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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 잊히지 않길"…'힘내리' 이계벽 감독의 진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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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주변에 소외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손을 내밀어주셨으면 좋겠다."

이계벽 감독은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 것 역시 아직도 고통 속에 살고 있는 피해자들이 "이 일이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기 때문. 16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그 날의 사고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고, 이를 딛고 더 희망찬 미래를 꿈꾸길 바라는 '착한' 마음이 딱 맞아떨어진 영화다.

 [사진=용필름]
[사진=용필름]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하루아침에 딸 벼락을 맞은 철수(차승원 분)가 자신의 미스터리한 정체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반전 코미디 영화로, 코미디 영화로만 무려 1400만 관객을 웃긴 '원조 코미디 맛집' 배우 차승원과 '럭키'로 약 7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이계벽 감독의 만남으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차승원이 열연한 철수는 소문난 맛집 '대복 칼국수'의 수타면 뽑기 달인이자 가던 길도 멈추게 하는 심쿵 비주얼의 소유자다. 하지만 외모와는 달리 아이 같은 순수한 반전 매력을 가졌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 분)을 만나 계획에 없던 여행을 떠나며 점차 부녀의 정을 나누게 된다.

코미디 영화로 알려졌지만,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건 아니다. 바로 '반전'이 핵심 포인트. 철수는 사실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 당시 많은 사람들을 구한 소방관이다. 하지만 그는 사고 후유증으로 지적장애를 앓게 됐다. 영화는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을 사실적이지만 무겁지 않게 다루며 관객들에게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자칫 신파로 흐르거나 희화화한 것이 아니냐는 날선 시선을 우려해 제작진과 배우들은 더욱 심혈을 기울였고, 이 같은 노력은 고스란히 스크린 속에 담겼다.

 [사진=NEW]
[사진=NEW]

이계벽 감독은 최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 소재는 제가 용필름에서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있었다. 사실 처음엔 이 작품을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조사를 하면서 안전문화재단 분들을 만났는데, 그 분들은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좋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잊히는 것이 두렵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나니 안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그 분들은 그 당시, 실제 상황에 대한 말씀을 못하겠다고 하신다. 16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고통을 받고 계셨다. 그 점에서 많이 놀랐고, 피해자분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전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촬영은 대부분 실제 사건이 일어난 대구에서 진행됐다. 이 감독은 "현실감이 드러나지 않으면 저도 미안한 마음이 크고, 보시는 분들에게도 진실 되게 다가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꼭 처음부터 끝까지 대구에서 촬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사실 화재가 일어났던 장소에서 촬영이 정말 어려웠다. 굉장히 번화한 곳이고 교통도 만만치 않았다"라고 대구 촬영 자체가 굉장히 힘들었다고 밝혔다. 각고의 노력 끝에 계획대로 대구에서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 하지만 단 하나 실제 장소에서 못 찍은 곳이 바로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항상 밥을 먹는다는 곰탕집이었다. 이 감독은 "촬영이 정말 불가능할 정도로 작고 좁았다. 할 수 없이 다른 곳에서 촬영을 했다"고 전했다.

 [사진=NEW]
[사진=NEW]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이승엽 선수의 특별출연 역시 이 감독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이승엽 선수는 대구의 상징이 아니냐. 하지만 부끄러움이 많으신 것 같더라. 출연을 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지만, 거절을 많이 하셔서 촬영하기 1주일 전까지도 결정이 안 났다. 설득을 계속 했는데 결국 출연을 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고 특별출연을 해준 이승엽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철수와 영수(박해준 분) 형제가 칼국수 집을 운영하는 것 역시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 감독은 "장애를 가진 아들이 일상생활을 하게 된다면,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고 자기 일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을 할 것 같았다. 가족끼리 가게를 하고 철수는 수타면을 뽑아서 넘겨주면 손님들을 마주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철수가 수타면 뽑기 달인이 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차승원 배우와 연기에 대한 상의를 정말 많이 했다. 혹시라도 장애를 가진 분들을 희화화했다는 말이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선천적인 장애가 아니라 사고 후유증으로 생긴 것이기 때문에 연기 톤을 결정하는 것도 힘들었고, 우려도 컸다. 하지만 차승원 배우가 정말 잘 해주신 것 같다. 배우 스스로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전체적인 톤을 잘 유지하면서도 궁금증, 엉뚱함까지 다 적절하게 담아냈다고 생각한다"고 철수라는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했던 고민들을 털어놨다.

 [사진=NEW]
[사진=NEW]

이 영화가 가진 미덕은 '따뜻함'이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배려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따뜻한 마음들이 하나 둘 모여 엄청난 기적이 이뤄진다. 꽉 막힌 도로, 조폭들의 도움으로 구급차가 지나갈 길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백혈병을 앓고 있는 샛별에게도 도움의 손길이 전해진다. 샛별은 같은 병으로 입원해 있는 친구들과 생일 선물을 전하며 "버텨"라고 말하고, 함께 스티커를 붙이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조폭 이야기는 아프고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손을 내밀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넣었다. 그런 분들도 도와주고 마음을 열어준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며 "백혈병도 사실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완치 할 수 있는 병이라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면 살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위해 설정을 했다"고 말했다.

"제가 주변에 알고 있는 모든 분들은 누굴 도와주는데 앞뒤 안 가리시는 것 같다. 다만 내가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 건지,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야 하는지 몰라서 못할 뿐이다. 대구지하철 사건뿐만 아니라 주변에 소외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시선, 손을 내밀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이 마음이 부디 잘 전달이 되길 바란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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