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롯데그룹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에 참석한 경영진들의 표정은 사뭇 무거웠다.
회의 시작 1시간 30분을 앞두고 정현석 롯데백화점 대표를 비롯해 정기호 롯데상사 대표,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서정호 롯데웰푸드 대표,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 김대일 코리아세븐 대표 등이 차례로 모습을 나타냈다.
![정현석 롯데백화점 대표가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 하반기 VCM 참석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VCM 공동취재단]](https://image.inews24.com/v1/bce9d089dac23d.jpg)
하지만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이는 없었다. 이번 VCM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는 인공지능(AI) 전략 방향 등을 물었으나 경영진들은 짧게 목례만 하거나 무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메인 통로를 통해 입장한 대표도 이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줄었다.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계열사 대표는 10명 안팎에 그쳤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을 비롯한 상당수 참석자는 지하 주차장 등 별도 출입구를 이용해 회의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경영진이 공개 동선을 최소화하면서 현장에는 평소보다 한층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정현석 롯데백화점 대표가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 하반기 VCM 참석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VCM 공동취재단]](https://image.inews24.com/v1/7ca10408ba1d73.jpg)
롯데 VCM은 신 회장을 비롯해 롯데지주 대표이사와 주요 실장, 각 계열사 대표 등 80여명이 참석한다. 경영진들이 모여 그룹의 경영 방침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로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린다.
이날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그룹 AX(인공지능 전환) 추진 현황과 주요사례를 소개하는 'AI 에이전트 전시'가 열렸다. 전시에서는 음성과 모션인식 기반 AI비서를 포함해 가격 모니터링, 수요예측, 글로벌 시장전망 분석 등 현업에 적용 중인 10여개 AI기술이 공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래학자이자 글로벌 리테일 전략가 더그 스티븐스가 강연에 나섰다. AI 기술 발전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들이 공유됐다. 롯데가 VCM에서 해외연사를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차원의 AI 전시와 첫 해외 연사 초청은 AX를 그룹 최우선 과제로 끌어올렸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사업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있는 만큼 AI를 체질 개선의 핵심 수단으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경영진에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롯데는 지난해 유동성 위기설을 겪은 이후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인적 쇄신과 사업 구조조정, 수익성 중심 경영에 속도를 내면서 롯데쇼핑 등 일부 핵심 계열사에서는 실적 개선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일부 부문 부진과 내수 침체 등 과제가 여전한 만큼 그룹 전체의 체질 개선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준형 롯데지주 대표이사가 그룹 하반기 경영 전략을, 고정욱 롯데지주 대표이사가 재무 전략을 각각 발표한다. 식품·유통·화학·호텔 부문 주요 계열사 대표들도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보고한다.
행사 마지막에는 신동빈 회장이 하반기 그룹 경영 방침과 경영진들에게 요구하는 리더십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VCM이 롯데의 체질 개선 작업이 비용 절감에서 성장 전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비상경영 체제를 통해 재무 안정성과 수익성 확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AI를 기반으로 한 사업 혁신과 신성장 동력 발굴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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