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세제의 전면적인 개편에 착수한 가운데 세부담 완화가 거래절벽을 해소하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선순환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과거 정권들 사례를 보면 세제를 통한 인위적인 시장개입은 규제와 완화를 막론하고 매물잠김이나 정책불신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 전문가들은 정권교체 시기마다 세법이 누더기식으로 바뀌면서 시장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린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17일 기획재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유예 조치를 종료한 데 이어 세제 합리화를 위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열린 세제 공개토론회에서는 비거주 고가주택에 대한 장특공제 혜택을 축소하고 실거주기간에 따른 공제율을 최대 80%까지 차등화하는 세부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부동산세제를 가격제어 수단으로 전면에 내세운 것은 2005년 노무현 정부다. 당시 정부는 세대별 합산과세 방식을 도입하고 종부세 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하향조정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세부담을 늘려 다주택자 매물을 끌어내겠다는 대책은 저금리 기조와 수도권 주택공급 부족이라는 거시적 흐름에 부딪혀 실패로 돌아갔다. KB부동산 조사결과 서울 아파트값은 2005년 9.1%, 2006년에는 무려 24.1% 폭등하며 역대 최고상승률을 기록했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전임 정부의 징벌적 과세기조를 전면 수정했다. 헌법재판소의 종부세 세대별 합산과세 위헌판결 이후 종부세 부과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다시 상향했고 최고세율 역시 3.0%에서 2.0%로 대폭 인하했다.
동시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배제하고 취득세율을 50% 감면하는 등 거래 문턱을 대폭 낮췄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얼어붙은 주택시장 경착륙을 막고 가계 보유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방어적 카드로 평가받는다.
박근혜 정부는 주택시장 패러다임을 규제에서 '부양'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취득세율을 기존 4%에서 1~3%로 차등 인하하고 미분양주택 취득시 5년간 양도세를 전액 면제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내놨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와 조합원 분양 주택수 확대 등 규제를 대거 걷어냈고 2015년에는 중산층을 겨냥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인 '뉴스테이'를 도입해 민간자본을 통한 공급확대를 동시에 추진했다.
분재인 정부는 다시 강력한 세제규제 기조로 선회했다. 2018년 9·13대책과 2020년 7·10대책을 거치며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종부세 최고세율을 6.0%까지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양도세 최고세율은 지방세를 포함해 최대 75%에 달하도록 중과했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옥죄자 시장은 즉각 매물잠김 현상으로 반응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2020년 23.03%, 2021년 13.49% 상승했고 같은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만1189건에서 4만1975건으로 48.3% 급감했다. 팔아서 세금을 내느니 버티거나 증여를 택한 결과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유세를 높여 다주택자의 매물출회를 유도하더라도 양도세를 함께 올리면 매물잠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매도과정에서 시세차익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면 집값을 낮춰 처분하기보다 세제가 완화될 때까지 보유하거나 증여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직후인 2022년 5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배제했다. 당초 1년 약속이었던 유예조치는 시장침체가 지속되자 거듭 연장돼 올 5월까지 총 4년간 이어졌다. 종부세 기본공제 역시 9억원(다주택자)으로 완화됐다.
다만 세제 진입장벽을 낮췄음에도 시장거래는 곧바로 살아나지 않았다. 기준금리 급등과 대출규제 강화, 집값하락 우려가 겹치면서 세제완화 효과가 상당부분 상쇄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세제가 시장통제 수단으로 오용되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와 완화가 시계추처럼 반복되면 시장 참여자들은 정책이 다시 바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매도시점을 늦추는 학습효과를 보인다"며 "보유 부담률을 조정하더라도 처분단계 퇴로를 열어두고 세제원칙 일관성을 유지해 시장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 정부는 실수요층 지원과 공급확대를 세제개편 양대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6일 토론회에서 "실거주용 1주택자에 대해서는 세제와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되 비거주 고가주택이나 투기성 자산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과세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