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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딜레마]②팔지도, 사지도 못한 官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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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미스터리? 官은 애초 은행을 팔 생각이 없었다
공적자금 회수 책임 둘러대며 교묘히 매각 무산시켜
官의 '15% 오너가 싫다'는 결정은 집단 사익 추구한 꼴

우리금융 CF 혁신편 중 [사진=우리금융 CF]
우리금융 CF 혁신편 중 [사진=우리금융 CF]

[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우리금융에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중반부터 우리금융 매각 문제가 수면으로 부상했다. 늘 그렇듯 정부 초기는 정책 실행 약발이 잘 듣는 시기다. 어차피 12조8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한 번에 회수하진 못한다. 많은 전문가가 우리금융을 팔 적기라고 봤다. 이때부터 정부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도 '경영권 매각'이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종종 그런 단어를 쓰긴 했으나, 금융시장 여건상 기대는 거의 없었다. 실제로 우리금융의 계열사들을 통으로 처분하려고 시작한 게 2013년 말부터다. 통매각을 통해 민영화를 조기에 실행하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공적자금 회수 전략을 짜는 게 훨씬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마침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늪에 빠졌던 금융시장도 점차 회복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 건 무엇보다 경영권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서다. 보험 전문그룹 교보생명이 손을 들었다. 교보생명의 생존전략이었다. 교보는 생명보험 빅3다. 그러나 100년의 세월을 줘도 한화생명은 삼성생명을, 교보생명은 한화생명을 잡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횡행하던 시절이다. 지금도 빅3 생보의 순위 변경은 어느 누가 자폭하지 않는 한 일어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인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교보생명이 딱 그런 처지였다. 그룹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방법은 마땅하지 않고, 투자받은 사모펀드 자금의 엑시트(Exit) 요구는 커지고, 친족간 복잡하게 얽힌 지분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다. 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해 지주회사를 만들고, 지분 구조를 재정비하고, 사모펀드 요구도 해결할 묘수를 찾은 것이다.

사실 교보생명의 이런 계획이 처음은 아니다. IMF 사태로 은행 구조조정이 숨 가쁘게 이어지던 때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연명하던 옛 조흥은행이 교보생명에 은밀히 SOS를 쳤다. 조흥은행과 교보생명을 중심으로 지주회사를 만들어 새롭게 출발하자는 것이다. 전남 장흥 출신의 위성복 행장과 옆 동네 영암의 큰형님 신용호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작품이다.

이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두 CEO의 협상은 빠르게 진행됐으나, 금융감독위원회를 설득하지 못했다. 금융지주회사 체계의 그림은 나쁘지 않으나, 조흥은행의 부실 규모가 교보생명의 투입자금만으로는 부족하고, 잘못하면 교보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당국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계획이 무산되면서 위성복 행장은 은행장에서 물러나고 홍석주 씨가 40대 행장으로 뒷수습을 맡았다. 신 회장도 2003년 9월 1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우리금융 CF 혁신편 중 [사진=우리금융 CF]
2014년 3월 3일 나이스신용평가 이혁준 금융평가본부 평가전문위원의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 금융업계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스페셜리포트 재인용 [사진=나이스신용평가]
우리금융 CF 혁신편 중 [사진=우리금융 CF]
2014년 3월 3일 나이스신용평가 이혁준 금융평가본부 평가전문위원의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 금융업계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스페셜리포트 재인용 [사진=나이스신용평가]

어쨌든 인수 희망자가 나서자 우리금융 경영권 매각 희망이 커졌다. KB금융도 참전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흘렸다. KB금융의 속셈은 당시 우리투자증권과 자산운용 등 증권 부문만을 사고자 했다. 여의찮으면 전체를 사는 것도 생각했다. 제대로 군불이 피어오르자 정부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도 우리금융그룹의 여러 금융회사를 영역별로 쪼개 팔기로 하고, 그해 5월 말까지 정부의 지분을 파는 방식(게임 룰)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뭔가 일이 될 것 같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의 게임 룰이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꺼내든 건 '희망 수량 경쟁입찰 방식'. 현실적으로 우리은행을 한두 기관이 사기는 어려우니 다수 투자자에게 일시에 분산 매각해 가격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지분은 최대한 분산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뒤집어 해석하면 인수 의사를 밝힌 교보생명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전략투자자의 지위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데 방점을 찍은 방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에서도 '교보생명의 오너십으로 은행을 경영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았다.

최근 금융위 한 관계자는 "당시 교보생명은 살 돈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동일인이 살 수 있는 은행 지분은 예나 지금이나 10%이고, 정부의 특별승인을 받아 15%까지 살 수 있다. 교보생명은 당시 우리금융 지분을 최대 15%를 확보하는 목표를 세웠다. 다행히 교보생명엔 기존 투자자들이 있다. 이들과 함께 경영하기를 원했다. 지금도 많은 금융회사에 전략적 투자자들이 있고, 이들은 이사회에 참여해 파트너 지위를 유지한다.

정부와 감독 당국의 입장은 간명하다. '10~15%의 지분을 갖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오너 시중은행을 허(許)할 수는 없다.' 그렇게 당시 관료들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반관(半官)들은 우리금융을 관(官)의 지배하에 두면서 적지 않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우리 딜레마 글 싣는 순서]

①25년째 날개 못 편 불완전변태

②팔지도, 사지도 못한 官의 굴레

③지겨운 책임론, 그 뒤에 숨은 관료들

④빛이 되지도, 우리도 아닌…

⑤임종룡의 '우리별'은 언제쯤… (끝)

/김병수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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