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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업무는 똑똑한 ATM이 전담…은행 디지털 점포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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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구 직원은 금융상품 상담 업무에 매진…효율성 극대화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전세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 오늘은 점심 식사마저 거르고 근처 은행 영업점에 들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나. 영업점에 사람이 가득 찼다. 번호표를 뽑아보니 대기 인원만 20명. 점심시간 안에 상담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가까운 미래엔 이 같은 광경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이 입출금 통장·체크카드 개설 같은 단순 업무는 '스마트 자동입출금기'에게 맡기고, 점포 인력은 상담 업무에 집중하는 '디지털 특화 점포'를 늘려가고 있어서다. 업계는 디지털 점포가 '금융 포용'과 '비용 효율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묘수로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에 '디지털금융점포'를 열었다.

디지털금융점포는 '디지털존'과 '상담존'으로 구성됐다. 디지털존에선 스마트키오스크를 활용해 예금, 외환 등의 신규 업무를 고객 스스로 할 수 있다. 예금담보대출 신규 가입이나 연장 등 간단한 대출 업무도 처리가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키오스크 사용법을 안내해주는 전담 직원을 배치해 처음 사용하는 고객을 돕도록 했다. 디지털존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운영된다.

상담존에선 자산관리상품, 기업금융, 개인여신 등 업무별 전담직원이 금융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약 시스템도 갖추고 있어 대기할 필요 없이 고객이 원할 때에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하반기에 추가로 디지털금융점포를 개설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디지털금융점포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의 디지털금융점포 [사진=우리은행]

KB국민은행에선 'KB디지털금융점'을 만나볼 수 있다. 디지털금융점은 디지털화된 창구를 운영해 고객에겐 금융상담 중심의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직원에겐 창구 업무 프로세스 간소화, 세일즈 중심의 대고객 상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설계된 특화 점포다. 지난 해 1월 김포를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과 11월에 서울 서초구, 송파구에 각각 개설됐다.

디지털금융점은 ▲디지털존 ▲웨이팅존 ▲컨설팅존으로 구성됐다. 디지털존에선 '스마트텔러머신', 자동화기기, 공과금자동수납기 등을 이용해 간편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컨설팅 존에선 모든 고객이 준 VIP룸 형태의 개인화된 공간에서 금융상품과 관련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현금 거래가 발생하지 않으며, 디지털화된 서식을 통해 서류를 작성하면 된다. 이밖에도 KB국민은행은 해당 점포에 고객이 편안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카페 분위기의 '웨이팅존'을 마련했다.

신한은행도 영업점 업무를 디지털로 전환해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디지로그 브랜치' 전략을 펴고 있다. 스마트 ATM인 '유어스마트라운지'와 신한 '쏠'이 단순 업무를 전담하는 대신, 태블릿 상담시스템과 화상상담시스템을 이용해 찾아가는 상담·영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은 디지로그 브랜치 시범 운영 영업점으로 서소문 지점을 선정했다.

오는 9월부터는 '디지털영업부'가 가동된다. 신한은행의 'R-Offering 플랫폼'과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안내하고 쏠을 활용해 상담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 R-Offering이란 고객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빅데이터 기반 플랫폼을 말한다. 신한은행은 디지로그 시범 영업점인 서소문 지점의 고객 2천300명의 관리 업무를 디지털영업부로 이관해 성과를 측정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스마트 ATM '유어스마트라운지'(좌)와 일반 ATM(우) [사진=아이뉴스24 DB]
신한은행의 스마트 ATM '유어스마트라운지'(좌)와 일반 ATM(우) [사진=아이뉴스24 DB]

디지털 점포의 핵심은 스마트ATM이다. 해당 기기에선 신규 계좌 개설부터 체크카드 발급, 주택청약 저축 상품 가입 등 비교적 간단한 은행 업무는 모두 볼 수 있다. 이용하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원격 화상 상담을 요청할 수도 있다. 각 은행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수행하는 업무는 모두 비슷하다.

은행 입장에선 영업점에 스마트ATM을 비치하게 되면 비용을 상당 부분 절약할 수 있다. 영업점을 찾는 고객 대다수가 단순한 업무를 보러 오는 것인 만큼, 스마트ATM이 있으면 창구 직원들은 금융상품 상담 등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효율적인 영업점 운영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마트 ATM이 단순 은행 업무 수요를 흡수할 동안, 창구 직원들은 펀드 등 금융상품 영업에 집중할 수 있다"라며 "비용 감축 효과가 큰 만큼, 디지털 특화 점포를 계속해서 늘려갈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점포는 '금융 포용'이라는 가치도 잡을 수 있다. 최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영업점 감축 속도가 빨라 노인 등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은행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달 16일 4대 시중은행의 기준 올해 폐쇄된 영업점은 126곳으로, 지난해 수치인 88곳을 상회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도 비용 감축을 위해 영업점 감축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디지털 점포들이 일종의 타협점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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