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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尹 정부 '의대 증원 2000명' 산정, 주먹구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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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단계적 증원' 건의…尹 "1000명 이상 늘려라"
2000명 일괄 증원안, 이관섭 비서실장이 제시
부족 의사 수 단순 계산…'고령화' 등 반영 안 해

지난 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빈 침상을 지나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빈 침상을 지나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문장원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2000명 의대 증원' 정책이 주먹구구식으로 강행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정부의 '점진적 증원' 보고에도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2022년 8월 19일 '새 정부 업무 보고'에 의대 증원 추진을 보고하고, 2023년 6월 2일 당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500명씩 6년 동안 3000명을 늘리겠다고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며 반대했고, 같은 해 10월 6일 조 장관이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1000명씩, 2028년 2000명 4년간 총 5000명 증원을 다시 보고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며 다시 지시했다.

그러자 조 장관은 2035년에 의사 수급 균형을 달성하는 것을 새로운 기준으로 정하고, 담당 부서에 부족 의사 수를 추계하라고 지시했다. 담당 부서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KDI)·서울대 등의 연구를 토대로 부족한 의사 수를 추계했고, 그 결과 2035년 의사 수가 1만 명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해당 결과를 대통령실과 공유하자 이관섭 당시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현재 부족한 의사 수를 별도 산출해 2035년에 부족한 의사 수에 포함하라고 요구했고, 추계 규모가 1만 명에서 1만 5000명으로 늘어났다. 이후 정책실장이 된 이 수석은 조 장관에게 '2000명 일괄 증원안'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전 수석은 '2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해 "3개 연구보고서의 의사 인력 부족 추계 1만 명을 5년으로 나누어 계산한 것"이라고 감사원에 진술했다. 또 현재 부족한 의사 수에 미래 부족한 의사 수를 합산한 것에 대해선 "이러한 의견 제시가 대통령의 지시나 의중을 전달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감사원은 "현재 부족 의사 수가 5000명이라 하더라도 이를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효과를 반영해 보정하지 않았다"며 "이를 2035년 부족 의사 수 1만 명과 단순 합산했다. 이는 총 부족 의사 수가 부정확하게 산출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2023년 12월 27일 조 장관은 윤 전 대통령에게 2년간 900명씩 증원한 뒤 2027∼2029년 2000명씩 늘려 총 7800명을 확충하는 1안과 2025∼2029년 매년 2000명씩 총 1만 명을 증원하는 2안을 보고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제1안에 대해 "증원 규모와 관계없이 어차피 의사 단체의 반발이 있을 것이고 2027년 추가 증원 과정에서 다시 한번 사회적 갈등이 초래된다"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한 반면, 2안에 대해선 의사 단체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이 있을지 "좀 더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듬해 1월 조 장관은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전략회의에서 일괄 증원안 중 2025년에만 300명을 줄인 1700명을 증원하고 추후 지역 의대가 신설되는 시기에 맞춰 300명을 추가 증원하자는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비서실장은 2000명 일괄 증원 의견을 고수했다. 당시 비서실장도 이관섭 실장이었다.

조 장관은 대통령과 대통령실 모두 단계적 증원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판단해 결국 일괄 증원안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 심의를 거쳐 2024년 2월 '2000명 증원'을 발표했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 절차적 정당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2024년 2월 6일 열린 해당 위원회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인 2000명이 논의된 사실상 유일한 자리였지만, 복지부는 안건 자료에 '2035년 수급 전망(1만5000명 부족)을 토대로 2000명 증원' 등으로 간단히 기재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아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시절 의대 증원 재추진 시 의정협의체를 통해 협의하고 일방적으로 증원을 통보하지 않기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합의(9·4 의정 합의)했지만, 복지부는 의협이 먼저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등 이유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증원 규모에 대한 사전 논의를 하지 않아 의료계 반발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이 공개한 당시 복지부 내부 논의 과정을 보면 "복지부의 증원 규모안을 의협 협상단에 먼저 제시하여 협의할지"에 대해 논의했다며 사전에 제시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장관과 차관이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는 순간 의사들의 파업이 예상되고, 의협과 단독으로 합의하여 결정할 사항이 아니며, 의협이 먼저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데 복지부가 먼저 제시할 필요가 없다"는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최종적으로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증원 규모를 제시·협의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복지부가 구체적인 숫자가 제시되면 파업이 예상된다고 판단했더라도 파업은 시점의 차이일 뿐 발생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며 "'9·4 의정 합의'에 따를 때 복지부가 의협과 합의할 의무는 없으나 합의 정신을 존중해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면 적어도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기대할 수 있었다. 정책 결정 주체인 복지부가 증원 규모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의협에 의견을 먼저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로 보기 어려우므로 타당한 사유로는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 구성에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위원회에 교육 과정 설계 및 운영 경험이 있는 의대 교수를 위원회에 포함할 필요가 있지만 교육 여건을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이 사람이 균형 있게 포함됐는지 검토 없이 배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정원 배정의 타당성과 형평성에 대해선 교육부는 대학별 현장점검 등으로 대학의 교육여건을 체계적으로 점검하지 않고 정원 배정 규모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또 특정 대학에만 정원 감소 사유를 적용하고 같은 상황의 다른 대학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문장원 기자(moon334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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