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HD현대, SMR 밸류체인 선점 경쟁⋯K-원전 밸류체인 확장

두산·HD현대, SMR 밸류체인 선점 경쟁⋯K-원전 밸류체인 확장

9월 SMR 특별법 시행·첫 건설부지 선정…제도·사업 기반 마련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파운드리’, HD현대는 ‘해상 원전’…글로벌 시장 공략 속도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오는 9월 소형모듈원자로(SMR)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국내 원자력 산업이 대형 원전 중심에서 SMR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미국 와이오밍주 테라파워 SMR 실증단지 조감도. [사진=SK]

정부의 SMR 건설 계획이 구체화된 데 이어 제도적 지원 기반까지 마련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각자의 기술과 제조 역량을 앞세워 SMR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와 HD현대는 서로 다른 강점을 기반으로 SMR 밸류체인을 구축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등 주요 설비를 하나의 모듈에 집약해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의 원자로다. 대형 원전보다 발전 규모가 작고 모듈 단위로 건설할 수 있어 전력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 확대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SMR이 새로운 전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SMR 사업도 연구개발을 넘어 구체적인 건설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0.7GW 규모 SMR 1기 건설 계획이 반영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6월 부산 기장군을 국내 첫 SMR 건설 부지로 선정하면서 실제 사업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제도적 지원도 본격화된다.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오는 9월11일부터 시행된다. 법안에는 SMR 시스템의 연구개발과 실증을 지원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5년마다 SMR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동안 개별 연구개발 사업 중심으로 추진됐던 SMR 정책이 산업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 ‘SMR 파운드리’로 글로벌 공급망 공략

27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 두산 부스 전경. 이번 전시회에서 두산은 가스터빈∙SMR∙풍력∙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 솔루션을 선보인다. [사진=두산]

국내 기업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주기기 제작 역량을 앞세워 ‘SMR 파운드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정 SMR 노형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글로벌 SMR 설계사들과 협력해 원자로 주기기와 내부 구조물 등 핵심 기자재를 제작·공급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파트너가 미국 뉴스케일파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과 2021년 각각 4400만달러, 6000만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이후 뉴스케일 SMR 프로젝트에 필요한 주요 소재와 주기기 제작을 추진하며 글로벌 SMR 공급망 진입을 확대해왔다.

빌 게이츠가 창업한 테라파워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와 전략적 지분 투자 및 주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상용화를 위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즉, 직접 노형 개발에 집중하기보다 글로벌 SMR 개발사들의 핵심 제조 파트너로 자리매김해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HD현대, ‘제조’ 넘어 해상 SMR까지

미국 시카고 맥코믹 플레이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전력 산업 전시회 ‘IEEE 2026’에서 관람객들이 HD현대일렉트릭 전시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HD현대는 조선업의 제조 역량을 SMR과 결합해 차별화된 사업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조선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원자로 용기 등 핵심 기기 제작 역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SMR을 선박과 해상 플랫폼에 적용하는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HD현대는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하며 SMR 사업 협력에 나섰다. 이어 2024년 12월에는 테라파워 실증 원자로에 사용될 원통형 원자로 용기 제작을 직접 수주했다.

최근에는 테라파워의 차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나트륨(Natrium)’ 프로젝트의 주기기 핵심 설비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제조 분야에서 입지를 한층 강화했다.

HD현대의 차별화 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HD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SMR을 해상에 탑재하는 부유식 원자력 발전선(FNPP)과 원자력 추진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업에서 축적한 선박 건조 및 해양플랜트 기술을 SMR과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구상이다.

AI 전력 수요 확대…SMR ‘육상·해상’ 시장 동시 공략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테라파워(TerraPower) 빌 게이츠(Bill Gates) 회장과 22일(금) 만나 SMR 사업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HD현대]

국내 기업들의 SMR 사업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테라파워의 미국 와이오밍주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 ‘나트륨’ 프로젝트를 비롯해 글로벌 SMR 시장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국내 기업들의 역할도 단순 기자재 공급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HD현대와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기업들은 각각 제조 역량과 조선·해양 기술, 글로벌 SMR 설계사와의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과 국내 기업들의 회동도 예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협력 확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테라파워 ‘나트륨’ 프로젝트의 주기기 공급망을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육상·해상 SMR 공동 진출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