수록 망 확장 경쟁우위에 따른 네트워크 격차가 커진다는데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몇 해에 걸쳐 KT는 케이블TV 사업자에 대해 전주 및 관로 요금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KT는 그동안 사실상 무상임대나 다름없던 전주 및 관로 요금에 대한 현실화 작업의 진행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최소 수십 %가 증가한 이용요금의 대체방법을 찾지 못했다. 10년 전만해도 직접 구축에 나섰겠지만 이젠 엄청나게 불어난 자체구축 비용은 차체 하더라도 도시계획상 전주나 관로 설치 허가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여기서 영국 규제기관 오프콤이 광대역 네트워크 부문에 있어 진입장벽 못지 않게 확장장벽이 존재하며, 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여기는 점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물론 KT 측으로선 지난 2006년 이후 한국케이블텔레콤(KCT) 등 방송사업자들의 유선통신시장 진출, 그리고 후발사업자들의 점유율 증가, LG파워콤 광가입자 증가 등에 따른 KT 시내 망 네트워크를 통한 지배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애기한다.
또한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등 후발사업자들의 HFC망 이용증가 등을 보더라도 KT 시내망을 필수설비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통신+방송+인터넷(TPS )시장에서 KT 시내 망보다 HFC 등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확장장벽의 존재에 따른 문제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경쟁촉진으로 방향 틀어
KT 시내 망의 중립성 강화를 위한 해결책을 '조직분리'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내망 동등접근을 위해 보완적으로 마련한 가입자선로공동활용(LLU)의 성과가 미흡하고, 현실적으로 회계분리는 수직 및 수평적으로 결합된 KT의 시내부문과 타 분야의 지배력 전이를 방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각에는 지난 2005년 9월 영국의 최대 통신사 브리티시텔레콤(BT)의 시내망 조직분리의 결과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당시 BT의 시내망 부문을 별도(Openreach, 오픈리치) 조직으로 본체에서 떨어져, 독립적인 이사회와 CEO, 임금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조직분리 이후 LLU 회선임대 규모가 크게 증가해 수익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영국의 규제기관 오프콤(Ofcom)의 2007년 2월 자료에 따르면 2005년 6월 7만 회선이던 오픈리치의 임대회선이 2007년 2월 170만 회선으로 증가했다. BT의 초고속인터넷 및 LLU 매출은 2006년 4분기 기준 5억2천만 파운드에서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 2005년 4분기와 비교할 때 35% 증가했다.
KT의 시내 망 조직을 분리한다면 KT 조직뿐만 아니라 사회적 효용이 더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이 같은 BT 조직분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물론 KT로선 조직분리에 대한 논의 자체가 달갑지 않다. 우선 영국 BT의 경우 PSTN 가입자망을 보유한 유일한 통신사업자로서, 85%에 이르는 케이블TV 가입자와 달리 영국은 케이블TV 보급률이 20%대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비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국내 시내전화 요금이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인 상황인 점을 볼 때 시내 망 분리 주장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여긴다. 지금보다 오히려 투자저하 및 요금인상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항변'한다. 민영화된 KT의 회사 분할 논의 역시 전적으로 주주들의 결정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현재 정통부는 기존 칸막이식 규제를 걷어내고 공정경쟁 및 경쟁활성화를 유도해 소비자의 편익을 높인다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관계부처와 협의중이다. 통신시장의 컨버전스와 'All-IP' 시대를 대비해 역무통합 등 수평적 규제체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 기반 네트워크에 각종 방송통신 상품 판매가 가능하고 이를 세트로 묶은 결합상품 서비스가 늘어나고, 기존 통신기업이나 방송기업이 아니더라도 틈새시장 진출의 길이 열린다. 유선과 무선으로 나눠졌던 칸막이식 규제가 사라지면 더 많은 사업자들이 활발하게 경쟁하게 돼 통신을 비롯한 IT서비스에 가격과 품질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그래서 더욱 통신과 방송, 인터넷 업계의 장벽을 허무는 컨버전스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선 KT 시내 망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활용방안이 공론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통신지배적사업자에 대한 재판매 상한 규제나 가격규제 등이 영업에 대한 과잉규제라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비판을 넘어설 수 있다. 또한 통신과 방송, 인터넷 등 관련 기업들이 수긍할 수 있는 미래 컨버전스 시대에 맞는 공정 경쟁의 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강호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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