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SS화재 대책 내놨지만…원인은 여전히 '깜깜'
2019.10.21 오전 6:00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가 계속되자 삼성과 LG가 고강도의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6월 정부의 화재원인 조사 발표 뒤에도 화재 3건이 발생하자 국회 국정감사 등 각종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여기에 산업생태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터져 나오면서 기업들이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발생한 국내 ESS 화재는 26건으로 이 중 14곳에서 LG화학 제품이 사용됐다. 삼성SDI 제품은 9곳에 쓰였고, 나머지 3곳은 인셀 등 군소 업체 제품이다. 지난 6월 정부의 ESS 화재 조사 발표 이후에도 LG화학 2건, 삼성SDI 1건의 추가 화재가 발생했다.

계속된 ESS 화재로 인해 국내 ESS 시장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ESS 수주가 지난해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으며 3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하회할 전망이다. LG화학 역시 올해 ESS 화재관련 보상금과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만 3천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이들 업계는 에너지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고강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삼성SDI는 최근 국내 전(全) ESS에 특수소화시스템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은 첨단약품과 열확산 차단재로 구성돼 특정 셀이 발화하더라도 바로 소화시키고 인근 셀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LG화학 역시 연말까지 ESS 교체를 포함한 고강도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2017년 중국 남경산 배터리 ESS의 가동률을 70%로 제한하고 관련 비용을 전액 LG화학 측이 부담하기로 했다. ▲모듈퓨즈 ▲서지 프로텍터 ▲랙퓨즈 ▲IMD(자동전원차단장치) 등의 안전장치도 설치했다

하지만 문제는 ESS 화재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것이다. 임영호 삼성SDI 부사장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화재 시 ESS 관련 모든 부품이 소실되기에 원인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임 부사장은 ESS 사업장의 관리부실 때문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해외보다 국내에만 화재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해외, 국내 모두 동일제품"이라며 "해외 사업장은 전력망 운영 경험도 있고 규정된 환경 속에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국내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화재가 발생한 상당수의 국내 사업장에서 ESS 운송 낙하 또는 취급 부주의, 정리정돈 상태 불량 등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소화장치 설치와 사업장 교육 등 변죽만 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잘못은 정부에게 있다. 지난 6월 '민관합동ESS화재사고원인조사위원회' 결과 발표 이후에도 사고가 계속되면서 배터리 강국의 위상은 곤두박질쳤으며 시장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 결국 정부는 2차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다시 ESS 화재원인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ESS는 출력이 불안정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의 전력 안정화를 유지시켜 주는 중요한 기계다. 에너지전환정책의 핵심에는 ESS 사업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조속히 ESS 화재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걸맞는 대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