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의 퇴출은 앞당기고, 우수 벤처기업의 진입은 더 쉽게'
수년 전부터 증권선물거래소가 코스닥시장의 질적인 개선, 이른바 '물 관리'를 위해 내세운 전략이다. 그러나 맑은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같은 기업들을 색출하는데 있어 거래소의 의지가 영 약해 보인다.
퇴출을 강화한다는 계획은 끝없이 밝히고 있지만 지난해 초 대책을 내놓은 이후 이렇다 할 보완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정부의 벤처활성화 대책 후속조치와 거래소 자체 제도개선 사항으로 부실기업들의 상장폐지가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기대됐었다. 반기 자본전액잠식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도록 했고, 사업연도 말 자본 50% 이상 잠식기업은 퇴출 유예기간이 1년에서 6개월로 단축됐다.
주가조작·시세조종·허위공시 등 중대 범죄에 노출된 종목은 질적 심사로 퇴출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규정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무색하게도 기업들은 쏙쏙 빠져나갔다. 지난 3월 말 퇴출이 선고됐던 기업은 7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개사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 중 '감사의견 거절'과 '2년 연속 매출액 30억원 미만' 사유로 퇴출된 종목은 4개에 불과했다.
특히 손쉬운 자본금 확충으로 올해엔 자본잠식 요건으로 퇴출 사유가 발생한 종목이 하나도 없었다. 이는 다시 올 상반기 말 퇴출심사 때도 비슷하게 유지됐다. 자본 50% 이상 잠식기업에 대해 퇴출 유예기간을 6개월로 줄여 다시 심사를 했지만, 12개 대상기업 중 9개 업체가 자본잠식을 해소하거나 비율을 50% 아래로 끌어내렸다.
2개 업체는 결산기를 변경시켜 심사에서 빠져나갔고, 단 1개사만이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퇴출 가능성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퇴출을 강화해 투자자 피해를 줄이겠다던 거래소가 반성의 기미를 보일 법도 하다. 그런데 오히려 지난 6월 말 적용한 우회상장 규제안을 퇴출 강화책의 성과라고 내세우며 거드름을 피운다.
우회상장 규제안은 부실기업의 진입을 막는 효과를 낼 뿐이다. 그나마 벤처기업의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완화한 우회상장 요건이 부실기업의 증시 진입에 대거 활용되자, 이전의 규제 수준으로 회귀한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대책이었다.
거래소는 지난해 말 분식회계가 드러난 기업에 대해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던 규정을 없앴다. 또 이전 즉시퇴출 사유였던 '감사의견 거절'의 경우도 그 사유가 '계속기업 불확실성'일 경우는 반기말까지 상장폐지를 유예하도록 퇴출규정을 완화하기도 했다.
겉으로는 '물 관리'에 나서겠다고 주장하면서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시장에서 상장을 유지하고 있는 종목 중에는 한 분기 동안 매출이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실상 기업활동이 정지된 기업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거래소는 코스닥의 위상을 높은 지수 상승률이나 거래대금 규모 따위에서 찾으려 할 게 아니다. 어느덧 개설 10주년을 맞은 코스닥시장에 대해 확실한 질적 개선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데 더 매진해야 할 것이다.
/권해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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