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데다 '펜트업(pent up·억눌린)' 수요 폭발로 LG전자가 11년 만에 3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생활가전과 TV 판매가 증가하며 실적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스마트폰과 전장부품 사업 적자 폭도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은 1조 원에 육박했다. 또 하반기에도 좋은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실적이 저조했던 '상고하저' 징크스도 올해는 깨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16조9천196억 원, 영업이익이 22.7% 늘어난 9천590억 원을 달성했다고 30일 밝혔다. 전분기 보다 매출은 31.8%, 영업이익은 93.6% 증가했다.
이번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3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은 종전 분기 최고치인 지난해 3분기 15조7천7억 원도 넘어섰다. 전체 분기로도 지난 2017년 4분기에 16조9천636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 같은 호실적은 '코로나19'로 인해 상반기에 정체된 수요가 3분기로 이연됐고 집콕 트렌드에 맞춰 생활가전, 올레드 TV 등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부품과 스마트폰은 각각 완성차 업체들의 조업 정상화와 중저가 제품의 판매 확대로 적자 폭을 크게 줄인 것이 주효했다.
업계 관계자는 "생활가전 담당인 H&A 사업본부와 TV 사업 담당인 HE 사업본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 효과와 '집콕' 트렌드에 따른 수요 회복 효과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대중의 높아진 위생관념을 충족시킬 건강가전과 프리미엄 가전, 대형 TV 확대가 역대 최대 하반기 실적을 견인한 듯 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HE 사업본부는 지난 3분기 동안 매출액이 6조1천558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역대 3분기 중 가장 높은 6천715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5.5%, 영업이익은 56.6% 증가했다.
또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었다. 이전까지 생활가전의 연간 영업이익이 2조 원을 넘은 적이 없었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는 '펜트업(Pent Up·억눌린)' 효과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생활가전의 수요가 증가하며 국내외 매출과 영업이익이 고르게 성장했다"며 "글로벌 모든 지역에서 매출 확대와 원가개선이 이뤄져 영업이익률은 10.9%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LG전자가 역대 3분기 영업이익률 가운데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분기 생활가전 매출은 최근 10년 동안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집콕 트렌드에 맞춰 생활의 편리함을 더하는 스타일러,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스팀 가전으로 대표되는 신가전이 3분기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펜트업' 효과 덕분에 호실적을 기록한 곳은 또 있다. 바로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다. 이곳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한 3조6천694억 원, 영업이익은 13.2% 늘어난 3천266억 원을 기록했다.
또 올해 1분기부터 모니터, 노트북, 프로젝터 등을 담당했던 IT 사업부가 HE본부에서 BS 본부 산하로 이관되면서 지난해 3분기 실적은 동일한 기준에 따라 조정됐다. 작년 3분기 매출액은 3조8천662억 원에서 3조2천98억 원, 영업이익은 3천180억 원에서 2천884억 원으로 변경됐다.
LG전자 관계자는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의 수요 확대와 올레드 TV, 나노셀 TV 등 프리미엄 제품의 호조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며 "영업이익은 LCD 패널 가격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가 늘며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LG전자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모바일(MC)과 전장(VS) 사업본부도 3분기에는 적자 폭을 줄이며 부담을 덜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2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지만, 적자 폭은 개선됐다. MC사업본부는 매출 1조5천248억 원, 영업손실 1천484억 원을 냈다. 매출은 0.2% 증가했고, 적자는 전년보다 127억 원 줄었다. 500억 원 이상 줄였을 것이란 시장 기대치에는 부합하지 못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매출액은 북미와 중남미 지역에서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가 늘며 전분기 대비 증가했다"며 "영업손실은 글로벌 생산지 효율화, ODM(제조자개발생산) 확대, 원가 경쟁력 강화 등 지속적인 사업구조 개선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전분기 대비 줄었다"고 설명했다.
전장(VS) 사업본부는 상반기 부진했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조업이 3분기 들어 정상화되고 자동차 판매도 증가한 덕분에 매출이 전년보다 23.5% 증가한 1조6천55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662억 원으로 60억 원 늘었다.
LG전자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 지역의 완성차 업체들의 조업이 정상화되며 글로벌 자동차 부품 수요가 회복세로 돌아섰다"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전분기 대비 각각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매출 증가와 원가구조 개선을 통해 전분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는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다소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매출이 감소하고 가격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전분기 대비 줄었다. BS 사업본부의 3분기 매출액은 1조4천828억 원, 영업이익 770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9%, 31.1% 감소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며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며 건강관리가전 및 올레드 TV의 판매를 지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실적 발표에 시장에선 LG전자가 매년 유지되던 '상고하저' 실적 징크스를 올해 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4분기에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형 가전 유통 행사들을 통해 LG전자가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드러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10년간 LG전자의 4분기 실적 부진의 주요 요인은 TV와 스마트폰의 과도한 유통 재고 증가와 이에 따른 재고관리 비용이 급증한 때문이었다"며 "올해 4분기 TV 유통 재고는 4주분으로, 적정재고(6∼8주분)를 하회하고 스마트폰 재고도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좋아졌고, 생활가전 매출도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며 "LG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442% 증가한 5천516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수요가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연말 성수기로 진입하면서 업계 내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호실적을 달성하기에 쉽지 않을 수도 있단 지적도 나왔다. 특히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각해진 데다 연말 성수기 판매 경쟁에 따른 마케팅 비용 출혈 등이 실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LG전자는 연말에도 좋은 실적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각 사업본부별로 다양한 전략 마련에 나섰다. H&A사업본부는 4분기에 신가전을 필두로 3분기에 이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며 자원투입 최적화를 통해 전년 동기 수준 이상의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HE사업본부는 올레드 TV, 나노셀 TV, 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을 늘리는 한편 온라인 판매 확대, 효율적인 자원 운영 등으로 전년 동기 수준 이상의 수익성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MC사업본부는 글로벌 5G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북미, 중남미 등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5G 보급형 라인업을 강화해 매출을 확대하며 사업구조 개선을 일관되게 추진할 계획이다.
VS사업본부는 공급망 관리를 철저히 해 매출을 극대화하고 원가구조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 BS사업본부는 IT제품의 판매 기회에 적극 대응하고 프리미엄 디지털 사이니지 등 전략제품의 판매 확대, 태양광 모듈의 제품 경쟁력 강화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비대면 트렌드의 확산으로 노트북, 모니터 등 IT 제품의 수요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모듈은 수요자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가격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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