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미국.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잡지에 실을 로즈만과 할리웰 다리의 사진을 찍기 위해 매디슨 카운티를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프란체스카 존슨(메릴 스트립)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실화를 바탕으로 꾸며진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런데 프란체스카 존슨은 두 아이를 둔 유부녀다. 불륜으로 만난 사이라 이 영화는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사랑 뒤에 가려진 배우자의 그늘이 있기에, 보는 이가 두 사람의 사랑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기란 쉽지 않다.
증권사 연구원과 기업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증권사 연구원이 한 기업을 향해 맹목적인 사랑을 보내면, 선택받지 못한 기업들은 외로움에 몸을 떨 수밖에 없다. 불륜을 지켜보는 남편, 혹은 아내의 심정으로.
증권사 연구원에겐 사랑할 '자격'이 없다. 차라리 중매쟁이가 돼야 한다. 이리저리 따져보고 꼼꼼하게 몸값을 조율하는.
S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24일 한 무선인터넷기업에 대해 매수의견을 제시했다. 6일 만이다. 이 연구원은 이 기업에 대한 기업분석보고서를 8월 14일, 18일, 24일 내놨다. 열흘만에 3개의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물론 전부 매수의견 보고서다.
D증권사 모 연구원의 기업 사랑도 유별나다.
이 연구원은 한 인터넷게임업체에 대해 올해 들어서만 무려 11건의 기업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10건은 그냥 매수도 아니고 '강력매수' 의견이다. 안 사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온갖 장밋빛 전망을 늘어놨지만, 이 기업 주가는 지난 5월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당사자들이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라고 외치면 별로 할 말이 없긴 하다. 자기네끼리 피해 안주고 사랑하면 괜찮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엔 보이지 않는 피해자가 뒤따른다. 방치되는 기업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중 60% 가량은 전혀 기업분석보고서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시장만 놓고보면 기업보고서가 나오는 기업은 15%에 불과하다.
지난 6월 증권선물거래소가 발표한 자료를 봐도 변동성이 커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상위 10개 기업에 대한 증권사 보고서는 찾기 어려웠다. 이는 기본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매매기법이 '투기형'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지만, 증권사 연구원들의 '방치'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랑을 하고 싶은 증권사 연구원들에게는, 차라리 '예수'가 되라고 권해주고 싶다. 모두를 골고루 사랑하는 게 모양새가 훨씬 낫다.
/안재만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