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주저하면서 정부가 국유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 몸값을 깎기 위해 재실사를 요구한 HDC현산은 더욱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28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다 감안해서 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 3일 아시아나항공 전환사채(CB)를 각각 9천399만1천174주, 3천705만1천827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주식으로 전환하면 각각 26.53%, 10.46%의 지분율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37%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현재 30.77%를 보유한 금호산업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1조6천억원 가운데 5천억을 영구채로 인수했다. 올해도 3천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추가로 인수한 바 있다.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HDC현산의 결정을 촉구하기 위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4일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계약상 진술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회신했다"고 밝혔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가까운 시일 내 인수상황 재점검 절차에 착수하기 위해 다음달 중순부터 12주 정도 동안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들의 재실사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HDC현산의 이 같은 요구는 두가지 의도로 풀이된다. 먼저 금호산업으로부터 인수하는 구주 가격을 깎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HDC현산은 지난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당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3천22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재실사를 요구한 것도 일단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인수 포기를 염두에 두고 향후 계약금 2천500억원을 돌려받기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HDC현산이 이미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HDC현산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CB의 주식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을 실제로 국유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최대주주 지위에 오른 뒤 향후 정상화 작업을 밟은 뒤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채권단이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 지원 조건에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동반매각요청 조항을 담은 것도 이같은 상황을 대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단기간에 새로운 주인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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