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F는 다시 '쇼를 하라'는 광고 카피를 들고 나왔다. '쇼를 하라'는 원래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던 어구였다. 하지만 광고 속 그래픽으로 되살아난 故 백남준 선생의 '쇼를 하라' 말은 뭔가 색다른 메시지를 남겼다. KTF는 '쇼'에서 부정적인 느낌을 없애고 '보는 통화'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KTF의 '쇼'가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지며 관심을 일으키자 경쟁사인 SK텔레콤이 당연히 긴장하고 나섰다. SKT는 작년에 내놓은 '3G플러스(+)' 브랜드를 다시 내세웠다.이번에는 '라이브 온(Live on) 3G+'라는 수식어도 붙였다.
하지만 '쇼'의 선점 효과는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최근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www.danawa.com)가 방문자를 대상으로 '호감이 가는 HSDPA 서비스'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참여자 687명중 64%가 KTF의 '쇼'에 더 호감이 간다고 답했다. SKT의 '3G+'는 36%였다.
초기 3G 가입자도 KTF가 SK텔레콤을 앞섰다. 지난 4월말까지 KTF의 '쇼' 가입자는 39만명으로 22만명을 기록한 SKT의 '3G+'를 앞질렀다. 하지만 기쁨을 누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SKT가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기 때문. SKT는 5월부터 3G+ 전용 단말기를 출시하며 KTF에 역공을 취하고 있다. 3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두 회사의 싸움은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쇼', '3G+', HSDPA?

그럼 쇼나 3G+는 무슨 서비스이길래 이통사들이 이처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걸까. 쇼나 3G+는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의 서비스 브랜드다. WCDMA는 유럽의 이동전화 표준인 GSM에서 발전한 3세대 이동통신 표준 기술이다. 2세대 디지털 이동전화는 크게 CDMA와 GSM 표준이 전세계를 양분하고 있다. 비율은 2대8 정도로, GSM 계열이 앞서 있다.
WCDMA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때는 2003년 12월이다. 하지만 이때는 서울 지역에서만 서비스가 제공됐고 기존 CDMA와 다른 점도 별로 없었다. 사업자들도 WCDMA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 후 WCDMA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HSDPA 기술이 개발되면서 사업자들이 3세대 서비스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HSDPA(High Speed Downlink Packet Access)는 고속하향패킷접속이라고 번역된다. 즉 기존 WCDMA에서 데이터의 다운로드 속도를 높인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14Mbps까지 다운로드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현재는 단말기의 한계로 최고 속도는 3.6Mbps다. 한 기지국에서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이용할 때는 그만큼 속도가 떨어진다.
사업자들은 HSDPA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기존 WCDMA와의 차별화를 꾀할 필요도 있었다. 브랜드도 새로 만들었다. SKT는 작년 5월 HSDPA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3G+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3G에서 발전했다는 의미에서 ‘플러스’를 붙였다. 3G+는 처음에 전국 23개시에서 서비스가 제공됐다. 한달 뒤 KTF도 전국 50개시에서 HSDPA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기 HSDPA는 전국에서 서비스가 안됐기 때문에 기존 2세대를 동시에 지원하는 단말기가 필요했다. 이러한 단말기를 듀얼밴드듀얼모드(DBDM) 휴대폰이라고 부른다. DBDM 휴대폰은 가격도 비싸고 디자인도 투박해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래서 이동통신사들은 다시 HSDPA 전국망 구축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KTF-SKT, HSDPA에 4조원 이상 투자

KTF는 올해 3월 HSDPA 전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DBDM 휴대폰 대신 HSDPA만 지원하는 전용 단말기를 내놓았다. 전용 단말기는 싱글밴드싱글모드(SBSM) 휴대폰이라고도 부른다. 전용 단말기는 DBDM 단말기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무게도 가벼우며 세련된 슬림 디자인을 적용했다.
여기에 KTF는 보조금까지 지급해 10만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으로 쇼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게 했다. KTF의 3G 전용 단말기는 삼성전자 SPH-W2500, LG전자 LG-KH1300, KTFT의 EV-W100이다. KTF는 상반기 중에 10여종, 연말까지 총 30여종의 전용 단말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SK텔레콤도 3월에 전국 서비스를 선언했지만 전용 단말기 출시는 KTF보다 늦었다. SKT는 4월말에서야 LG전자의 전용 단말기(LG-SH130)를 내놓았다. SKT가 KTF보다 속도가 느린 것은 KTF가 SKT보다 3G 서비스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SKT가 3G에 대한 투자나 개발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두 회사의 HSDPA 투자 금액을 보면 SKT가 올해 연말까지 2조4천억원, KTF가 1조 8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두 회사 모두 만만치 않은 금액을 HSDPA에 쏟아 부었다. 다만, SK텔레콤은 이미 2세대 이동전화 시장에서 가입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3G로 빨리 전환해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른바 '듀얼 네트워크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에 비해 KTF는 2G에서 SKT에 비해 뒤지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3G로 전환하려고 하는 것이다.
◆LGT는 리비전A로 승부수

그렇다면 LG텔레콤 고객은 3세대에서 소외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LG텔레콤은 올해 9월부터 기존 CDMA를 업그레이드한 CDMA2000 1x EV-DO 리비전A 상용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리비전A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도 3세대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다. 리비전A는 3.1M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구현한다. 향후 리비전B로 업그레이드하면 이보다 속도가 늘어날 전망이다.
SK텔레콤과 KTF 등 선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환경을 3세대로 몰아가면서 LG텔레콤도 언제까지 2세대 서비스만으로 마케팅을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선발 사업자들에 비해 자금 투입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LG텔레콤도 3세대 서비스에 점점 발을 들여 놓으면서 이동통신 3사의 경쟁은 다시 한번 ‘삼국지’를 방불케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희종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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