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737NG 결함 논란' 속 보잉 책임은 어디에
2019.11.13 오전 6:00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사실 항공사들은 억울하죠."

최근 만난 국내 항공사의 고위관계자가 한 말이다. 미국 보잉사의 737NG(넥스트 제너레이션) 결함으로 항공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다.

국내외 항공업계는 737NG 결함 논란으로 연일 시끄럽다. 737NG의 '피클포크(Pickle Fork)'에서 균열이 발견되면서다. 피클포크는 동체와 날개를 연결하는 부위로 비행 과정에서 외부 공기 압력에 항공기 날개 접합부가 부러지지 않게 돕는 장치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크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예매했는데 불안해서 어떻게 타냐', '기종은 어디서 확인할 수 있는 거냐', '앞으로 A 항공사는 이용하지 않겠다' 등의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점검을 진행하고 있지만,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 국토부는 국내에서 운영 중인 737NG 150대를 대상으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3만 회 이상 비행한 항공기를 대상으로 점검을 진행하고, 3만 회 미만 비행한 항공기는 운항 횟수에 따라 차례로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태가 악화되자 전수 조사에 나선 것이다.

지난 10일까지 737NG 100대에 대한 점검이 완료됐고, 이 중 13대에서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사별로 대한항공 5대, 진에어 3대, 제주항공 2대, 이스타항공 2대다. 나머지 50대에 대해서는 오는 25일까지 점검을 마칠 예정이다.

항공사들은 큰 손실을 떠안게 됐다. 결함이 발견된 항공기는 운항중지 조치를 받았는데, 수리가 완료되기 전까지 가만히 세워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리 기간은 한 대당 약 2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공급 과잉과 '일본 보이콧'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항공업계는 한숨이 늘게 됐다. 운항 정지에 따른 손실은 물론 항공사 이미지 실추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제작사인 보잉에 책임이 있다. 피클 포크는 9만 회 비행에 견디도록 설계됐는데, 이에 절반도 운항하지 않았음에도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 3만 회 미만 운항한 항공기에서도 균열이 발생했으니 보장했던 기간의 3분의 1도 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항공사들이 보잉 항공기를 쓰고 있는데, 대립각을 세울 경우 향후 거래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항공업계 관계자는 "피해를 봐도 참을 수밖에 없다. 어느 항공사가 나서서 문제 제기를 하겠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항공업계에서는 보잉의 제작 결함에 따른 피해에도 참는 게 불문율이 됐다.

그렇다고 보잉이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아니다. 보잉은 현재 부품 교체만 내세울 뿐 결함 원인 규명과 보상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균열 부분을 때워주겠다며 '땜질 처방'을 제안했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했다.

보잉은 이미 737맥스 추락 사고로 인해 명성에 금이 간 상태다. 업계에서는 보잉이 7년간 지키고 있던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자리를 에어버스에 넘겨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잉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세계 1위' 타이틀을 뺏기는 것은 물론 위상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안전'이 곧 생명인 항공업계에서 잇단 사고와 부적절한 대응을 이어가는 보잉의 태도는 위험천만해 보인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