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야, 미술관이야'…백화점업계, 생존전략 다시 짠다
2019.10.10 오후 4:56
미술품 전시·판매로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상위 1% VIP 호응 높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 트렌드가 점차 변화되면서 오프라인 채널 기반인 백화점들이 '체험'을 강조한 매장 구성으로 생존 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다. 특히 백화점의 '고급' 이미지와 맞는 '미술' 작품을 점포 안으로 끌어들여 프리미엄 이미지를 높이고 세밀화 된 고객들의 니즈도 충족시킨다는 방침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최근 고가 미술품 전시를 넘어 판매까지 나서며 상위 1% 고객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명품 구매에 적극 나서던 VIP 고객들이 예술 작품에도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매출 중 상위 1% VIP 고객의 상품 구입액은 한 해 백화점 전체 매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상위 20% VIP 구입액이 매출의 80%나 된다"며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VIP 고객은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명품을 넘어 예술 작품 구매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은 이들을 겨냥해 잠실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 고급 미술품 매장 '벨라뮈제'를 오픈, 현재까지 600억 원 가량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오는 11월 30일까지 팝업 매장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국제적으로 고가 미술품을 성공적으로 경매해 명성을 얻은 후랭키 배 화백의 ;후(hoo)1906070149'와 리오넬 에스테브의 '세브르 박물관 컬렉션-무제-Ⅳ(Museum Sevres Collection_SANS TITRE_IV)' 등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금까지 후랭키 배 화백의 컬렉션 5점이 약 5천만 달러에 계약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일단은 팝업 매장으로 선보였지만, 고객 반응을 토대로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등 일부 점포에 정식 매장으로 선보일 지 현재 검토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 있는 고급 미술품 매장 '벨라뮈제' [사진=롯데쇼핑]


롯데백화점이 이 같은 성과를 거두자 인근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도 자극을 받아 현대미술 작품 전시로 맞불을 놨다. 직접적인 판매를 하진 않지만 고객이 원할 경우 작가와 연결시켜 작품 구매까지 원활히 이뤄지도록 돕는다는 방침이다.

오는 11일부터 31일까지 현대백화점이 무역센터점에서 선보일 작품들은 '순간을 조각에 담다'라는 주제로 국내 유명 현대미술 작가들이 만든 조각·설치예술·미디어 아트 등 100여 점이다. 이번 전시회는 국내 유명 미술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현대미술을 더 친숙하게 대할 수 있도록 진행하는 '아트 바이 더 현대(Art x The Hyundai)' 프로젝트의 첫 번째 전시다.


출품 작가로는 '자연의 소리' 설치조각으로 환경을 생각하게 하는 이성옥, '긴 여정' 시리즈로 자연의 본질을 표현하는 정욱장(울산대학교 예술대학 교수), 추상회화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재구성한 윤형재 등 6명이다.

또 오는 20일 무역센터점에선 작가와 고객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아트 토크'를 진행한다. '아트 토크'는 이후창 작가의 작품 세계와 '일상생활의 환경조각'를 주제로 한 강연이 진행된다. 참가를 원하는 고객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문화센터에서 신청하면 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체험형 시설을 강화하고자 미술 작품 전시에 적극 나서고 있고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라며 "VIP 고객들은 미술관 전시회 티켓을 제공하거나, 프라이빗 도슨트 행사 등을 통해 좀 더 전문적으로 전시 행사를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도 점포별로 갤러리 운영을 통해 미술 작품을 전시, 고객들의 관심 끌기에 적극적이다. 현재 센텀시티점, 광주신세계, 대구신세계 등 3개 점포에서 갤러리를 운영 중으로, 한국 회화의 거장 김환기 등 유명 작품전시는 물론 크리스티, 옥션별과 같은 유명 미술품 경매프리뷰 행사, 피카소, 로이 리히텐슈타인 & 앤디 워홀전 등 여느 유명 갤러리 못지 않은 작품을 갤러리에서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본점 트리니티 가든은 마치 뉴욕 현대미술 박물관(MoMA)의 조각공원을 서울 도심 한복판으로 옮겨놓은 듯한 조각공원으로 꾸며 본점의 랜드마크로 자리해왔다. 이곳에는 모더니즘 미술의 거장 헨리무어, 호안미로, 제프쿤스 등 수년간에 걸쳐 수집된 작품들을 자연적, 계절적 요소를 고려 최상의 풍경을 제공하도록 고안돼 백화점 고객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신세계에 고객들이 작가들의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현장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관련 행사도 마련했다. 오는 27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와 아크갤러리에서 열리는 '리얼-작가의 방' 전시회는 광주를 기반으로 국내외 활발히 활동하는 중견 작가와 신진작가 등 총 81여 명의 460여 작품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자신의 생활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을 상담받을 수 있으며, 직접 구매도 할 수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 6월 한국 추상 미술의 거장 박서보 화백과 손잡고 '서보 위드 더 갤러리아'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압구정동 명품관에서 진행했다. 또 서보 위드 더 갤러리아 기념품을 판매하는 '기프트샵'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9% 신장했으며, '기프트샵' 객수는 26% 신장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오직 갤러리아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던 박서보 화백의 서명이 담긴 아트프린트 액자 3종을 모두 구입하는 고객들도 많았다"며 "지방에서 일부러 이 작품을 구입하러 오는 고객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백화점들이 미술 작품 전시 및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온라인 쇼핑에 밀려 고객들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에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콘텐츠를 지속해서 선보여 고객에게 차별화 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집객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와 상품 경쟁만으로는 기존 백화점이나 다른 유통채널과 차별화하기 어렵다"며 "미술 전시 및 판매는 백화점 고객들에게 다양한 예술품에 대한 체험을 제공하고, 지역 신진 예술 작가들의 등용문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백화점을 콘텐츠 체험공간으로 변화시켜 백화점을 찾는 방문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