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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렁스’ 이동하 “대본 재밌어 1시간 만에 읽고 출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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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한테 하는 질문 늘었다…뜻 맞는 배우들과 연기 스터디 계획”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인생을 살면서 스스로 이렇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다면 내가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인생을 살면서 스스로 이렇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었다면 내가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동하는 “연극 ‘렁스’를 만나 무척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거듭 강조할 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12년 동안 한길을 걸어온 원동력을 오로지 “재미”라고 말하는 그의 이번 작품 선택 계기도 ‘재미’였다. “연극열전 대표님께서 제안해주셔서 대본을 봤어요.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잘 읽히더라고요. 대본을 1시간 만에 보고 바로 전화해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영국 작가 던컨 맥밀란의 대표작인 연극 ‘렁스’는 2011년 워싱턴 초연 이후 10년 가까이 미국·영국·캐나다·스위스·벨기에·슬로베니아·필리핀·홍콩·아일랜드 등 전 세계에서 공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9일 첫 선을 보였다.

매사에 진지하고 사려 깊게 고민하고, 적어도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커플이 등장하는 2인극이다. 이들은 평생에 걸쳐 각자의 감정과 출산, 미래, 환경과 세계, 지구, 좋은 의도를 갖는 것 등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동하는 낮 공연의 여운을 안고 인터뷰에 임했다. 좋아하는 무대고 재미있기에 힘든 점은 전혀 없지만 공연이 끝나면 감정의 깊이에 조금씩 아쉬움이 남는다. 한결같이 ‘진짜 배우’가 되기를 열망하기 때문이다.

‘렁스’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에 가까워졌는지 묻자 그는 “아직도 부족한 것도 많고 약점도 많다”며 “완벽할 순 없겠지만 이렇게 작품을 하나하나 하면서 계속 채워야 한다”고 답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다음은 배우 이동하와의 일문일답.

- 작품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

“되게 특이한 사람들이지 않나. 극단적이고. 끊임없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데 그렇지 않다. 모순된 사람들이 만나서 결국엔 성장을 하고 사랑을 한다. 한 인생을 살아가는 걸 다 보여주는 게 너무나도 충격적이고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대본의 지문도 없고 무대장치·조명효과도 거의 없이 배우 2명이서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게다가 국내 초연이다. 그만큼 작품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욕심도 컸을 것 같다.

“욕심이라기보다 ‘과연 관객들이 형식을 온전하게 받아들이실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괜찮을까’라는 궁금함이 있었다. 약간 걱정도 있었다. 다행히 잘 받아들여주셔서 아주 좋다.”

- 배우들에게 다분히 도전적인 작품이다.

“정말 그렇다. 항상 뭘 할 때 도전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것보다 대본이 정말 재밌고 좋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 노하우가 생겼을 것 같다.

“함께 하는 배우들이 잘 맞은 사람들이니까 더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어떤 작품을 하든 ‘렁스’의 남자처럼 나 자신한테도 질문을 많이 할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느끼는 게 많다. 나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게 되고 ‘내 부족함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많이 한다. 그리고 전보다 더 섬세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 작년 ‘오만과 편견’ 프레스콜 때 어떤 대사 많은 작품을 만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이번에 어땠나.

“‘오만과 편견’ 때 2주 동안 하루 7~8시간을 투자해서 그 많은 걸 다 외웠다. 그래서 아직도 대사가 생각이 난다. 그때 노하우도 많이 익혔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심지어 기억력 좋아지는 약까지 먹으면서 했다. 그 효과가 지금 나타나는 건지.(웃음) 별 노력을 다 했다. 쓰면서 외우는 방법, 문장의 첫 마디를 외워서 맞추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다 해봤다. 외우는 것도 하면 늘더라. 그때 갖은 방법을 다 써본 덕에 이번엔 저절로 된 것 같다. 5명 중에 내가 제일 빨리 외우는 편이었다. 신기했다.”

- 누군가와 이렇게 치열하게 대화하고 논쟁한 적이 있나.

“보통 친구끼리도 할 수 있지만 연인끼리 이런 논쟁을 많이 하지 않나. 예전에 연애했을 때 있었다. 워낙 다른 사람들이고 생각이 다르니까 대화를 치열하게 하면서 절충하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다. 연습하면서 옛날에 연애할 때 생각도 많이 났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 대화를 계속 주고받다보면 의견충돌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맞춰나갔나.

“극중 두 남녀처럼 치열하게 대화해서 ‘어떤 게 맞을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자’고 했다. 그 중에서 어느 것이 좋은지 연출님이 판단해주시고 우리도 선택을 하고. 그 안에서 별 탈 없이 서브텍스트를 쌓아나갔다.”

- 연습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극 초반에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어’라고 할 정도로 여자가 막 쏘아붙이지 않나. 진희라는 친구가 배려도 많고 정말정말 착하다. 내가 되게 존경하고 좋아하는 친구다. 진희가 연습할 때 처음에는 남자 얘기를 다 들어주고 배려하니까 연출님이 ‘너 그러면 남자가 더 나쁜놈 된다, 네가 이번에는 제대로 나쁜 여자가 한번 돼봐라, 시원하게 막 해봐라’고 하셨다. 그 말에 진희가 다음날 완전히 바뀌어 와서 되게 웃겼다. 하루 만에 완전 다른 모습을 보여줘서.(웃음) 동완이 형도 처음에 여자의 말을 들어주기보다 되게 툭툭거려서 남자가 나중에 더 나빠 보이는 느낌이 있었다. 연출님이 ‘남자가 그러면 진짜 ×××다, 여자 말을 잘 들어주는 리트리버라고 생각해라’고 얘기하시니까 다음날 형이 큰 강아지처럼 여자를 너무 잘 따르고 따뜻하게 변해있더라. 바뀌는 게 한 끗 차이로 되게 재밌었다.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해봤는데 결국에는 우리가 잘 맞춰서 균형을 이룬 거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 실제 성격과 닮은 점이 있나.

“나도 리스너다. 상대방 애기를 많이 듣는 입장이다. 그런 점은 되게 비슷한 것 같다. 근데 나는 약해지고 힘들다고 해서 그런 실수는 안한다. 오히려 정말 사랑하면 좀 더 매달리고 붙잡는 스타일이다.”

- 김동완·성두섭의 남자는 어떤 특징이 있나.

“공연은 보지 못했지만 리허설을 봤을 때 그들조차도 정말 여자 말을 잘 들어주고 사랑이 베이스로 깔려있는 게 보이더라. 동완이 형은 자체가 되게 사랑스럽고 뿜어내는 에너지가 귀엽다. 약간 햄스터 같다고 해야 하나? 그런 면이 있다. 두섭이는 특유의 선하고 여자를 아우르고 감싸주는 포근한 느낌이 있어서 나는 그게 참 좋았다. 나랑은 둘의 느낌이 다를 것이다.”

-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남자의 행동은 없었나.

“용납해선 안 될 행동을 한 거. 그래서 ‘이 행동을 왜 했을까’에 대해서 질문을 되게 많이 했다. 우리가 토론을 하면서 이 남자도 여자를 정말 많이 사랑해서 그 상실감이나 외로움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결론을 냈다. 그 이후에 남자는 바뀌었고 생각 없이 살다가 여자를 다시 만난다. 이 여자와 함께 있는 그 순간이 좋아서 여자와 다시 자고 약혼자라고 말 못하고. 처음엔 그걸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남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이유를 찾아갔다. 남자가 어떻게 보면 타이밍 잘 못 맞추고 눈치가 없는 인물이다. 여자 말을 들어준다고 하지만 자기의 생각이 되게 많다. 이상적이고 감성적이다. 오히려 여자가 더 어른스럽고 성숙하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 프레스콜 때 대화 중 치고 들어가는 부분이 어렵다고 했다.

“원래 대본에 치고 들어가는 대사가 빗금으로 쳐있다. 처음 하다보니까 자꾸 말이 겹치더라. 대화할 때 그럴 수 있지 않나. 대본에도 겹치도록 돼 있는데 처음 하니까 약간 어색했다. 연습을 계속 하다보니까 그 안에서 볼륨조절도 하게 되고 조금 괜찮아졌다.”

- 마냥 진지하지만은 않고 웃음 포인트도 있더라.

“대본이 그렇게 돼있는데 우리도 언제 터질지 몰랐다. ‘여기서도 사람들이 웃네’ 싶어 되게 신기했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웃으니까 재밌었다. ‘이런 게 웃음 코드가 될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 예를 들면 남자가 ‘나 휴가 낼 거야’ 하면 여자가 ‘출근 첫날에 미쳤어?’라고 하는데 관객들이 웃더라. 그리고 여자가 ‘케이크 사와’ 한 뒤 남자가 바로 ‘여기’라고 하고 여자가 ‘이게 뭐야’라고 물으면 남자가 ‘케이크’라고 한다. 이 장면에선 갑자기 상황이 바뀌어서 웃긴가보더라.”

- 수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결국 주제는 사랑 같다. 그 안에서 느낀 다른 메시지가 있다면.

“보는 사람마다 다른데 사랑일 수도 있으나 나는 주제가 인생, 인간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좋은 사람이 되기 힘들고 그럼에도 마지막에 가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삶은 살 만하다는 걸 보여준다.”

- 공연 마지막까지 가져가야될 개인적인 숙제는 무엇인가.

“관객들에게 이들의 인생을 잘 보여주는 것. 누구나 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노력하지만 결국 우리는 불완전한 보통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든 연인이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인생은 살아갈 만하다는 메시지를 잘 전하고 싶다. 그게 이 작품이 주는 감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파멸같이 되지만 결국엔 이 둘밖에 안 남지 않나. 나는 그걸로 정말 가치 있는 삶이라고 본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특히 노력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 작품 때문에도 더 많이 스스로 질문을 했는데 일단은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고 들으려고 한다. 그래서 그 사람의 좋은 점이 있으면 나도 공유하고 싶고 배우고 싶고. 그 사람의 선한 영향력에 나도 마음이 생겨 바로바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내가 베풀고 싶거나 도와주고 싶으면 그냥 한다.”

- 요즘 자신한테 어떤 질문을 가장 많이 하나.

“‘나는 좋은 배우일까’ ‘나 잘 살고 있을까’ ‘좀 더 좋은 방향을 가지고 가기 위해서 내가 어떤 걸 해야 될까’ ‘배우로서 어떤 걸 더 경험하고 노력을 해야 될까’ ‘공연이나 영화 드라마를 보면서 관찰하는 나만의 방식 말고 또 새로운 게 없을까’ ‘어떤 방식이 있을까’ 등등이다. 그래서 최근에 연기스터디를 다시 해보면 어떨까 싶어 얘기를 하고 있다.”

- 연기스터디는 어떻게 하는 건가.

“뜻이 맞는 배우들이랑 같이 새로운 대사를 해보고 더 나은 연기를 위한 의견도 나눈다. 최근에 친한 배우들한테 얘기를 했다. 대표적으로 신성민과 윤나무가 있다. 이 친구들이랑 그런 대화를 되게 많이 한다. 좋은 방향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 공연을 보지 못한 관객을 위해 관전 포인트를 짚어 달라.

“정말 새로운 형식의 연극이다. 나에 대해서, 내 인생에 대해서,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이니까 한번 보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힘든데, 바이러스도 어떻게 보면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 때문에 파생이 되지 않나. 환경에 대한 얘기도 둘이서 끊임없이 토론하고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나도 이 작품을 계기로 훨씬 더 많이 노력하고 있다. 관객들도 그런 문제를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 마스크를 쓰고 힘들게 관람하는 관객들을 보면 어떤가.

“배우들끼리 그런 얘길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너무 걱정이 되지 않나. 한명 걸리면 여기 대학로는 다 끝나는 건데 그걸 감수하고 와서 봐주시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게 고맙고 감동이다. 우리가 더 잘하고 이 작품에 더 몰입해서 잘 표현해야 되겠단 생각도 한다.”

- 코로나19를 다 같이 잘 극복하자는 응원의 메시지 부탁한다.

“지금 너무 힘든 시기인데 항상 조심하셨으면 좋겠고 건강을 우선으로 챙겼으면 한다. 배우들도 관리를 잘 하고 있으니까 ‘렁스’ 보러 오실 때는 그래도 좀 마음 편히 보실 수 있도록 더 신경 써서 하겠다. 분명히 이 작품이 일상의 환기가 되는 부분이 있다. 방역을 정말 철저히 해서 좋은 공연 보여드리겠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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