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국민의힘을 향한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흘 간격으로 나왔지만 강조점은 달랐다. 박 전 대통령이 '지도부 중심의 단합'을 강조한 반면 이 전 대통령은 '원내 역할'과 '국민의 신뢰'를 앞세웠다.
이 전 대통령은 31일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지금 당의 역할보다는 원내에서 해야 할 역할이 더 크다"며 "투쟁을 해도 국민을 보고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투쟁을 위한 투쟁"을 경계하면서 국민에게 야당의 주장이 옳다는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전직 대통령 모두 당의 단합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뜻을 같이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지난 27일 "지도부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야 한다"고 현 지도부를 직접 언급한 데 비해 이 전 대통령은 공개 발언에서 장동혁 대표나 지도부를 별도로 거론하지 않고 '국민'과 '신뢰'를 반복했다.

MB "당보다 원내 역할 더 커⋯국민 보고 투쟁해야"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초구 청계재단에서 정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고 "참 어려울 때 원내대표를 한다"며 "지금 당의 역할보다는 원내에서 해야 할 역할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 여당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지만 끝까지 반대할 것은 반대하고 국민을 보고 하라"며 "저 사람들이 안 들어주더라도 국민이 보면 '지금 야당이 하는 얘기가 옳다, 나라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이야기다'라고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금은 숫자로는 도저히 안 되지 않느냐"며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투쟁을 해도 국민을 보고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투쟁을 위한 투쟁이 아니고 정말 국민을 위해서 여당이 주장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것을 신랄하게 지적하고 국민 앞에 호소해야 한다"며 "숫자가 적다고 약하다, 우리는 해봐야 안 된다고 하면 안 된다. 국민을 등에 업어야 한다"고 했다.
강경한 대여 투쟁 자체에 선을 그은 것은 아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옳은 얘기를 해야 한다. 강하게 옳은 얘기를 해야 언론도 따라온다"고도 했다.
당내 갈등과 관련해서는 협력을 강조했다.이 전 대통령은 "바깥에서 보면 당이 분열돼 있다고 하지만 원래 어려울 때 시끄럽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지혜롭게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공개 환담에서도 당의 단합은 주요 화두였다. 정 원내대표는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님의 화두는 결국 당의 단합이었다"며 "단합을 통해 2028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朴은 '지도부', MB는 '원내'⋯단합 방식 보수진영 갑론을박
박 전 대통령은 나흘 전인 지난 27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밖의 적을 상대로 싸울 때 우리 내부의 분열만큼 무서운 적은 없다"며 "어려운 때일수록 지도부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수일수록 뭉치고 단합해야 한다"며 "다수를 상대로 힘에 부치는 상태에서 분열까지 하면 그 싸움은 보나 마나 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단합의 구심점으로 '지도부'를 직접 언급하면서 발언의 의미를 놓고 당 안팎에서 논쟁이 이어졌다.
장동혁 대표는 연찬회 직후 "당이 지도부를 중심으로 뭉쳐 싸워야 한다는 말씀을 깊이 새기겠다"고 밝혔다.
반면 당 일각에서는 현재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단합에 앞서 반성과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안 오느니만 못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지도부 중심 단합'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공개 발언에서 장 대표나 '지도부 중심'이라는 표현을 별도로 꺼내지 않았다. 대신 "국민을 보고 하라",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 "국민을 등에 업어야 한다"며 '국민'을 거듭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 역시 비공개 환담에서는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두 전직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도 같은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공개 발언에서 장 대표나 '지도부 중심'이라는 표현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국민을 보고 하라",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 "국민을 등에 업어야 한다"며 '국민'을 거듭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면담 직후 "대통령님의 화두는 결국 당의 단합이었다"며 "단합을 통해 2028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메시지가 서로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 원내대표는 "두 분 모두 취지는 같을 것이라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두 전직 대통령 모두 단합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공개 발언에서 강조한 지점에는 차이가 있다고 봤다.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전직 대통령 모두 당의 단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같은 메시지를 냈지만 강조한 지점은 달랐다고 볼 수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도부 중심의 단합'을 강조해 내부 결속에 무게를 뒀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과 '신뢰'를 반복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얻는 정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현재 국민의힘이 안고 있는 두 과제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내부 갈등을 수습해 당을 하나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과정이 당 안에서만 끝나서는 안 되고 국민에게 왜 국민의힘이 필요한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최근 '당원 중심 정당'을 강조해온 것과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이 전 대통령의 '국민' 강조와 장 대표의 '당원 중심 정당' 기조가 다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원 중심 정당과 국민 중심 정당이 다르지 않다"며 "당 대표의 지향점도 국민 중심 정당,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전문가는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을 장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으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대여 투쟁을 이어가더라도 국민이 납득할 명분과 방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민의힘에는 당내 갈등 수습과 대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두 과제가 동시에 놓여 있다"며 "두 과제가 충돌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내 결속이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방식으로 이뤄질 경우 외연 확장에는 한계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MB, 개각엔 "실망"…김승원 지명엔 "속 다 들여다보여"
이 전 대통령은 전날 발표된 개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정 원내대표는 "이 전 대통령께서 이번 개각에 대해 전체적으로 실망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특히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데 대해서는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정 원내대표는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끝까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막아내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며 "그게 결국 공소 취소, 특검과 관련된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