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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항생제 내성 극복을 위한 또다른 방법 '항생나노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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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김경규 교수팀, 박테리아 세포막을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치료법 제시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박테리아가 항성제에 내성을 갖게 되는 메커니즘을 피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제시됐다. 일명 '항생나노봇'이다.

내성발생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기존 항생제의 제균(除菌) 방식과 달리 항생나노봇이 내성균에 붙어 세포막을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방식이다. 항생제 내성을 피하기 위한 또다른 접근법으로, 내성으로부터 자유로운 감염치료제 개발의 실마리가 될 지 주목된다.

13일 김경규 성균관대 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이정헌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유상렬 서울대 식품공학과 교수팀과 함께 황색포도상구균에 선택적으로 결합, 외부 전기신호에 반응해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제균을 유도하는 20나노미터 크기의 나노로봇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항생제 내성이란 박테리아를 제거하기 위한 항생제가 무력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항생제에 노출된 세균 가운데 일부가 돌연변이를 통해 항생제의 표적 단백질을 변형시키는 방법으로 살아남으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균이 어떠한 항생제에도 듣지 않게 되면 균에 의한 질병 뿐 아니라 감염을 동반하는 단순 찰과상까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영국의회보고서에 의하면 2050년에는 내성균에 의한 사망자가 연간 1천만 명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치료 과정에서 항생제 내성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WHO의 보고도 나올 만큼 항생제 내성균의 심각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항생나노봇을 이용한 내성황색포도상구균 사멸 검증(생쥐모델) 모식도. 산화철 나노입자와 엔도라이신이 결합된 항생나노봇을 봉와직염 동물모델에 주입하고 전기자극을 줌으로써 감염균을 99%이상 사멸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성균관대 김경규 교수 제공]
항생나노봇을 이용한 내성황색포도상구균 사멸 검증(생쥐모델) 모식도. 산화철 나노입자와 엔도라이신이 결합된 항생나노봇을 봉와직염 동물모델에 주입하고 전기자극을 줌으로써 감염균을 99%이상 사멸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성균관대 김경규 교수 제공]

연구팀은 내성균에 결합하면서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박테리아를 사멸시킬 수 있는 항생나노봇을 만들기 위해 산화철 나노입자를 합성하고, 이 나노입자를 황색포도상구균에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엔도라이신이라는 단백질로 코팅했다.

핵심은 세균에만 달라붙고, 원하는 때에 활성산소를 발생할 수 있는 나노로봇을 설계한 것이다. 엔도라이신은 박테리오파지(박테리아에 기생하는 바이러스)가 세균에 기생할 때 필요한 도킹 단백질이다. 산화철 나노입자는 외부에서 전기자극을 받으면 활성산소를 발생한다. 산화철 나노입자에 엔도라이신을 코팅함으로써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한 항생나노봇을 완성해 냈다.

연구팀은 실험용 생쥐의 피하조직에 항생제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상구균을 감염시킨 뒤 항생나노봇을 주입했다. 여기에 미용기구에 사용되는 정도의 약한 교류전류를 가하자, 감염균이 빠르게 사멸되고 염증이 사라지는 것을 관찰했다. 세균의 세포벽에 결합한 산화철 나노로봇이 교류전류에서 발생한 전자기파에 반응해 활성산소를 발생, 세포막을 파괴한 것이다.

항생나노봇 합성 및 항생제 내성균 감염 생쥐모델 이용한 효과 검증 모식도. (1)항생나노봇 합성 : 산화철나노입자에 엔도라이신을 코팅, 황색포도상구균에 선택적 으로 결합할 수 있음. (2)내성균 인식 : 항생나노봇 센서는 황색포도상 구균만을 선택적으로 인식함. (3)내성균 사멸 : 항생나노봇은 박테리아 표면에 결합한 후 외부 전기신호를 받아 활성산소를 발생하여 박테리아의 세포막을 파괴함으로써 박테리아를 사멸시킴. (4)봉와직염 동물모델을 통해 항생나노봇의 내성균 감염 치료 가능성을 증명함.[성균관대 김경규 교수 제공]
항생나노봇 합성 및 항생제 내성균 감염 생쥐모델 이용한 효과 검증 모식도. (1)항생나노봇 합성 : 산화철나노입자에 엔도라이신을 코팅, 황색포도상구균에 선택적 으로 결합할 수 있음. (2)내성균 인식 : 항생나노봇 센서는 황색포도상 구균만을 선택적으로 인식함. (3)내성균 사멸 : 항생나노봇은 박테리아 표면에 결합한 후 외부 전기신호를 받아 활성산소를 발생하여 박테리아의 세포막을 파괴함으로써 박테리아를 사멸시킴. (4)봉와직염 동물모델을 통해 항생나노봇의 내성균 감염 치료 가능성을 증명함.[성균관대 김경규 교수 제공]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박테리아가 항생제 내성을 갖게 되는 메커니즘을 회피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 항생제는 세균이 가진 단백질을 표적하기 때문에 표적 단백질에 돌연변이를 갖는 세균이 적응과정에서 살아남아 필연적으로 내성균이 발생한다. 세균의 세포막에 결합해 세포막을 손상시키는 방식의 항생제가 있었지만 세포막이 변형된 내성균 발생은 피할 수 없었다. 반면 활성산소에 의한 세포막 손상은 단순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내성균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김경규 교수는 "동물모델에서의 이번 연구가 실용화되려면 생체에 적합한 소재를 발굴하고, 활성산소가 주변의 정상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구동방법을 최적화하는 등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피부미용에 사용되는 낮은 에너지의 전기자극으로 나노로봇을 구동할 수 있도록 해 임상적용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성균관대는 항생제내성치료제 연구소를 중심으로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18년에는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연구팀, 영국 사우스햄턴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대표적인 내성균 중에 하나인 황색포도상구균을 직접 죽이지 않고 독성만을 저해하는 물질을 신선초에서 발굴해 내성을 유발하지 않는 신개념의 항생제 개발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Scientific Reports 2018, Journal of Medicinal Chemistry 2018)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성균관대 항생제내성치료제 연구소의 아킬리쉬 차울라시아 박사, 나노소재 전문가인 이정헌 교수, 박테리오파지 전문가인 유상열 서울대 교수 등 나노과학, 의학, 미생물학 등 다학제적인 연구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융합 연구의 성과"라고 소개하고 "항생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실용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다른 작용기전의 박테리아 감염 치료법을 제시함으로써 항생제 내성 극복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논문은 나노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스몰(Small)에 4월 10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논문명 : An Antibacterial Nanorobotic Approach for the Specific Targeting and Removal of Multiple Drug‐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저자 : 김경규 교수, 이정헌 교수, 아킬리쉬 차우라시아 박사(이상 교신저자/성균관대학교), 나얍바뚤 박사 (제1저자/성균관대학교)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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