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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로베스피에르의 우유와 전세품귀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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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프랑스 대혁명을 주도한 혁명정치가 로베스피에르. 이후 공포정치를 펼친 그는 '모든 프랑스 아동은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는 선한 명제를 바탕으로 우윳값 통제에 나섰다. 우유에 가격상한제를 적용하고 시장가격보다 낮게 우유를 팔도록 강제했다. 실제로 그의 의도대로 우윳값은 폭락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격하락으로 수요는 급등한 반면, 공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농민들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젖소들을 육우로 내다 팔았다. 로베스피에르는 당황했다. 그리고 그는 농민들을 불러들였다. 농민들은 수익이 남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이에 로베스피에르는 젖소들이 먹는 건초의 가격을 통제한다. 건초가격이 하락하면 농민들의 채산성이 좋아지면서 우윳값이 내릴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건초생산업자들도 건초를 태워버렸다. 결국 우윳값은 치솟으면서 귀족들만 암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우유를 사먹을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선한 목적으로 시장에 간섭한 것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도 종국에는 역효과를 낳는다는 시장 매커니즘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로베스피에르의 우유가 지금 대한민국의 부동산 정책과 닮아 있다.

임대인 보호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전국의 부동산 시장은 대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임대인의 보호라는 선한 명제로 시작한 정책이 오히려 전셋값을 높이면서 종국에는 또다시 임대인의 목을 조이고 있다.

전세시장에는 각종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집주인들이 세입자의 특징을 살펴보기 위해 이력서를 받고 면접을 보는가 하면, 제비뽑기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세입자들이 집주인에게 위로금 형식으로 암암리에 500만원에서 1천만원을 건네주고 있다고도 한다.

심지어 서울 아파트 중심으로 이뤄지던 전세품귀 현상이 수도권으로까지 옮겨붙으면서 서울과 교통 접근성이 우수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 신고가 행진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판교와 수원 광교 등 서울과 접근성이 우수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이 한달만에 1억~2억 원 껑충 뛰었다.

실제로 2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3째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이 0.21% 증가하면서 전주(0.16%) 대비 0.05%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5년4월20일(0.23%) 이후 5년6개월만에 가장 많이 상승한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 역시 전세가격이 0.16%에서 0.21%로 0.05%포인트 증가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세난의 당사자가 되면서 자신의 집을 싸게 해주겠다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는 등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전세대란에 시달린 사람들이 다시 매매시장으로 쏠리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격을 높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제품 하나를 만들 때 시장에 미칠 영향과 온갖 수천, 수만번의 시험을 거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관련 소위원회의 심사와 찬반토론을 무력화하고 법안처리를 강행했다. 정부여당은 선의만을 내세워 공포정치를 행한 프랑스 로베스피에르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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