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지난 2018년 이후 공식석상에서 잘 보이지 않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올들어 현장 경영에 부쩍 나서자 재계에서는 경영 승계를 위해 김동관 부회장을 비롯한 3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화는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지분 조정도 착착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과 김 회장의 인연이 부각되고 있고 방산과 우주 관련 기업들이 수혜주로 부상해 최근 행보가 확대된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3세 경영의 토대를 닦아주려는 메시지도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6일 고려아연은 보유하고 있던 ㈜한화 지분 7.25%(543만 6380주)를 1520억원의 가격으로 한화에너지에 매각했다. 고려아연은 최근 경영권 분쟁에 사용된 대규모 차입금 상환에 이를 활용할 전망이지만,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산 것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승계구도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을 낳았다.
김동관, 동원, 동선 3형제는 한화에너지의 지분을 각각 50%, 25%, 25%씩 보유 중이고, 한화에너지가 한화그룹 승계구도의 핵심 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번 지분 매입을 통해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을 22.16%를 보유하게 돼 김 회장이 갖고 있는 ㈜한화 지분 22.65%와 엇비슷해졌다. ㈜한화가 그룹의 지주회사이고, 한화에너지를 통한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 지배력을 더 높이는 효과를 얻은 것이다.
한화에너지는 앞서 지난 7월에도 ㈜한화 지분 8%를 매입한 바 있다. 김 부회장은 ㈜한화 사내이사로도 선임돼 있어 이번 지분 매수로 3세 경영 승계구도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데 업계 의견이 모아진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2018년 이후 공식석상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례적으로 계열사를 직접 방문하는 현장경영이 부쩍 늘었다.
지난 3월과 4월 각각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캠퍼스와 판교 한화로보틱스 본사를 방문했다. 이후 지난 5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사업장을 방문했다. 5개월 만인 지난 10월에는 한화 판교 R&D 캠퍼스를 찾은 데 이어 이달에만 한화자산운용 본사인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은사업장을 연속적으로 방문했다.
올해 들어서 그룹 계열사와 현장을 찾은 횟수만 6회다. 지난해 단 한 번의 현장에도 나서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이같은 김 회장의 광폭행보는 3형제의 승계구도에 현장에서 직접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의 지분을 매수한 시점을 앞뒤로 3세가 경영일선에 있는 계열사를 방문한 만큼 대외적으로 승계구도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것.
김 회장이 방문한 현장은 계열사가 모여있는 판교 R&D 캠퍼스를 제외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로보틱스, 한화자산운용 등이다. 이 중 김 부회장이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올 들어 3번 방문했다. 김 회장은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을 맡기로 하면서 특히 방산부문 경영 전면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 부회장은 유력한 차기 한화그룹 회장으로 승계 전에 공식적인 경영수업을 받는 셈이다.
김 회장이 이달 초 방문한 한화자산운용 본사도 김동원 사장이 재직 중인 한화생명이 100% 보유 중인 자회사다. 한화로보틱스 역시 김동선 부사장이 전략담당 부사장으로 선임돼 있다. 특히 이들 3개 계열사 방문 때마다 각 형제들을 대동하며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도 3세 경영 구도에 신뢰를 주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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