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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 ‘더 드레서’로 뭉친 장유정·송승환·안재욱·오만석

“관계 미묘함 즐길 수 있는 작품…자유롭게 토론하며 즐겁게 연습 중”

연극 ‘더 드레서’ 안재욱과 장유정 연출, 송승환, 오만석. [정동극장]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더 드레서’는 관계가 캐릭터를 완성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음달 18일 개막하는 정동극장 연극 시리즈 ‘더 드레서’의 장유정 연출은 작품에 대해 “난 어떤 사람이라고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관객들은 다 알고 그게 인간적으로 보이는 것”이라며 “내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 때문에 나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지듯이 우리 작품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송승환은 “인간의 다양한 면 중 한 부분을 캐릭터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작가가 인간이 갖고 있는 다양성을 다 표현했다”며 “관계에서도 그런 다양성이 나온다”고 말했다.

로날드 하우드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더 드레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이 한창인 시국에 젊은이들은 전쟁에 나가고 노인들과 여자들만 남은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리어왕’ 연극 공연을 앞두고 분장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송승환은 극단에서 평생을 배우로 살아온 노배우인 ‘선생님’ 역을 맡는다. 의상 담당자 ‘노먼’ 역으로는 안재욱과 오만석이 출연한다.

연극 ‘더 드레서’ 장유정 연출과 송승환. [정동극장]

송승환은 “극중 선생이 노먼한테 굉장히 못되게 굴지만 엄청나게 의존하고 있다”며 “노먼이 없으면 무대에 못 설 정도로 모든 걸 의지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밥 한끼 제대로 안 사고 온갖 신경질을 다 낸다”며 “마음 깊은 곳에 애증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내와도 그런 것 같아요. 사랑도 하고 어떤 의미론 동정도 하거든요. 아내에겐 노먼 다음으로 의지를 많이 해요. 관계가 일직선적이지 않고 굉장히 복잡·미묘하게 다양한 감성이 얽혀있어요. 그런 것들이 무대 위에서 아주 감칠맛 있게 대사나 플롯에 녹아나고 있어요. 관객의 입장에서는 미묘함을 즐길 수 있는 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장 연출은 “작가가 캐릭터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잘 보여줘서 인간미가 비치게 만들어준다”며 “선생님이 결코 완벽한 인간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고 어쩔 땐 어린애 같고 용기 없어 보이지만 깊은 내면에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라고 부연했다. 또 “노먼도 마찬가지”라며 “노먼이 가지고 있는 다층적인 면들이 이 시대에 작업을 해도 좋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연극 ‘더 드레서’에 출연하는 안재욱과 송승환, 오만석. [정동극장]

안재욱은 노먼 캐릭터에 대해 “직업은 스타일리스트지만 의상·분장 등 공연에 필요한 선생님과 관련된 모든 부분을 담당한다”며 “선생님에게 집사 이상의 존재”라고 설명했다. “선생님과 관련된 문제는 노먼을 통하지 않고는 누구도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없죠. 선생님에 대한 표현이나 판단, 그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노먼만큼 이해하는 사람은 없어요. 선생님에 대한 애정과 애증이 혼합된 인물이에요.”

그는 “공연 올라가기 전부터 공연이 끝나고 난 상황까지 하루에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이라며 “그 안에서 선생님에 대한 노먼으로서 위치와 마음가짐이 다 전달되려면 선생님께 느끼는 내 시선이 가장 중요해서 연습실에서부터 송승환 선배를 적극적으로 모시고 있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오만석은 “노먼이 16년이란 시간을 선생님과 함께 해왔기 때문에 세월 속에서 함께 지내오면서 묻어왔던 모든 걸 어떻게 재미나게 잘 보이게 할지가 가장 고민”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생긴 습관이라든지 여러 가지가 있을 테죠. 노먼은 선생님이 꿈을 꾸고 배우로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옆에서 수족이 돼주고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아요.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이면서 때로는 재밌고 때로는 애틋한 감정이 잘 녹아날 수 있게 하는 게 풀어야 될 숙제인 것 같아요.”

연극 ‘더 드레서’ 장유정 연출. [정동극장]

장 연출은 지난해 송승환에게 제안을 받고 송승환과 함께 작품을 골랐다.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찾다가 이 작품이 눈에 들어왔어요. ‘왜 연극을 하는가’에 마음이 끌렸어요. 2차세계대전 당시에 연극을 했고,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전쟁 때 국립극단이 대구에 내려가서 공연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우린 왜 연극을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작품이에요. 혼란기에 우리는 무엇을 하고 어떨 때 삶의 의미를 얻게 되는지 보여주는 데 매료됐어요.”

송승환은 “이 작품을 고른 건 코로나19 발생 전이지만 수많은 작품을 하면서도 배우라는 역할, 공연계라는 사회적 배경을 두고 한 작품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반가움에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후로 코로나가 터지고 각색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전쟁 상황의 배경과 코로나19 팬데믹이 비슷하게 맞물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승환은 “배우와 제작자, MC 등 여러 가지 일을 해왔지만 가장 자존감을 느꼈을 때는 연기를 할 때였다”며 “배우로서 나이든 역할을 멋지게 해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고 밝혔다.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1막과 2막 전체가 내 얘기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제가 제작할 때는 수익을 내야하니까 배우들 개런티를 한푼이라도 깎으려고 노력을 하죠. 배우를 할 때는 당연히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고요. 극중 선생도 똑같아요. 제작자로서 극단 대표로서 출연료를 안 주려고 애쓰는 에피소드가 나와요. 배우로서의 욕심도 있어요. 무대 위에서 어떻게든 멋있게 보이고 싶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죠. 두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이 갖고 있는 양면성이 선생한테도 똑같이 있으니까 굉장히 감정이입이 잘 되는 작품이에요.”

그는 “공연계 내부에만 있는 갈등구조가 이 작품에 많이 나와서 더 공감이 된다”며 “‘나는 다시 태어나면 화가가 될거야’란 대사가 있는데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짚었다. “배우를 하다보면 작품에 몰입하는 시간보다 인간관계를 해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때가 있어요. 갈등이 많아서죠. 화가는 혼자 하는 직업이니까 다른 사람하고 안 부딪치잖아요. ‘내가 예술가적 자질이 있다면 배우보다 화가로 태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에 했었거든요. 여기 바로 그런 대사가 나오는 거예요. 그렇게 군데군데 공감되는 내용이 많아요.”

장 연출은 송승환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의 총감독을 할 때 개·폐막식 부감독 겸 폐막식 총연출로 함께 작업하며 신뢰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송승환 배우께서 부족한 저를 내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기회를 주셨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증명할 수 있게 판을 깔아주시는 분과 작업을 한다는 게 너무 좋아요. 저한테 다정한 사수이자 훌륭한 멘토예요. 드디어 연출가로서 뭔가 디렉션을 하고 칭찬도 해드릴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송승환 배우와 저는 항상 설득의 관계인 것 같아요.”

연극 ‘더 드레서’ 출연 배우들. 왼쪽부터 안재욱, 송승환, 오만석. [정동극장]

장 연출은 안재욱과 오만석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두 분 다 처음부터 노먼 역으로 생각한 배우”라고 강조했다. “오만석은 제 영화 세 편에 다 우정출연을 했어요. 찐우정이죠. 안재욱 배우는 연락처도 몰랐는데 공연을 하나 보러 가서 아는 스태프를 통해 인사를 했어요. 다음날 용기를 내서 전화를 해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만나서 하시겠다고 결정해주셨는데 그때까지의 과정이 저한테 굉장히 극적이었어요.”

지난해 초 음주단속에 적발돼 자숙의 시간을 가진 안재욱은 연극 ‘미저리’로 복귀를 했으나 당시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미저리’ 후 1년 만에 이번 작품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는 그는 고민 끝에 출연을 결심했다. “다시 주시는 기회가 모두 소중하지만, 개인적 반성의 시간을 떠나 판단의 시간도 있어야 되니까 작품 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있어요. 더 조심하고 책임감 있게 해야죠.”

장 연출은 안재욱과 오만석의 공통점으로 섬세함과 위트, 외유내강을 꼽았다. “노먼이라는 캐릭터도 그렇거든요. 같은 강직함도 굉장히 다르게 연기할 수 있는 것처럼 원초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두 분은 다양한 표현을 아주 섬세하고 예민하게 만들어내시더라고요. 보면서 무척 기뻤어요. 행복하게 구경하고 있습니다.”

송승환은 “나는 원캐스트지만 두 사람이 더블캐스트인 게 참 좋다”며 “거의 두 달 동안 공연을 하는데 매일 자장면만 먹는 것보다 자장면도 먹고 짬뽕도 먹는 게 좋지 않나”라고 말했다. “연습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재욱 씨는 묵직한 듯한데 날카로운 가벼움이 있더라고요. 만석 씨는 가벼운 것 같은데 진중한 묵직함이 있어요. 다른듯하면서도 굉장히 비슷해요. 그런 점이 두 사람의 매력인 것 같아요.”

노먼 역을 함께 연습하면서 느낀 서로의 매력에 대해 오만석은 “재욱이 형님은 엄청 스마트하면서도 위트가 있는데 그 정도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아 깜짝깜짝 놀란다”며 “순발력도 있어서 닮고 싶은 부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안재욱은 “만석 씨와 처음 작품을 같이 해보는데 과다한 열정이 참 부럽다”며 “체력적인 열정을 포함한 마인드 자체의 열정이 놀랍다”고 밝혔다. “과한 걸 연습하면서 정리해가는 과정은 쉬워요. 각양각색의 다양한 방법을 표출해내보고 서로가 호흡을 맞춰서 정리해갈 수 있거든요. 처음부터 나오는 에너지가 없는 이들은 좀 더 끄집어내려고 해도 주눅이 들어서 안 나오더라고요. 넘치는 에너지가 마지막 공연 때까지 굉장히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어요.”

연극 ‘더 드레서’ 안재욱과 장유정 연출, 송승환, 오만석. [정동극장]

장 연출은 “3일 동안 연습을 했는데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좋다”며 “송승환·안재욱·오만석 세 분이 다 위트가 있으니까 계속 웃긴다”며 “너무 편안하고 재밌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서로 토론하는 분위기가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나’ 싶을 정도”라며 “잠깐 쉬어도 삼삼오오 모여서 계속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현장과 달리 팀에서 오만석과 함께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한다는 장 연출은 “배우들 모두 연출자가 원하는 여러 가지를 도전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즐기면서 하신다”며 “서로 막 웃으면서 할 수 있는 분위기라서 여기서는 마음 편하게 실수할 수 있다, 그래서 또 새롭게 배우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들 성실하고 진지하고 집중력이 강하셔서 배울 점이 많아요. 이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시고요. 뮤지컬이나 영화 현장에서는 에너지가 분산되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는 몇 명 안 되는 배우들이 다 같이 발산시키니까 보는 것만 해도 감동인 거예요. 모두가 굉장히 여유 있고 배려심이 넘치는 것 같아요.”

오만석은 “공교롭게도 ‘더 드레서’와 뮤지컬 ‘젠틀맨스가이드’가 같은 주에 올라간다”며 “뮤지컬 연습실에선 내가 두 번째로 선배인데 여기 오면 막내 격”이라고 했다. “제가 배려하거나 큰 그림을 보고 얘기하는 게 부족해요. 선배들께서는 넓고 멀리 보고 계셔서 시선 자체가 다르죠. 특히 송승환 선배님처럼 유연함과 날카로움을 다 가지고도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자기반성과 배움을 갖는 유익한 시간이에요.”

박은희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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