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효자상품 '핸드백', 애물단지 전락…소비양극화 직격탄
2019.09.23 오전 6:00
핸드백업계, 온라인·드롭 마케팅 통해 새롭게 생존 모색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백화점에서 여성복과 함께 매출 효자로 불렸던 '핸드백'이 오프라인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소비패턴이 백화점 중심에서 온라인 쇼핑몰로 이전되고, 매출 부진으로 수수료 부담을 느낀 기성 업체들이 백화점에서 잇따라 매장을 철수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이 올해 들어 핸드백 매장 면적을 대폭 축소하고 나섰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올해 1월에만 '덱케'와 '랑방', '리누이' 등 3개 브랜드가 한 꺼번에 사라졌다. 현재 핸드백 매장은 기존보다 40% 축소됐다. 부산·잠실 등 롯데 주요 점포 역시 핸드백 매장 면적을 약 30%를 줄였다.

[사진=아이뉴스24 DB]


현대백화점은 신촌·미아·목동·중동·판교·대구·울산 등 10개 점포의 핸드백 매장을 해외 패션, 의류 등으로 채워 넣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이번 시즌 매장 개편에서 연관 구매율을 높이기 위해 영등포점의 핸드백 브랜드를 여성복 브랜드 쪽으로 대거 이동시켰다. 핸드백 브랜드가 모여 있으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국내 핸드백 브랜드들이 최근 몇 년간 계속 (매출이) 안좋았다"고 말했다.


이같이 핸드백 브랜드들이 잇따라 백화점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배경에는 소비양극화에 따른 매출 부진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롯데백화점에서는 2016년 이후 핸드백 상품군 연간 매출 신장률이 1%대에 그쳤고, 지난 7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3.6%나 감소했다. 다만 1~8월 매출은 1.5% 가량 소폭 올랐다. 현대백화점은 매년 0.5~3% 줄었고,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에만 매출이 11% 감소했다.

이로 인해 기존에 인기를 끌던 국내 브랜드들도 매출액이 급격하게 꺾였다. '루이까또즈'를 운영하는 태진인터내셔날은 매출액이 2015년 1천500억 원에서 2년 만에 1천100억 원대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1천억 원대 마저도 무너졌다. 작년 매출액은 9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9%, 영업이익은 70억 원으로 무려 33.2%나 떨어졌다.

'메트로시티'를 전개하는 엠티콜렉션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2015년 1천192억 원, 2016년 1천189억 원, 2017년 1천10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소폭 감소하다, 지난해에는 1천33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 가량 매출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어중간한 가격대에 있는 국내 핸드백 브랜드 대신 명품이나, 트렌드에 맞춘 디자이너 제품을 구입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특히 중저가 신진 디자이너 핸드백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을 통해 인기를 끌면서 기존 핸드백 브랜드들의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루이까또즈]


이에 백화점들은 디자이너 핸드백만 소개하는 편집숍을 선보이거나, 명품을 강화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11월 10만 후반~ 20만 원대인 디자이너 핸드백 편집숍 '백야드'를 선보였고, 올해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주요 명품 브랜드의 매장 리뉴얼도 진행했다.

핸드백 업체들도 이에 맞춰 태세 전환에 나섰다. 최근 1년 사이 덱케, 러브캣, 제이에스티나, 블랙마틴싯봉 등이 백화점 매장을 접고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고, 라움보야지는 사업을 중단했다. 한섬은 지난해 8월 랑방 액세서리 라이선스 사업 계약이 종료되자 계약 연장 없이 사업을 중단했다. LF는 올해 3월 젊은 층을 겨냥해 '헤지스액세서리'의 세컨 브랜드인 'HSD'를 온라인에만 내놨다.

조직을 축소한 곳도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 액세서리'를 빈폴 사업부로 통합시켰고, 패션그룹형지는 '까스텔바쟉 핸드백'을 골프로 흡수시켰다. 현대지앤에프와 한섬의 통합으로 루즈앤라운지, 덱케 등은 한 개 사업부로 합쳐졌다.

온라인으로 전환한 일부 브랜드는 조금씩 성과도 보이고 있다. 한섬 '덱케'의 경우 지난 3월 온라인으로 전환한 후 매출은 다소 줄었으나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으며, 주요 온라인 몰에서 지난달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분크, 뮤트뮤즈 등 온라인 전문 브랜드들도 매출이 꾸준히 증가해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에서 매월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시장 변화에 맞춰 주요 고객층인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드롭 마케팅'을 펼쳐 새로운 생존 방안을 마련했다. 기존에는 계절 변화에 맞춰 시즌 상품을 한꺼번에 선보였다면, 최근에는 매주 특정 시간에만 트렌드에 맞는 신제품을 소규모로 선보이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쿠론'과 '분크'다. '쿠론'은 매주 금요일 신상품을 선보이는 'T.C.I.F(Thanks, Couronne, It's Friday)'를, '분크'는 매주 수요일마다 신상품을 출시하는 'VWD(Vunque Wednesday Drop)'을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판매됐던 기존 국내 핸드백 브랜드 매출은 앞으로도 역신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로 인해 제조업체들이 인건비, 매장 관리비 등이 들어가는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거나, 10~20대 고객을 공략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