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배터리를 계기로 손을 맞잡은 지 6년 만에 협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삼성SDI 배터리가 현대차·기아의 소형 전기차에 탑재된 데 이어 제네시스의 최상위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까지 공급 범위도 넓어졌다. 배터리에서 시작된 두 그룹의 협력도 스마트폰과 자동차 연결,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로봇 등 미래 사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소형 전기차 이어 제네시스 플래그십까지
18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전기 SUV 'GV90'에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이다. 앞서 유럽 시장을 겨냥한 현대차 '아이오닉3'와 기아 'EV2'에 삼성SDI 배터리가 먼저 적용됐다.
특히 GV90은 제네시스의 최상위 라인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차그룹이 소형 전기차에 이어 고급 브랜드의 핵심 모델까지 삼성SDI 배터리 적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두 그룹의 배터리 협력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회장은 그해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당시 부회장이던 이 회장과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논의했다.
두 달 뒤에는 이 회장이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답방했다. 두 사람은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살펴봤다.
첫 만남은 3년 뒤 실제 계약으로 이어졌다. 삼성SDI는 2023년 현대차와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부터 2032년까지 7년간 유럽향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 P6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당시 삼성SDI는 이를 양사 "전략적 협력의 첫발"이라고 설명했다.

경쟁하던 삼성·현대차…미래사업 협력 넓혀
협력 분야도 배터리에 그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는 지난 2024년 삼성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와 자동차를 연결하는 협력을 시작했다.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차량 위치와 충전 상태 등을 확인하고 차량에서 삼성전자 가전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이후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과 삼성전자 스마트싱스를 연계하는 협력으로 범위를 넓혔다. 지난해에는 삼성SDI와 현대차·기아가 로봇 전용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두 총수의 가까워진 관계도 협력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여러 행사에서 만나 알고 지낸 사이다.
이 회장은 1968년생, 정 회장은 1970년생으로 나이 차이도 크지 않다. 대통령실 행사와 해외 순방 등에서 함께하는 일이 잦아진 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깐부 회동'처럼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도 겹친다.


과거 두 그룹의 관계는 지금과 달랐다.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던 시기에는 현대차그룹이 이를 견제하는 등 경쟁 관계가 부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3세 경영 체제에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2020년 두 총수의 배터리 회동을 시작으로 실제 사업 협력이 하나씩 늘었고, 6년 만에 현대차그룹의 플래그십 전기차에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가는 단계까지 관계가 확대됐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여러 행사에서 자주 만나는 총수들 중에서도 가까운 두 분"이라며 "두 그룹의 강점을 살린 협업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