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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하나·대구은행 '키코 배상안 불수용' 결론…자율조정 2라운드 예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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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차례 논의 기한 연장했지만 결국 배임 우려 털지 못해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신한은행, 하나은행, 대구은행이 키코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 금융감독원에 다섯 차례나 생각할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지만, 끝내 배임 우려를 털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배상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이들 은행은 분쟁조정을 신청하지 않은 자율조정 대상 기업에 대해선 은행권 협의체 등을 통해 배상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키코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이다. 정해둔 약정환율과 환율변동의 상한선 이상 환율이 오르거나, 하한선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손실을 입는다. 키코 피해기업 모임인 키코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키코에 가입한 기업들의 손실 규모는 3조원 가량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6개 시중은행에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조정을 신청한 4개 기업에게 최대 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분조위 이후 우리은행은 배상을 수락해 해당 기업에 42억원을 지급했다.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불수용하기로 결정했지만, 씨티은행의 경우 분조위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는 과거 판례를 기초로 해 배상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머지 세 은행 중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불수용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5번째 연장 요청 끝에 내린 결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복수의 법무법인 의견을 참고해 은행 내부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친 심사숙고 끝에 수락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으며, 최종적으로 이사회를 통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장기간의 심도깊은 사실관계 확인과 법률적 검토를 바탕으로 이사진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조정결과의 불수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도 이날 늦은 오후 이사회를 열어 불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법무법인의 법률 의견을 참고하여 심사숙고한 끝에 배상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라며 "해당 거래 업체에 발생한 회생채권을 두 차례에 걸쳐 출자전환, 무상소각한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은행의 불수용은 그간 금융권에서 예상했던 결론이었다. 이미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결이 난 만큼, 법적 근거 없이 분조위의 권고를 따르게 되면 은행의 주요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금감원 분조위 배상권고는 일종의 화해권고일 뿐 법적인 강제성은 없다.

키코공대위 요청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은행법 32조에 대해 "은행이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 키코 피해기업에 대해 지불을 하는 것은 은행법 제34조의2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유권해석을 내놨음에도 은행들의 우려를 풀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키코공대위는 은행법 32조2항을 은행들이 배임을 우려하는 근거로 추측하고, 금융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도 은행법에 대해서만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이지 배임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고 말한 건 아니다"라며 "금융지주는 상장기업인 만큼, 유력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은데, 해당 은행법 외에 다른 법적 근거로 이들이 키코 배상으로 손해를 봤다고 소송을 걸면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한 경영진 모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기업이라는 건 그만큼 이해관계자가 많다는 뜻이다"라며 "기업을 돕는 게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법일 수도 있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은행들의 불수용 소식이 전해지자 키코공대위는 깊은 실망감을 표했다. 조봉구 키코공동대책위원장은 "키코 피해기업은 고용창출과 경제를 살아숨쉬게 만드는 심장과 혈관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 중소기업이다"라며 "이들이 살아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남게됐다"고 밝혔다.

이어 "키코 피해기업들은 은행의 부당한 행위에 침묵하지 않고 더 길고 지루한 싸움을 이어나갈 것이다"라며 "정부의 제도개선, 국회 입법활동 등 고객으로 기만당했던 역사를 정당한 싸움을 통해 변화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키코 기업들이 배상을 받을 길이 완전히 닫힌 건 아니다. 은행들이 분조위 권고를 수락하지 않은 이유 중엔 채권 무상 소각 등 개별 기업과의 거래 내역 등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데다, 분조위에 참여하지 않은 15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자율조정 과정엔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간 은행권엔 금융위원회 분쟁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150여개 기업에 대해선 '은행권 협의체'를 통해 풀자는 방침이 정해져 있었다.

신한은행과 대구은행 측은 "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나머지 기업 중 금융감독원이 자율조정합의를 권고한 추가 기업에 대해선 은행협의체 참가를 통해 사실관계를 검토해 적정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 1월 은행권 협의체 참가 의사를 표한 바 있다.

다만 앞으로 펼쳐질 자율조정 논의 과정은 순탄해 보이진 않다. 10년이 넘은 사건이라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자율조정 대상 기업에 대해선 과거 판결을 바탕으로 배상하겠다는 씨티은행도 현재 사실관계 파악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조위라는 1라운드가 끝나고 다시 2라운드가 시작된 셈이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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