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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은 발주처가, 벌금은 제로"⋯DL이앤씨, '이상한 공시'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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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7서 설계·조달만 수주…시공 배제로 제재·철수 위기 돌파
환율·자재비 상승분 전액반영…준공일 공란으로 배상금 차단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DL이앤씨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를 발주처에 넘기는 방식으로 계약구조를 전면 재설계했다. 현장 시공을 배제하고 설계·조달(E·P)만 수행하는 특수계약을 활용해 도급액을 7000억원 가까이 늘렸다.

동시에 공기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지연배상금)' 배상 족쇄까지 풀어냈다. 글로벌 건설사들이 대 러시아 제재 여파로 현지사업을 포기하는 상황에서 정교한 계약설계를 통해 손실을 차단하고 사업권도 지켜낸 '반전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DL이앤씨가 설계·조달을 맡은 러시아 우스트루가 가스화학 플랜트 부지 전경. [사진=네프테가즈(NefteGaz.ru)]
DL이앤씨가 설계·조달을 맡은 러시아 우스트루가 가스화학 플랜트 부지 전경. [사진=네프테가즈(NefteGaz.ru)]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이앤씨는 러시아 우스트루가 가스화학 플랜트 프로젝트 총 계약금액을 기존 3264억9000만원에서 3317억9600만원으로 약 53억원 증액했다고 전날 정정 공시했다.

이로써 러시아 및 아랍에미리트(UAE) 현지법인을 포함한 총 도급금액은 17억679만유로(약 2조2908억원)로 확대됐다. 2021년 최초 계약 당시 11억6566만유로(약 1조5645억원)와 비교하면 유로화 기준 약 46.4% 증가한 규모다.

이 사업은 러시아 발트해 연안에 우스트루가 지역에 연간 폴리에틴렌 300만톤을 생산하는 메가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단순 계약규모 확대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사업수행 방식이다. DL이앤씨는 애초 러시아 발주처와 직접 계약하지 않고 중국 국영건설사 CC7로부터 설계·조달(EP) 계약을 따냈다. 현장시공(C)은 처음부터 업무범위에서 제외했다. 

이 특수계약 구조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상황에서 강력한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일반적인 설계·조달·시공(EPC)사업은 대규모 인력과 장비가 현장에 묶여 전쟁이나 제재가 터지면 철수가 불가피하다. 

반면 EP사업은 설계와 기자재 조달이 중심이다. 현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원격근무나 우회경로를 통해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발 이후 독일 린데 등 서방 엔지니어링기업들은 제재를 이유로 사업에서 전면철수해 현재 발주처와 계약이행과 손실부담을 둘러싼 법적분쟁을 벌이고 있다.  

DL이앤씨가 설계·조달을 맡은 러시아 우스트루가 가스화학 플랜트 부지 전경. [사진=네프테가즈(NefteGaz.ru)]
DL이앤씨가 러시아 우스트루가 가스화학 플랜트 프로젝트 계약금액 변경 내용을 공시했다. 본사 계약금액은 약 53억원 늘었으며 총 도급금액은 약 2조2908억원으로 확대됐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핵심은 도급액 증액과 준공일 삭제가 동시에 이뤄진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물류비와 기자재 가격, 환율이 폭등하자 DL이앤씨는 발주처와 협상을 벌여 늘어난 비용을 계약에 반영했다. 기존계약을 고정(Lump Sum)과 변경가능(Convertible) 구조로 분리한 덕분이다.

DL이앤씨는 공시를 통해 "기존 계약이 고정과 변경가능 부분으로 분리·변경됨에 따라 프로젝트 수행 과정상 계약금액이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설계변경이나 조달여건 변화를 공사비에 즉각 반영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준공일을 특정하지 않은 조치는 신의 한 수로 꼽힌다. 건설사는 공사기간이 늘어나면 발주처에 막대한 '지체상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DL이앤씨는 이번 공시에서 계약시작일만 2021년 12월29일로 명시하고 종료일은 공란으로 뒀다. 이로써 배상금 리스크를 사실상 원천 차단하고 전쟁이라는 불가항력 상황을 활용해 일정 재협상 주도권을 쥔 것이다.

한 국제 플랜트 계약 전문가는 "전쟁이 나면 자재조달과 운송이 막히고 공사가 늦어지는 것은 어느 회사도 피하기 어렵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누가 부담하고 추가비용을 계약을 통해 어떻게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는지다. 해외 플랜트에서는 기술력만큼 계약구조가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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