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후 민주당 내 '충성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이 대표가 사실상 당내 유일 대권주자로 장기간 군림해 온 것도 한 배경이지만, 친명계 인사들의 이런 행보가 당 내는 물론 이 대표에게 과연 도움이 되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민희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당 장외집회에서 한 언론사와 인터뷰 중 "일부 언론이 민주당에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한다)"며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최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발언이 너무 셌다는 것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유감 표명 없이 "민주당이 똘똘 뭉쳐 정치검찰과 맞서고 정적죽이기에 고통받는 당대표를 지켜내리라 믿는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대표 비서실장인 이해식 의원은 17일 빗속에서 연설하는 이 대표 사진을 올려놓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을 인용해 이 대표를 '신의 종·신의 사제'에 빗대는 듯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이후 다른 죄로 기소된 재판 3건을 받아야 하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고귀한 싸움'에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에서 이 대표를 신격화시켰다고 비판하자 이 의원은 "나는 이 대표를 신의 사제, 신의 종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글귀를 인용했을 뿐"이라며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기자들에게도 "내 페이스북 글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라"면서 "내면에 있는 신성에 귀 기울임으로써 쾌락에 의해 더렵혀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사법부에 대한 비판도 수위를 넘었다는 평가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47.83%를 득표한 대선 후보였고,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39.3%의 지지를 얻고 있는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라며 "선거에 영향을 미칠만한 형량을 선고함으로써, 이 대표를 선택하고자 하는 국민의 선택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사법부가 이 대표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해 정치적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함께 경제계 접점을 늘려 나가면서 외연 확장을 꾀하면서 중도층 확장을 위한 전향적 행보를 이어왔다. 국민의힘에서는 평가절하했지만 중도층 민심을 얻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일보 전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 이후 친명계 충성경쟁이 재연되면서 지난 총선 논란을 불렀던 '민주당의 아버지' 설화가 재소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한 인사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를 의식해서 충성발언을 강하게 하는 상황인데, 국민 여론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이 대표 입장에서는 수세에 몰렸을 때 방어해 줄 수 있는 충성파가 있다는 건 도움 되는 측면이 있지만, 정치를 하는데 그런 사람들에게만 의존하게 되면 적이 더 많아진다"며 "중도층은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어 외연 확대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의 감정적 대처가 이 대표를 향한 '동정 여론'마저 없앨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사법부의 판단을 부정하는 듯이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되면 중도층이 오히려 '죄를 지엇으니까 너희들이 이러는구나'라는 식으로 볼 수 있다"며 "이 대표에 대한 동정여론마저 사라지게 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대표가 오는 2027년 치러지는 대선에 주자로 나서기 위해선 '사법리스크'의 파고를 무사히 넘겨야 하는데, 사법부 판단에 대해 불복하는 듯한 행태가 향후 이 대표의 남은 재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거란 분석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사법살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사법부와 판사들을 모욕하고 압박을 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명숙·정경심·조국·김경수의 사례가 비슷한데,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적인 거부감과 재판부의 분노를 더 높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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