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컬처] 편견 없는 배역 분배·2인 21역 유쾌 전개…연극 ‘오만과 편견’
2019.09.07 오후 12:42
김지현·이동하·정운선·윤나무·이형훈 “힘들지만 새롭고 흥미로운 작품”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인물의 구성에 따라 배역을 분배하다보니 엘리자베스(리지)와 다아시를 중점으로 자연스레 젠더프리가 이뤄졌어요. 이런 편견 없는 분배의 시도가 젠더프리의의 시발점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박소영 연출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퇴계로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진행된 연극 ‘오만과 편견’ 프레스콜에서 2명의 배우가 성별·연령대를 넘나드는 연기를 펼치는 것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의 장편소설을 각색한 연극 ‘오만과 편견’은 19세기 영국 시골마을에 젊고 부유한 신사가 이사 오고, 딸들에게 좋은 배우자를 찾아주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던 베넷부부가 딸들을 시집보낼 계획을 세우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본 스토리는 영국 중상류층 여성의 삶과 서로 다른 계급의 청춘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하지만 결혼을 결정하는 이유가 단지 상대방의 가문·재산·명성 등 외적 조건뿐이었던 당시의 시대적인 분위기를 풍자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주인공 리지와 다아시를 중심으로 베넷가문 식구들, 다아시의 친구와 어린 여동생, 군인 등 성별·연령·직업 등 각기 다른 21개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2명의 배우가 모두 소화한다.

박 연출은 “영국에 가서 영국 연출·배우들이랑 워크숍을 하고 왔다. 라이선스 작품이기 때문에 큰 변화는 줄 수 없는 상태였고 무대도 비슷하게 가지고 왔다”며 “영국 연출이 배우들이 바뀌는 순간의 호흡 등 두 배우에게 집중되는 연극이었으면 하셔서 무대는 필요한 부분만 미니멀하게 남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명이나 음악은 한국프로덕션에 맞게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부분들에 힘을 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레이션이랑 신이 같이 진행되는 공연인데 내레이션에도 배역으로서 뱉게 돼 있다”며 “1차 번역을 끝내고 배우들과 만나서 2주가량 내레이션을 할 때 최대한 감정을 잘 다룰 수 있는 과정을 공부했다”고 밝혔다.

김지현은 “2인극을 생각해보니 예전에 ‘그자식 사랑했네’라는 연극을 한 적이 있더라. 그때도 둘이서 많은 것을 상상으로 채워나갔다”며 “이번 작품은 1인 다역을 하면서 작품을 쭉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작품의 멀티 개념과 또 다르게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고전적인 결이 있어서 그런지 메인 캐릭터가 있고 나머지가 서브가 아니다”며 “모든 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서 다 고르게 그 순간순간을 같이 쭉 살고 있어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형훈은 “각각의 캐릭터들이 작품 안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2명이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하다 보니까 작품이 가고자하는 목표지점을 위해 각각의 캐릭터가 전부 도와준다고 생각을 한다”며 “감정을 잘 따라갈 수 있어서 오히려 도움을 받으면서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지현은 “이런 작품을 하는 것도 처음이라서 힘들지만 굉장히 재미있다”며 “분량이 많아서 물리적으로도 힘들었는데 해내고 나니까 막상 관객들하고 만났을 때의 재미가 더 커지더라”고 강조했다.

또 “상대 배우랑만 오롯이 호흡을 맞춰야 되는 2인극이다보니 각각의 배우들이 너무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호흡을 맞추는 재미들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동하는 “내가 원래 대사를 잘 못 외우는데 이렇게 많은 대사량은 처음 경험한다”며 “84페이지의 분량을 둘이서 다 외우느라 엄청난 압박감이 있었다. 프리뷰 때 틀린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외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2주 동안 하루에 7~8시간 정도 대사를 외우는 데만 집중을 했다”며 “그렇게 하다보니까 뒤에 가서는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도 따라오게 되고 점점 암기력이 향상되는 것도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다른 작품을 했을 때 이 정도의 암기력이라면 다른 작품도 수월하게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생겼다”며 “끝날 때까지 계속 대본을 놓지 않고 노력해서 외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운선은 “워낙 트랜스도 많고 이 역할을 했다가 저 역할을 했다가 하면서 결국엔 끝 지점을 향해서 모두 달리고 있는데 김지현이 연습 때 ‘이렇게 마지막에 가만히 서서 대사를 하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눈물이 날 지경’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리지아 다아시 두 사람의 사랑으로 끝이 나는데 오전 8시부터 시작해서 쭉 달리다보면 정말로 그 순간에는 서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 같다”며 “온전히 두 사람이서 서로한테 의지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같이 숨 쉬고 같이 호흡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우여곡절을 뚫고 사랑하게 된 리지와 다아시의 마음을 백번 공감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의견을 보탰다.

윤나무는 “내가 사실은 상남자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래서 제인이라는 캐릭터가 내 마음속에 들어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캐릭터 하나하나를 최대한 거짓 없이 표현을 하고 싶은데 35년 동안 그런 DNA 없이 살다가 그걸 연구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인이나 그 밖의 많은 캐릭터를 하나하나 이해해 가면서 조금씩 나를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다. 그런 과정들이 너무나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연출님이 기관사로서 앞에서 운전을 해주시면 우리가 뒤에서 석탄을 캐서 기관차를 움직이게 만들려고 한다”며 “애정이 넘치는 폭주기관차를 공연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잘 운행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연극 ‘오만과 편견’은 지난달 27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개막해 10월 20일까지 공연된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