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히자 작은 집으로…서울 59㎡도 '16억'

대출 막히자 작은 집으로…서울 59㎡도 '16억'

소형평형 상승률 6.72%…전면적대 1위
신규분양 절반 59㎡…84㎡ 비중 22.5%
59㎡ 평균분양가 15.9억…1년새 27.8%↑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전통적인 '국민평형' 기준이 전용 84㎡에서 59㎡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집값 상승세에 대출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자금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평형으로 몰린 결과다.

문제는 수요집중으로 전용 59㎡ 가격마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고가주택과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금융규제를 강화하자 낮은 가격대와 면적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실수요자가 '살 수 있는 집' 자체 몸값이 비싸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민지 기자]

14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용 40㎡초과~60㎡이하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말 대비 6.72% 뛰어오르며 전면적 통틀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용 60~85㎡가 4.83%로 뒤를 이었고 135㎡초과 대형은 2.09% 오르는데 그쳤다.

불과 1년전과 정반대 흐름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용 135㎡초과 대형이 5.25% 올라 면적별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전용 40㎡초과~60㎡이하 상승률은 3.06%에 머물렀다.

거래량 격차는 더 크다. 올 상반기 전용 40~60㎡ 아파트 거래량은 1만2787건으로 135㎡초과 대형 951건의 약 13배에 달했다.

소형 강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전용 40~60㎡ 아파트 가격은 한달전보다 1.66% 상승해 모든 면적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다. 2018년 9월이후 약 8년만에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이다.

KB부동산 기준으로 보면 서울 강북 14개구 전용 60㎡이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9억164만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9억원선을 돌파했다. 지난 2월 8억1459만원에서 불과 6개월만에 약 8700만원 뛰었다.

실거래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서울 관악구 관악우성아파트 전용 59㎡는 지난 7월 11억1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직전 최고가 10억5000만원에서 한달도 지나지 않아 6000만원 올랐다.

노원구 상계동 노원센트럴푸르지오 전용 59㎡는 지난 6월8일 9억7000만원에 거래된 뒤 7월3일 10억원에 손바뀜했고 강북구 미아동 경남아너스빌 전용 59㎡도 지난 3~5월 7억원 중후반에 거래되다가 7월 들어 7억9000만원, 8억3500만원으로 연이어 가격을 높였다.

서울 일부지역에서는 전용 59㎡가 이미 15억원을 넘어섰다. 중구 신당동 신당남산타운 전용 59㎡는 지난 6월27일 15억9000만원에 거래됐고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행당푸르지오 전용 59㎡도 지난 6월8일 16억원에 손바뀜하며 최근 3년 최고가를 기록했다. 과거 84㎡가 형성하던 가격대로 59㎡가 올라선 셈이다.

이처럼 주택수요가 작은 면적으로 이동한데는 대출규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해 6·27대책을 통해 수도권과 규제지역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한데 이어 10·15대책에서는 주택가격별 한도를 차등화했다.

시가 15억원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초과~25억원이하는 4억원, 25억원초과는 2억원까지만 주담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수도권·규제지역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강화했다.

서울 서초구일대 공인중개사에 붙어있는 매물 [사진=연합뉴스]

집값이 비쌀수록 구매자가 마련해야 할 자기자본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실수요자는 자금조달이 가능한 주택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서울시 분석 결과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 가운데 15억원이하 비중은 81.2%로 전월 76.3%보다 4.9%포인트 높아졌다.

수요변화는 신규주택 공급면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직방 데이터랩이 서울 아파트 분양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신규분양 가운데 전용 59㎡ 비중은 48.6%로 절반에 육박했다. 84㎡는 22.5%에 그쳤다.

2020년만해도 84㎡ 비중이 32.4%로 59㎡(25.2%)보다 높았지만 2022년 처음 59㎡ 비중이 84㎡를 앞질렀고 올해 격차는 두배이상으로 벌어졌다.

문제는 면적을 줄여도 가격부담을 피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서울 민간아파트 전용 59㎡ 분양가는 최근 12개월 이동평균 기준 15억9343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기준 12억4674만원보다 3억4669만원(27.8%) 오른 수준이다. 지난 5월이후 넉달연속 15억원대를 유지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결국 대출규제가 서울 주택수요를 없애기보다 실수요자 선택범위를 좁혔다는 분석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상대적으로 가격부담이 덜한 소형평형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국민평형에 비해 소형평형 거래가 늘면서 가격상승 속도도 빨라진 셈인데 규제가 이어지는 한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