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현장] 韓·日 갈등 속 한일경제인회의…"경쟁 속 협력 통해 공존해야"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애초 예정보다 6개월 연기…'급변하는 세계경제 속 한일협력' 주제로 논의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이후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가운데, 한·일 경제인들이 만나 양국 간 경쟁 속 협력을 통한 공존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양국 간의 건설적인 관계 회복을 위해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일경제인협회와 일한경제인협회는 24일부터 이틀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당초 올해 경제인회의는 올해 3월 개최 예정이었으나, 양국 관계 냉각 등의 이유로 6개월 연기돼 이날 이뤄졌다.

이번 회의에서는 '급변하는 세계경제 속의 한일협력'을 주제로 새로운 50년의 한일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하기 이전에, 현재의 얼어붙은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 속 양국 경제인들은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 섞인 발언을 잇따라 했다.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는 양국 주요 참석자들의 모습. [출처=한일경제인협회]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는 양국 주요 참석자들의 모습. [출처=한일경제인협회]

먼저 김윤 한일경제인협회장(삼양홀딩스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일 양국은 숙명적 이웃으로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세계 시장에서 선의로 경쟁하면서 최대한의 협력을 통해 공존해야 하며, 공통 해결과제가 산적했기에 소통과 협력이 절실하다"며 "그런 점에서 최근 양국 관계의 갈등과 경색이 안타깝고 상호간 입장 존중을 바탕으로 대화와 협력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경제는 생산·분배·소비로 이뤄진 유기체로 한·일간 수평분업은 부품·소재·장비 등의 제품으로 연결된다"며 "양국 기업은 이념이 아닌 현실을,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며 기업의 본질은 투명한 경영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 재정에 기여해 미래에 공헌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인협회장도 이에 화답하듯 양국 관계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965년 당시 양국 간 무역액은 2억달러였는데 지난해 850억달러로 급등했고, 양 국민 간 왕래는 1998년 약 290만명에서 지난해 1천50만명까지 늘어났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양국이 구축한 상호 호혜적인 경제 관계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사사키 회장은 "양국의 정치·외교 긴장감 고조는 기업의 경영 및 리스크 판단에 악영향을 끼치며 그런 점에서 정부 간 대화 진전으로 긴장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며 "한·일 양국이 현재 정체 상태에서 탈피해 양국 국민들의 이익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경제계에서도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을 진정성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사키 회장은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 확산은 대단히 마음이 아프다"고 밝히기도 했다.

축사에서는 양국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 한일 간 교역·교류 확대를 위해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질서를 역내에 확고하게 정착시켜야 한다"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세계무역기구(WTO) 다자체제를 위협하는 일방주의 보호무역주의 물결에 맞서는 것은 양국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의 '보호무역주의'에 바탕한 일련의 정책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일본이 자유무역국가로서 해야 할 의무를 강조한 것이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는 "한일 양국은 고용창출, 금융, 제3국 협력 등의 면에서 떼려야 뗼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말할 필요 없이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이익을 준다"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민간 차원에서 경제와 문화교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손경식 한국경제인총연합회(경총) 회장이 기조연설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손 회장은 "한일 간 갈등 심화는 상호 손실을 가져다줄 뿐이고, 오히려 역내 제3국에게만 이익을 주는 역설적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한일 양국은 감정의 응어리를 뛰어넘어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역내 질서에 대한 현실적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양국 간의 관계 회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원료, 부품을 수입하고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거나, 반제품을 중국에 수출한 후 중국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공급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미국, 중국, 동남아 등 많은 국가들이 밀접하게 상호 연계되는 국제분업 체계가 선순환 발전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한일간 무역분쟁은 양국 기업들 사이에 다져온 오랜 신뢰관계를 훼손하고 국제 공급망에 예측불가능성을 초래하는 것으로 국제분업의 선순환 구조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한일 양국 기업들 모두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부의 협력을 통해 동반 하락이 아닌 동반 성장의 길로 같이 나아가길 희망한다"며 "한국과 일본의 강점을 서로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세계공급망을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겸 한일경제인협회장. [출처=한일경제인협회]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겸 한일경제인협회장. [출처=한일경제인협회]

고가 노부유키 일한경제협회 부회장은 양국이 '이노베이션(혁신) 창출'과 '저출산 고령화 사회'라는 공통 과제에 대해 고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을 외치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정부 차원에서 '소사이어티 5.0'을 시행하고 있으며, 양국 모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출산율은 한 가족당 1명 내외에 머무르고 있다.

고가 부회장은 "구체적인 안건을 추진하기 위해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지만 양국 재계가 한자리에 모여 교류를 하는 자리가 갖는 의미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며 "공통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계기로 삼아 민간기업이 노력해서 과제 해결을 하고 이를 비즈니스화할 수 있다면 양국 재계가 함께 만나 대화하는 것에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일경제인회의는 1969년 첫 회의를 개최한 후 지금까지 빠짐없이 개최된 한일 민관합동회의다. 이번 회의에 한국 측에서는 김윤 회장을 단장으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손경식 경총 회장,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이수훈 전 주일한국대사를 비롯해 류진 풍산그룹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손봉락 TCC스틸 회장,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 정탁 포스코 부사장 등 203명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사사키 미키오 회장을 단장으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 고가 노부유키 부회장(노무라홀딩스), 아소 유타까 부회장(아소시멘트), 오카 모토유키 부회장(스미토모상사), 우에다 카츠히로 부회장(오오가키정공), 이미즈 하루히로 부회장(일간공업신문), 이케다 마사키 부회장(호텔오쿠라), 도쿠라 마사카즈 부회장(스미토모화학), 무라카미 노부히코 부회장(도요타자동차) 등 102명이 참석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현장] 韓·日 갈등 속 한일경제인회의…"경쟁 속 협력 통해 공존해야"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