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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당국 사모펀드 전수조사 '머나먼 길'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10년이 걸려도 좋으니 한번은 전부 조사하면 좋겠다."

지난 2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사모펀드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부 다 제대로 짚어보고 가겠다는 것은 언뜻보면 긍정적이다. 또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전체를 조사하겠다는 취지가 그렇고, 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는 사모펀드를 가려내겠다는 의도가 건전한 금융시장 조성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자들이 지난 17일 금감원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아이뉴스24 DB]

하지만 은 위원장이 쏘아올린 이 말이 현실로 옮겨지면서 벌써부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전수조사를 위한 방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벌써부터 갈등의 불씨가 일어날 조짐이 연출되고 있어서다.

금감원 노조는 성명을 통해 은 위원장의 사모펀드 전수조사는 "경솔한 발언"이라며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 원인은 금융위의 무분별한 규제완화 때문"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전수조사 언급은 비난의 화살을 금감원으로 돌리고, 금융위의 원죄를 덮으려는 얄팍한 술수"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조의 성명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겠다. 다른 얘기를 할수도 있지만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사모펀드에 투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입한 상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밝혀내고, 문제가 있다면 신속한 원인 규명과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두 기관의 갈등은 금물이다. 금융위나 금감원 모두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책임이 있다면 물어야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예방과 해결이 먼저인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사모펀드 전수조사의 효과를 위해서는 당장 실효성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안을 이번주에 발표한다는데, 현재로서는 '4자 교차 점검'부터 우선 실시하고 자산이 불일치한 운용사를 솎아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환매 중단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되는 '요주의' 운용사 등도 현장점검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4자 교차 점검'은 운용사와 판매사, 수탁회사, 사무관리회사 등 4곳이 서로의 자산 내역과 서류 내용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수탁사와 사무관리회사가 서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현행법을 악용한 옵티머스펀드의 사례처럼 자산을 허위로 기재한 운용사를 먼저 솎아내 조사의 효율성이 높일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수조사에 걸리는 '시간'이다. 현재로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전수조사에 몇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 200여개의 펀드가 1만여개에 달하는 데, 검사를 도맡아하는 금융감독원의 자산운용검사국은 5개팀, 총 32명이다. 이 가운데 검사기획 등을 제외하고 실질적인 검사 인력은 21명 수준으로 전해진다.

인력 부족은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등 유관 기관과의 협력으로 보완할 가능성이 있다해도 제대로된 전수조사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이치는 어쩔 수 없다. 투자대상 자산을 허위로 기재한 옵티머스펀드만 봐도 이런 사기행각을 적발하려면 운용사는 물론 수탁회사의 서류를 직접 조사해야 하고 자금 흐름도 추적해야 한다. 당국 관계자는 "한 운용사의 사모펀드를 제대로 조사하려면 적어도 3~4개월은 걸린다"고 귀띔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0년이 걸리더라도 모두 짚어보겠다는 조사의 의의보다는 빠른 위험 감지로 투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전수조사에 3~4년이 걸린다고 해도 벌써 그 사이에 어떤 사모펀드 상품에서 또 문제가 생길지는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문제가 있는 운용사에 대한 자산 동결 등과 같은 강력한 조치도 하나의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이제 비단 금융투자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권의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부터 라임펀드까지 부실 판매·운용이 확인된 사모펀드만 5조원 규모에 이른다. 판매사에는 증권사뿐 아니라 은행도 포함돼 있다. 실적 압박에 은행 등 판매사들이 무리하게 상품을 판매했다는 불완전판매 의혹도 얽혀있다.

언제 어디서 문제가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돼 버린 사모펀드. 당국의 전수조사에 대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기대해본다.

이효정기자 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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