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용산에 있는 모 빌딩. 스무 명의 사람들이 대형 디지털TV 두 대 앞에 모여 앉아 같은 화면을 틀어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저쪽 창문이나 간판쪽, 방송사 로고 쪽을 한 번 비교해보세요. 왼쪽에 비해 오른쪽이 덜 선명하고 뭉개져보이죠?"

모인 사람들에게 열심히 설명을 해주는 사람은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HDTV&HTPC(홈씨어터)' 카페(http://cafe.daum.net/HDTV)를 운영하는 이군배씨다.
이군배씨는 카페 차원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다채널방송서비스 MMS(멀티모드서비스)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명운동의 취지를 공감하고 동참한 사람들이 어느덧 2천명 가량 된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공짜로 여러 채널을 보여준다는데, 시청자 입장에서야 당연히 좋죠. 다만, 비싼 돈 들여서 산 디지털TV인데 선명한 화질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채널만 늘어나는 것은 반대라는 겁니다."
이군배씨는 "지난해 6월 지상파 방송사들의 시험방송에서 화질 저하는 물론, TV 오작동, 본방송 시청 불가 현상까지 나타났는데도 뚜렷한 대책 없이 MMS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너무 강하다"며 비판했다.
화질 저하와 TV 오작동 문제 해결의 책임을 가전사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MMS 도입은 케이블TV의 다채널 서비스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TV를 시청하는 가구 대부분이 케이블로 보는 상황에서 지상파 다채널 방송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지상파는 난시청 문제를 먼저 해소하고 MMS에 대해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말하기도 했다.
"MMS 도입을 전면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입하더라도 일어날 문제에 대한 대책을 확실히 세우고 가자는 겁니다. 앞으로 디지털TV의 화면 크기는 더욱 커지고, 영상 콘텐츠 역시 고화질로 바뀔 텐데, 그러면 MMS로 인한 화질 저하는 지금보다 더 잦은 문제를 일으킬 테죠. 이에 대한 책임에서 방송사도 절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군배 씨는 용산에 일반인들이 MMS에 대해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상설 시연장을 마련하고 꾸준히 홍보활동을 펴기로 했다.
"아직 MMS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고 봅니다. 서명운동은 그대로 진행하면서 MMS의 취지와 실상을 알리는 전용 시연장도 계속 운영할 계획입니다."
◇MMS(Multi Mode Service)란? MMS(멀티모드서비스)란 HD방송 한 개의 채널로 구성된 6㎒ 주파수 대역을 쪼개 HD방송과 SD방송, 오디오, 데이터 방송 등을 함께 내보내는 서비스다. 기존 채널 한 개의 대역폭에 여러 채널이 송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MBC가 MBC-1, MBC-2 등 여러 개로 송출되는 셈이다. MMS를 위해서는 기존 HD방송의 해상도가 약간 변형된다. 기존 HD방송은 1980x1080i(인터레이스)의 해상도, 19Mbps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사용하는데 MMS를 시작하면 HD방송의 해상도가 1280x720p(프로그레시브), 데이터 전송속도는 13Mbps로 바뀌는 것이다. 방송사는 해상도가 변해도 화질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AV 마니아들과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화질 열화(화면이 뭉개지는 현상)가 발생한다며 MMS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케이블TV 업계도 'HD중심의 정책이 훼손되는데다, 지상파 방송사들에 또 하나의 방송사를 하나 더 허용하는 셈'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해 6월 MMS 시험방송을 했으나 수상기 오작동, 화질 열화 현상으로 시청자 민원이 빗발쳐 3주만에 중단됐다. /김지연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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