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역발상 투자' 결실…정유경의 뚝심, 실적 쐈다

불황에 '역발상 투자' 결실…정유경의 뚝심, 실적 쐈다

불황속 본점·강남점 리뉴얼…상반기 영업익 75.7% 폭증
롯데·현대백 전망치 하회…3사중 홀로 '어닝 서프라이즈'
면세점·까사 흑자전환…젊은층·외국인 유입으로 선순환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불황이 길어질수록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백화점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비용 절감보다 강남점과 본점의 공간·상품 경쟁력을 높이는데 집중한 결과 신세계는 올 상반기 사상 최대실적을 새로 썼다. 소비침체기에 감수한 선제 투자비용이 본격적으로 이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 [사진=신세계, 챗GPT]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총매출 6조3558억원, 영업이익 36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보다 각각 10.1%, 75.7% 증가한 역대 최대실적이다.

2분기 영업이익은 1671억원으로 121.9% 뛰었다. 실적발표전 1413억~1430억원 수준이던 증권가 전망치를 약 17~18% 웃돌았다.

같은기간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 연결 영업이익은 시장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롯데쇼핑은 899억원으로 전망치인 1054억원 안팎을 약 15% 밑돌았고 현대백화점도 793억원에 그쳐 860억원대 컨센서스를 약 8% 하회했다. 백화점 3사 상장사 가운데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내놓은 곳은 신세계가 유일한 셈이다.

실적 중심에는 본업인 백화점이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2분기 총매출은 2조170억원으로 15.5% 늘었고 영업이익은 53.5% 증가한 10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보다 이익이 세 배 이상 빠르게 늘면서 순매출 기준 영업이익률도 11.3%에서 14.7%로 높아졌다.

비용 아끼지 않고 판 키웠다…강남·본점이 실적 견인

정 회장은 내수부진이 이어지던 최근 3년간 강남점과 본점 리뉴얼에 약 4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이 거둔 연간 영업이익 4061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당장의 비용부담보다 핵심점포를 압도적인 지역 1번점포로 키우는데 무게를 둔 선택이었다.

강남점은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와 프리미엄 미식공간 '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앞세워 연 매출 3조원대 점포로 올라섰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 푸드홀은 개장초기 기존 푸드홀보다 매출이 140% 늘었고 객단가는 세 배로 뛰었다. 명품매장과 체험공간을 강화한 본점의 거래액 증가율도 올 1분기 55%에서 2분기 77%로 확대됐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델리·건강 코너 전경. [사진=신세계백화점]

리뉴얼 효과는 일부 명품수요에 그치지 않았다. 올 상반기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명품이 35% 증가한 가운데 리빙 16.6%, 식품 13.7%, 패션 10.1% 등 전 장르가 두 자릿수 성장했다. 프리미엄 상품으로 고객을 끌어들인 뒤 식품과 패션, 리빙으로 소비를 확장하는 점포전략이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고객층도 넓어졌다. 상반기 신규고객은 전체 고객의 27.7%를 차지했고 이 가운데 30대이하 비중이 45%에 달했다. 외국인 매출은 120% 늘어난 5800억원을 기록했다. 화제성 있는 콘텐츠와 공간혁신이 기존 VIP 고객뿐 아니라 젊은층과 해외 관광객까지 끌어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본업 넘어 자회사도 흑자…정유경의 체질 개선 통해

백화점에서 시작된 수익성 개선은 연결 자회사로도 번졌다. 신세계디에프는 2분기 매출이 10.3% 줄었지만 영업이익 333억원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화장품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 70억원을 기록했고 신세계까사도 24억원 흑자를 냈다. 외형확대보다 고수익 사업과 핵심브랜드에 집중한 체질개선이 연결 실적 상승폭을 키웠다.

신세계의 이번 실적은 소비회복에만 기댄 결과라기보다 불황기에 단행한 투자가 수익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리뉴얼 비용을 감수하며 매출기반을 넓힌 단계에서 벗어나 높아진 점포 경쟁력이 이익을 끌어올리는 회수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신세계 관계자는 "미래 고객창출을 위한 전략적 투자와 적극적인 경영체질 개선이 올 상반기 전 사업의 흑자경영으로 결실을 맺었다"며 "올 하반기에도 경영효율화, 전문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며 업계를 선도하는 초격차 모멘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