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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전염병과 증시, '반등의 역사' 사실일까

사스·신종플루·메르스 모두 두 자릿수 하락…통제되면 회복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과거 전염병 창궐 당시 주가 동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 전염병이 창궐하면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경제활동이 위축돼 경기는 물론 주식시장에도 악재가 된다. 실제 국내 증시도 전염병이 돌 때마다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바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 발생 39일만인 지난달 28일 코스피는 하루새 3.30%나 빠지면서 1987.01에 거래를 마쳤다. 이 기간 코스피 낙폭은 무려 12%가 넘는다.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09년 신종플루(H1N1·신종 인플루엔자A),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의 전염병 창궐 당시에도 국내 증시는 모두 두 자릿수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시황판 [사진=조성우 기자]

◆사스 때 30% 폭락…이후 V자 반등한 코스피

이 가운데서도 국내 증시에 가장 큰 충격을 안긴 전염병은 2002년 11월 중국에서 처음 확인된 사스다. 치사율 9.6%로 국내에선 확진자 4명에 사망자는 전무했다. 코스피는 피해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전염병 유행 자체만으로 크게 떨어졌다. 2002년 12월 고점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베이징 여행금지 권고를 철회한 2003년 6월까지 하락률이 무려 30%에 달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02년 중국에서 사스 첫 환자가 발생한 뒤 이듬해 절정에 이르면서 국내 증시는 급락한 바 있다"며 "물론 당시 새롬 분식회계 사건과 카드채사태, 이라크 전쟁, 북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 대내외 악재들이 중첩된 상황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확진자 규모가 서서히 정체되면서 투자심리는 빠르게 회복됐고 코스피는 사스 발병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20세기 이후 대표적 판데믹(Pandemic·전염병의 대유행)으로 일컬어지는 2009년 신종플루 때는 코스피가 뒤늦게 큰 조정을 받았다. 그 해 5월 최초 확진자 발생 이후 한달만에 백신이 개발되며 코스피는 5%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이후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서 지수는 추가로 11%나 떨어졌다. 이후 확산이 잦아들자 코스피는 펀더멘탈로 회귀했다.

2015년 5월 시작된 메르스 사태도 국내 증시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치사율이 39.5%에 달해 시장이 체감하는 공포는 컸다. 더욱이 정부가 초동 대응에 실패하면서 확진자가 급증했고 사망자도 단기간에 크게 늘어났다. 당시 국내 메르스 확진자는 186명, 사망자는 38명이다.

강재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메르스 국내 첫 확진 이후 열흘만에 사망자가 나오는 등 정부의 초기 대응에 미흡함이 드러나면서 국내 소비심리는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었다"며 "이는 코스피 하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실제 그해 5월 2150선을 향해 순항하던 코스피는 석달만에 1820선까지 빠지며 15%에 육박하는 낙폭을 기록했다. 메르스 여파는 여행·레저는 물론 내구소비재, 운송 등 업종 전반에 타격을 입혔다.

메르스 역시 발생 6개월여 만에 코스피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비록 메르스 창궐 이전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지수는 2000~2100선 수준의 무난한 흐름을 이어갔다. 여기서도 국내 확진자수 감소와 상황 종료 시기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코로나19도 통제될 전염병" VS "예단 어렵다"

이처럼 사스와 메르스 창궐 이후 국내 증시가 그려온 반등의 그래프는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급락국면을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데 힘을 싣는다. 코로나19 또한 전염병인 만큼 진정세에 접어들면 이연수요가 뒤따르면서 경기의 근본 추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오히려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뒤따른 정책적 유동성을 이끌어내 증시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1달 새 코스피는 12% 이상 하락했다. [그래프=한수연 기자]

유식민 삼성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코로나19와 과거 전염병 사례를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전염병 유행 초기 1~2개월 내 실물경기보다 심리적 위축이 더 크면서 증시 약세는 공통적 현상이다"며 "질병 통제가 확인되면 시장은 정상화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는 "국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불확실성은 극에 달했지만 반대로 질병에 대한 통제가 가능해지면 시장은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며 "모든 전염병은 결국 통제됐다는 점을 모범답안으로 삼고 펀더멘탈에 기반을 둔 베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금액이 최근 3년래 최대치에 근접해 현 지수는 통계적으로 바닥에 가깝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순매도가 과거 메르스 사태 때를 넘어섰고 평균적으로 외국인 매도로 급락한 지수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55거래일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수가 적절한 대응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전파 속도가 과거 그 어떤 전염병보다 빠르고 치사율도 계속 상승하고 있어 지수반등을 예단하긴 어렵단 의견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스트래터지스트는 "지난달 중순 이후 국내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격상됐고 증시 영향력도 커졌다"며 "앞으로 신규 확진자 급증 여부가 고비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에 비해 중국 경제의 전세계 영향력이 커져 국내 증시에 더 큰 충격이 따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미 확산을 넘어 사태 장기화가 현실화 됐고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부진과 내수경기 침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스 당시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 비중은 4.3%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6.7%로 높아졌다"며 "한국의 중국 경제 의존도도 과거보다 커졌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수연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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