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TV, 스마트폰, 조명처럼 빛을 내는 반도체는 우리 일상 곳곳에 쓰이고 있다. 친환경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이 많다. 머리카락 굵기(약 10만 나노미터)보다 수만 배 작은 크기의 나노 반도체는 이론적으로는 밝은 빛을 낼 수 있다.
실제로는 빛이 거의 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이런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표면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KAIST(총장 이광형)의 신소재공학과 조힘찬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친환경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나노 반도체 입자인 인듐 포스파이드(카드뮴 같은 환경 유해 물질을 쓰지 않은 친환경 반도체 소재, InP) 매직 사이즈 나노결정(Magic-Sized Clusters, MSC)의 표면을 원자 수준에서 제어하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국내 연구팀이 초소형 나노 반도체의 빛 효율을 18배 정도 끌어올렸다. [사진=KAIST]](https://image.inews24.com/v1/e31c6edf934186.jpg)
연구팀이 주목한 소재는 ‘매직 사이즈 나노결정’이라 불리는 수십 개의 원자로 이뤄진 초소형 반도체 입자. 이 물질은 모든 입자가 똑같은 크기와 구조를 가져 이론적으로는 매우 선명한 빛을 낼 수 있다.
크기가 1~2나노미터에 불과해 겉면에 생기는 미세한 결함 때문에 빛이 대부분 사라지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실제로 지금까지는 빛의 효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존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한 화학 물질인 불산(HF)으로 표면을 깎아내는 방법이 쓰였다. 너무 강한 반응 탓에 반도체 자체가 망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조힘찬 교수 연구팀은 접근 방식을 바꿨다. 반도체를 한 번에 깎아내는 대신, 화학 반응이 아주 조금씩 일어나도록 정밀하게 조절하는 에칭 전략을 고안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빛을 방해하던 표면의 문제 부분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결함 제거 과정에서 생성된 불소와 반응 용액 내 아연 성분은 염화아연 형태로 결합했다. 노출된 나노결정 표면을 안정적으로 감싸게 됐다.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연구팀은 기존 1% 미만이던 반도체의 빛 효율을 18.1%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현재까지 보고된 인듐 포스파이드 기반 초소형 나노 반도체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이다. 기존보다 18배 이상 밝아진 것이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제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초소형 반도체의 표면을 원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다룰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당 기술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물론, 양자 통신, 적외선 센서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로의 활용이 기대된다.
조힘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더 밝은 반도체를 만든 것이 아니라 원하는 성능을 얻기 위해 원자 수준에서 표면을 다루는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신소재공학과 주창현 박사과정과 연성범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조힘찬 교수와 스페인 바스크 소재·응용 및 나노구조 연구센터 (BCMaterials) 이반 인판테 (Ivan Infante)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한 해당 연구(논문명 : Overcoming the Luminescence Efficiency Limitations of InP Magic-Sized Clusters)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중 하나인 미국화학회지(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지난해 12월 16일 온라인으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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