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삼성금융그룹 계열사가 삼성자산운용에 맡기는 자금이 200조원에 육박한다. 다른 금융복합기업집단을 압도하는 규모로 내부거래 규제의 사각 지대인 투자일임을 통해 자산운용회사의 외형 키우기에 주력해왔다.
23일 삼성생명보험에 따르면 삼성금융그룹의 2025년 내부거래 총액은 35조2920억원으로, 이 중 삼성자산운용 한 곳이 24조5607억원(70%)을 차지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도 내부거래 총액 32조7360억원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2조7896억원(70%)으로 같은 흐름을 보였다.

다만 금융복합그룹의 내부거래는 공정거래법 상 내부거래에 국한돼 있다. 금융회사가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를 상대로 자금·유가증권·자산·상품·용역을 ‘제공 또는 거래’하는 행위에 국한된다. 이 때문에 보험사가 자기 자산을 운용사에 ‘맡겨 운용’시키는 투자일임 재산은 내부거래에서 제외된다. 투자일임재산을 포함할 경우 삼성운용의 내부거래 규모는 일임재산 168조원을 더한 192조원으로 늘어난다.
삼성자산운용의 2025년말 투자일임 계약자산은 184조9286억원이다. 이 가운데 보험 고유계정이 152조7338억원, 보험 특별계정(변액)이 15조7053억원으로, 보험계열사 위탁분이 168조4391억원(91.1%)에 이른다. 대부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자기 자산을 삼성운용에 맡겨 굴리는 몫이다.
삼성금융그룹의 2025년 내부거래 가운데 삼성자산운용 몫은 약 24조원으로, 그룹 내부거래의 70%를 차지한다. 이는 주로 계열 보험사가 삼성운용의 펀드(수익증권)를 취득한 유가증권 거래다. 위탁운용 168조원이 여기에 포함됐다면 삼성운용의 내부거래는 24조원이 아니라 168조원을 넘었어야 한다. 그룹 내 최대 자금흐름이 통계 밖에 있는 셈이다.
‘일감 몰아주기’라는 시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계열 보험사가 외부 운용사 대신 계열 삼성운용에 운용을 맡기면, 운용보수라는 일감이 그룹 내부로 귀속된다.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주로 비금융 계열사 간 거래를 겨냥하고 있어, 금융 계열사 간 투자일임은 이 규제망에서도 비켜나 있다. 내부거래 공시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양쪽에서 동시에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비슷한 구조는 한화에서도 확인된다. 한화자산운용의 투자일임 계약자산 59조원 가운데 보험계열(한화생명 등)이 55조1900억원으로 93.5%를 차지한다. 다만 절대 규모에서는 삼성이 압도적이다. 반면 미래에셋은 결이 다르다. 미래에셋생명 규모가 작아 보험 고유계정 위탁이 2조3000억원에 그치고, 대신 계열 증권사를 통한 펀드 판매에 의존한다.

투자일임 위탁 자체는 합법이고 계열 운용사 활용도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룹 내 최대 자금흐름이 내부거래 통계에서 빠지면, 감독 당국이 위험 집중과 이해상충을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위탁에 따른 운용보수 규모와 산정 기준이 공시되지 않는 점도 투명성 측면의 보완 과제로 꼽힌다.
한화·DB에서는 자산운용사가 아닌 증권사로 무게추가 옮겨갔다. 한화금융그룹의 2025년 내부거래 총액은 12조2972억원으로, 한화투자증권(5조7343억원)이 한화자산운용(3조1583억원)을 앞섰다. DB금융그룹도 총액 9조6303억원 중 DB증권(5조6260억원)이 DB자산운용(3조1093억원)보다 컸다. 계열 보험사를 상대로 한 채권·유가증권 매도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김현동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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