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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올라도 울상인 기업들…메자닌 평가손실에 실적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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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파생상품 손실공시 21개사 중 18곳 주식연계 채권 때문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국내 상장사들의 4분기 실적시즌이 후반전에 접어든 가운데 파생상품 거래손실 발생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회사채나 유상증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 받기 손쉬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상환우선주(RCPS) 등 메자닌 상품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이 주가가 상승함에 따라 전환권 가치가 잠재적 손실로 잡히며 실적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아이뉴스24 DB]
[그래픽=아이뉴스24 DB]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중 파생상품거래손실을 공시한 기업은 총 21곳이다. 이 중 서원, 제이콘텐트리, CJ CGV를 제외한 18곳은 CB·BW·RCPS 등의 전환권 가치 평가에 따른 손실이다. 전환권 가치는 주가와 행사가격의 차이를 말한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CB와 같은 메자닌(Mezzanine) 상품은 발행 조건에 확정 수량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존재하면 '지분증권'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전환가액 조정(re-fixing) 조건이 부여되면 CB·BW·RCPS는 '금융부채'로 잡힌다. 채권자가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그 전에는 발행회사가 콜옵션(주식을 살 권리)이 없는 한 채권자가 상환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CB는 발행 후 주가가 상승해 전환권 행사가격보다 높으면 발행기업은 그 차이를 파생상품 손실로 손익계산서에 반영해야 한다. 회계처리된 손실금액은 실제 현금 유출이 발생하지 않는 회계상 수치다. 다만 기업 입장에선 회계상 손실로 실제 회사의 실적이나 재무구조와 무관하게 대규모 적자로 기록돼 일종의 착시효과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코스닥 상장사인 OQP는 지난 22일 지난해 1천651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는데, 이 중 파생상품평가 및 사채발행 손실 규모가 1천500억원에 달했다.

OQP 관계자는 "거래 당사자인 사채권자들과 이미 지난해 11월 합의를 통해 전환가격조정에 관한 조건 변경을 이뤄내 올해는 더 이상 이와 관련된 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지난해 부채로 인식됐던 파생상품평가손실이 자본 조정으로 대체돼 자본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자본잠식 이슈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약 1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HMM(옛 현대상선)은 자기자본(1조5천921억원)의 25.48%에 달하는 4천57억원의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HMM은 지난해 3월 2천12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현재 1만7천원을 넘어섰다. 주가상승에 되레 기업의 장부상 부채비율을 높여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들 기업 외에도 미코(114억원) 에이티세미콘(126억원) 고바이오랩(427억원) 인바이오젠(174억) THE E&M(181억원) 등도 100억원 이상의 주식연계 채권 관련 평가손실 발생 내용을 공시했다.

CB 행사가격과 주가 간 차이에 따른 파생상품 손실이 발생해도 실제 기업가치와는 관계가 없다. 회계상으로 발생하는 손익일 뿐 기업의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 재무제표상 손실이 발생하고 부채가 늘어나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메자닌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기업들이 CB·BW·RCPS 등을 적극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가 우상향하며 주가가 많이 오른 기업들의 경우 파생상품 평가손실 규모가 크게 늘어나기도 한다"며 "현금 유출이 없어 실제 기업가치와는 무관하더라도 재무제표상 부채비율과 이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투자 결정시 이런 상황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성 기자 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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