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상장 바람이 불고 있다. 초점은 누가 1호 상장사가 될 것이냐에 쏠린다. 후보군은 많은 상황. 그 중에서 특히 새벽배송을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이룬 컬리와 오아시스가 1호 상장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양사는 비슷한 시기에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전망돼 흥행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최근 F시리즈 투자 유치를 완료하고 국내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초 쿠팡처럼 미국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유불리를 따졌을 때 국내 상장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컬리 관계자는 "미 상장을 추진했다기보다는 국내외를 한정 짓지 않고 상장 준비를 해왔다"며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인 만큼 성장 결과를 국내 투자자들과 나누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신설된 유가증권시장 상장 요건도 컬리의 국내 상장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성장 잠재력이 큰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의 국내 상장 독려를 위해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기업은 별도의 재무요건 없이도 상장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김슬아 컬리 대표의 낮은 지분이 향후 상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도 현재로선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컬리에 투자한 투자자 모두 전략적투자가 아닌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상장의 경우 '경영권 공동보유'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도 있다.
컬리 관계자는 "외부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받는 기업은 대표 지분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면서도 "현재 투자자들이 김 대표에 신뢰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낮은 지분율을 문제 삼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컬리와 같이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오아시스도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오아시스의 성장 비결은 효율적인 재고관리와 마케팅비용 절약 등 짜임새 있는 경영 덕분이란 분석이다.
오아시스는 생산자 직거래 구조를 운영 원칙으로 하는 만큼 효율적인 재고 관리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마케팅에 투자할 비용을 아끼고 이를 상품가에 반영해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충성고객을 확보한 것도 장점이다.
오랜 기간 서울 및 수도권 핵심 지역에 42곳의 직영 오프라인 매장을 오랜 기간 운영해왔다는 점도 경쟁사에 없는 오아시스 만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안준형 오아시스마켓 사장(CFO)은 "오아시스는 전자상거래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등 경영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IPO를 통해 국내 대표 전자상거래 업체로서 지위를 굳건히 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는 최근 컬리와 오아시스의 가파른 성장세가 상장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한다.
실제 두 회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특히 2019년 8천억원 수준이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가 지난해 2조5천억원 규모로 커지며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호재로 꼽힌다.
이를 배경으로 지난해 9천52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컬리는 올해 2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2천386억원의 매출을 올린 오아시스도 올해 1분기 78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올해도 급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국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보다 얼마나 더 넓은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부 수도권 지역으로 시장을 한정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사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컬리와 오아시스도 최근 충청권으로 배송 지역을 넓히고 나서는 등 꾸준한 물류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대한 시장 수요가 커지고, 이를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가치가 커지며 양사가 상장에 나설 적기라 보인다"며 "다만 대형 유통업체들도 새벽배송에 뛰어드는 등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향후 얼마나 더 넓은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수요를 끌어들이느냐가 승패를 가를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컬리와 오아시스가 비슷한 시기에 상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IPO 흥행 여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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