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헤드윅’ 윤소호 “숙제 많은 작품…매순간 데뷔 때처럼 긴장돼”
2019.09.06 오전 6:15
“애드리브 하는 순간 어린 티 나…인물 좀 더 진실되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공연제작사 쇼노트는 지난해 연극 ‘알앤제이’(R&J) 초연으로 인연을 맺은 데뷔 9년차 배우 윤소호에게 한 가지 큰 숙제를 던진다. 아직 20대인 그에게 뮤지컬 ‘헤드윅’의 국내 12번째 시즌 타이틀롤 출연을 제의한 것이다. 어떤 가능성을 본 것일까?

과거의 아픈 상처를 딛고 음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동독 출신의 트랜스젠더 가수로 분해 자신의 얘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며 섬세한 내면 연기를 펼쳐야 한다. 뿐만 아니라 로커로서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하는 강한 카리스마도 필요하다.

‘파격 변신·새로운 시도’라는 부담감과 열한 번의 시즌을 거쳐간 쟁쟁한 선배들의 존재에 대한 압박감, 무엇보다 어린 나이 때문에 윤소호의 고민의 시간은 길었다. 심사숙고 끝에 도전을 결심했지만 그는 연습기간 내내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만 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대사가 너무 많으니까 대본이 안 외워졌어요. 초반엔 새벽 5~6시까지 외우고 자도 아침 9시가 되면 다시 리셋이 되고 또 10시부터 외우고. 그게 일상이었어요. 대본을 다 외운 후엔 정해진 드라마를 표현하는 게 관건이었죠. 어차피 잘하는 형들을 따라 하고 싶어도 못 따라 하니 ‘나는 나만의 헤드윅, 형들은 형들만의 헤드윅’ 이런 마인드로 내 길을 가고자 했어요.”


베일을 벗은 윤소호의 헤드윅은 과하지 않고 진솔하게 대본의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며 관객의 마음을 연다. 어려 보이지만 공감을 이끄는 자신만의 설득력이 있기에 그 자체가 매력이 된다. 비주얼과 노래, 몸짓, 표정 하나하나 두말할 나위 없이 그야말로 헤드윅이다.

개막 후 3회 공연을 마친 윤소호를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매 질문 깊은 생각을 한 뒤 진지하게 내놓은 답변에는 그의 고민과 뚝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진=정소희 기자]
다음은 뮤지컬배우 윤소호와의 일문일답.


-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엔 사실 고민을 되게 많이 했다. 스케줄 부분도 있었고 여러 가지 생각들도 많아서 회사 대표님이나 다른 배우 형들과 얘기를 많이 하느라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나이가 어리니까 내가 표현하는 헤드윅의 인생 이야기가 관객들이 원하는 느낌으로 비칠지에 대한 고민이 제일 컸다. 못할 것 같은 이유와 해야 될 것 같은 이유를 놓고 정말 많이 생각하고 공유했는데 ‘지금 하기엔 이른 것 같다’는 주변의 반응이 6대 4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이 작품에 너무 겁을 먹고 있는 내가 웃겨서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이것 또한 대한민국 극장에서 하는 대한민국의 뮤지컬이고 내가 알고 있는 선배 형들도 많으니까 ‘그럼 한번 도전해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사실은 행복한 고민이었다.”

-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고 있는 지금은 어떤가. 하길 잘 한 것 같나.

“그렇다. 나에겐 첫 번째 시즌이고 아직 초반이라 다른 공연들에 비해서 매 순간순간 긴장이 엄청 된다. 그런데 첫 공연과 두 번째 공연을 하면서 오만석 형이나 조승우 형이 왜 이렇게 오래하는지 알 것 같더라. 이 작품이 관객에게 주는 매력도 분명 있겠지만 즐기면서 재밌게 할 수 있다면 배우에게도 아주 좋은 영향을 준다. 나도 가능하다면 형들처럼 오래 이 작품을 하면 시즌을 거치면서 더 좋은 헤드윅이 만들어질 거라는 생각도 했다.”

- 어쩌면 이른 나이에 시작한 것이 다행스럽기도 하겠다.

“지금 만석이 형이 우리 팀에서 제일 고참인데 형이 ‘헤드윅’을 처음 했을 때가 30대 초반이었다고 하더라. 형들도 처음엔 다 힘들었다고 하니 ‘나도 14년 뒤엔 더 잘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해보긴 했다. 이런 공연을 먼저 만난 것에 대해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지 않나. 너무 감사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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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헤드윅’을 처음 봤을 때의 감상은 어땠나.

“24세 때 처음 봤는데 관객으로서도 이 공연을 보고 모든 걸 이해하기엔 어린 나이였던 것 같다. 그때 생각했다. ‘20대가 할 역할은 아니다’라고. 내가 나중에 혹시 ‘헤드윅’을 하게 된다면 30대 중반쯤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다. 또 ‘이런 뮤지컬도 있구나’ 싶어 놀랐다. 내가 생각했던 기존의 정형화된 뮤지컬의 틀이 좀 많이 깨졌던 작품이다.”

- 아픔이 많은 이 캐릭터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처음 하는 배우라면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웃음) 가장 좋은 건 우리 연출부와 했던 배우들·밴드 형들, 이 작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우리 컴퍼니 안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14년 전부터 한 만석이 형과 같은 무대에 서야 하는데 첫 공연 전까지 몇 개월밖에 안 남았으니 당연히 난 지름길이 필요하지 않나. 지름길이 뭐야, 극약처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형들을 엄청 귀찮게 하면서 많이 물어봤다. 우리 팀 사람들한테 되게 고맙다. 집에 가서는 그 어떤 작품보다 머릿속으로 많이 생각하고 입으로 중얼거렸다. 혼자 준비할 시간도 되게 많이 필요했다. 대본을 외우는 데도 굉장히 오래 걸렸고 유튜브를 비롯해 서치도 많이 했다. 그냥 2~3개월 내내 나와의 싸움을 했던 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것밖에 없더라.”

- 자신만의 특별한 헤드윅을 창조하는 게 작품의 특징이다. 윤소호의 헤드윅은 어떤 연출 노선으로 펼쳐지는지 얘기해 달라.

“다른 헤드윅이 연습하는 걸 보면 더 헷갈리더라. 그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래서 사실 우리가 다 연습을 따로 했다. 학교 시간표처럼 ‘오늘은 전동석 여기까지’ ‘오늘 윤소호는 여기까지’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 작품은 그렇게 해야 되는 거다. 혼자 해야 되는 시간이 많은 만큼 연습 외 시간에 해 와야 될 숙제가 많았다. 혼자 있을 때 드는 잡생각은 모조리 작품에 대한 생각이었다. ‘이 대사를 어떻게 할까’ ‘이 대사에선 나 이거 할래’ 등, 내가 이렇게 생각하면 다른 사람이라곤 안 하겠나. 그러니까 다 다른 것이다. 정말 각자의 헤드윅인 거다. 나 같은 경우는 가발을 쓰고 드레스를 입어도 어린 티가 나는데 연출님이 억지로 뭘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가길 원하셨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준비한 헤드윅 그대로의 드라마를 보여주면 된다고 하셨다. 나는 애드리브가 많은 공연을 되게 좋아하는데 이 공연에서 애드리브가 아마 제일 적을 거다. 애드리브를 하는 순간 어린 티가 나더라.”

- 공연을 보면 텍스트에 충실한 느낌이 든다.

“애드리브를 좋아해서 많이 생각하곤 하는데 내가 ‘헤드윅’을 쭉 한다면 첫 시즌에서만큼은 필요치 않은 건 안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속으론 너무 하고 싶은 말들이 많다. 퇴근하면서도 집에서도 머릿속으로 생각한 게 많은데 안 하고 있다. 애드리브를 활용해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관객도 있고 헤드윅이란 인물 자체를 사랑해서 그런 거 하나 없는 오리지널 ‘헤드윅’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뮤지컬 ‘헤드윅’이니까 헤드윅의 얘기를 더 섬세하게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물론 여유와 역량이 되면 그 이상의 얘기를 많이 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처음이니까. 대본에 있는 건 다 하고 애드리브는 해야 될 때 몇 군데만 살짝살짝 한다.”

[사진=정소희 기자]
- 선배들의 도움도 컸겠지만 함께 뉴캐스트로 합류한 전동석과 대화를 많이 했을 것 같다.

“일단 서로 되게 친해졌다. 원래 알던 사이긴 한데 같이 작품을 한 적은 없어서 친하진 않았다. 되게 동질감이 많이 들고 집도 가깝다. 그래서 이런저런 얘기를 정말 많이 했다. ‘여기서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냐’ ‘거기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 등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얘기들을 많이 주고받았다. 또 둘 다 전혀 다른 방식의 공연들을 많이 하다가 모이니까 이 작품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공유했다.”

- 뉴캐스트가 혼자면 답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정문성 형이 그러더라. 형은 처음 시즌 할 때 다 했던 사람들, 유명했던 사람들이고 자기 혼자 정문성이었다고.(웃음) 그때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나는 다행히 동석이 형이 있어서 그나마 덜 외로웠던 것 같다.”

- 전동석과는 어떤 얘기와 고민을 나눴나.

“동석이 형이랑 나랑 가장 많이 얘기했던 것 중의 하나는 인물에 대한 분석이다. 예를 들면 형이 ‘헤드윅 엄마는 왜 그런 거야?’ 그러면 나는 ‘정이 없는 엄마지 않을까요?’라고 말하고. 공교롭게도 서로 궁금하고 잘 안 풀리는 부분들이 비슷했다. ‘왜 여기서 토미가 이럴까’ ‘토미가 갑자기 여기서 왜 이마에 십자가를 그리고, 우리는 왜 1인2역 노래를 하는 거야’ 이런 물리적인 ‘헤드윅’ 작품에 대한 얘기도 마찬가지다. 노래 스타일에 대한 얘기도 했다. 형은 성악과를 나왔고 나는 연극영화과를 나왔으니 록뮤지컬 장르 자체가 어색한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석이 형이 항상 내가 너무 말랐다고 ‘너 싫다’고.(웃음) 내가 볼 때 동석이 형도 지극히 정상적인 몸인데 ‘형도 괜찮아’ 했더니 ‘아, 너 너무 말랐어. 내가 너 때문에 살 빼야 되잖아’ 막 이런다.(웃음)”

- 혹시 이 공연을 위해서 다이어트 했나.

“내가 원래 군것질을 참 좋아하는데 사실 연습 기간부터 군것질을 많이 안하게 됐다. 원래도 살짝 마른 체질이지만 형들이 많이 안 먹더라. 아무래도 맞춰진 드레스와 의상이 있으니까 나중에 안 맞으면 안 되지 않나.(웃음) 일부러 좀 적게 먹었는데 워낙 에너지를 많이 쓰는 공연이다 보니까 ‘오늘은 먹어야지’ 하고 먹어도 다음날 공연을 한번 하면 몸무게가 빠져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냥 정상적으로 먹었어도 되는 거 아닌가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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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공연을 끝냈을 때 기분은 어땠나.

“문성이 형이랑 언젠가 얘기를 하다가 고민이 되는 2~3개 정도를 말했는데 형이 통으로 대답해주더라. ‘소호야, 네가 생각하는 모든 답은 첫 공연을 하면 알게 될 거야’ 이랬다. 이 공연이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장면이 많다보니까 다 그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문성이 형은 관객이 없는 상태에서 당장 해답을 줄 순 없으니까 ‘첫 공연을 해봐’라고 한 것이다. 첫 공연을 정신없이 끝내고 ‘후련하다’ ‘끝났다’ ‘긴장 풀린다’ 이런 것도 있었지만 문성이 형의 그 말이 기억이 나더라. ‘첫 공연을 하니까 해결되는 부분들이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 해결된 부분은 무엇인가.

“‘내가 걱정했던 것만큼 사람들이 차갑진 않았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사람들이 친절하게 반응해주는데?’ ‘가발을 써서 그런가? 드레스를 입어서 그런가?’ 뭐 이런 거였다. 내가 문성이 형한테 얘기했던 건 ‘거기서 반응을 안 해주면 어떡해?’ ‘나는 거기서 어떻게 해야 하지?’ 등의 내용이다. 근데 형은 관객들이 반응을 안 해줄 리가 없다는 걸 알았던 거다.”

- 긴장은 안됐나.

“공연 전에 얼마나 할 게 많겠나. 조명·음악·분장·의상 팀 이곳저곳에서 안내하는 거 다 숙지하고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거 해야 돼요? 저거 해야 돼요?’ 하다보니까 내가 가발을 쓰고 나가야 되는 타이밍이더라. 긴장감이란 걸 느낄 틈이 없었다. 공연에 들어갔는데 처음 빠른 노래를 부르고 이어서 대사들을 하다가 어느 순간 긴장이 느껴졌다. 갑자기 조용해지고 내가 ‘The Origin of Love’를 불러야 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인이어를 끼고 있으니까 나한테 정적이 빡 오더라. 그제서야 ‘나 지금 첫공을 하고 있지’라고 실감하면서 긴장이 됐다. 내 첫공이고 ‘헤드윅’의 가장 중요한 이 노래를 관객들이 기대하고 있는 듯한 에너지가 느껴지니까 바로 가사를 살짝 틀렸다. 나 자신을 이겨내야 되는 건데 (그러지 못했다). 그러면서부터는 좀 긴장을 안고 갔던 것 같다.”

- 첫 공연 후 윤소호의 헤드윅에 대해 다양한 평이 쏟아졌는데 호평도 많았다.

“나는 나를 알지 않나. 나는 내가 오늘 내 공연을 어떻게 했는지 안다. 예컨대 대사를 하기 전에 순간 생각이 잠깐 안 났다가 다시 났어도 연습이 부족했거나 집중을 하지 못한 것이다. 2시간 반 동안 찰나 찰나의 순간들을 나는 수시로 느끼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나는 솔직히 뭐가 부족했는지 잘 안다. 이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기 딱 좋은 작품이다. 사실 긍정적인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시면 기분이야 좋지만 부족했던 부분들이 없어지진 않는다. 좋은 의견을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부족했던 부분을 편지로 적어주시는 팬들도 있다. 그런 것도 참고하는 편이다. 이 사람들이 공연을 더 많이 아시는 분들이다. 그래서 좋은 모습을 보셨다면 ‘땡큐’ 부족했던 부분 ‘오케이, 다음에 더 땡큐하게’. 이왕이면 그렇게 하려고 하는 편이다.”

[사진=정소희 기자]
- 많은 선배 헤드윅들과의 비교가 불가피하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까 처음 하는 배우라면 당연히 부담감과 압박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이 공연만큼 각 캐스트가 다 너무 다를 수 있는 작품은 없다. 그게 매력이다. 그만큼 배우가 자신이 구축한 캐릭터의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 이 공연에 대해서 굉장히 잘 아는 사람으로서 나의 헤드윅을 평가할 수도 있고, 처음 보는 사람도 당연히 본인의 시각과 생각이 있을 것이다. 호평이나 혹평이 기분에 영향을 줄 순 있겠지만 중요한 건 그 평에 휩쓸려서 나만의 헤드윅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나는 그걸 기준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고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는데 누군가가 ‘왜 그런지 납득을 못하겠어’라고 한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납득을 하는 사람이 다수라면 사실상 내가 소수를 위해서 다른 무언가를 채워 넣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소수인 사람들이 나한테 와서 물어본다면 나는 얼마든지 대답해줄 수 있다. 혼자 인터넷에 글을 남기면 내가 대답을 해줄 순 없지 않나. 작품에 관해서는 너무 다양하고 많은 의견들이 나온다. 사실 ‘이 사람의 헤드윅은 이랬는데 당신은 왜 그래요?’ 이런 분은 거의 없다. 우리끼리도 비교가 불가하니까. 아무래도 여러 번 보다보면 각 헤드윅의 장단점을 보고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헤드윅이 나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캐스트가 많은 거기도 하다. 나의 헤드윅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이 공연을 못 한다.”

- 록음악이다 보니 기존에 해왔던 작품들과 다른 발성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어렵진 않았나.

“어려웠다. 근데 내가 이걸 하려고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작년부터 만난 보컬 선생님이 마침 로커 출신이다. 최근엔 바빠서 못 갔지만 그것도 나한텐 좀 큰 의미가 있고 트레이닝을 하면서 공연을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 중요한 건 노래를 할 때 다치지 않아야 되니까 최대한 리스크 없이 노래를 하려고도 노력을 했다. 또 인이어를 착용하고 노래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 인이어가 주는 은근한 압박감이 있었다.”

- 특히 어려웠던 넘버는 무엇인가.

“다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악들이지만 유일하게 ‘Midnight Radio’가 좀 어려웠다. 이 노래의 박자가 다른 노래들과 다르다. 내가 그 노래를 연습할 때 너무 힘들었다. 지금은 괜찮은데 초반에 그 노래 때문에 정말 엄청 고생을 했다. ‘내가 박자감을 상실했나’ 싶을 정도였다. 근데 지금은 너무 좋아하는 노래로 남아있다.”

- 공연 중 실수담을 고백해보자.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에서 인사할 때 내가 우리밴드 소개를 하면서 이름을 잘못 말했다. 공연 중에는 앵그리인치 멤버인 외국 이름으로 소개를 하지만 끝나고는 본명으로 소개를 해준다. 그런데 내가 드럼 형을 슐라트코라고 극중 이름으로 대버린 거다. 순간 형의 표정이 이상하더라. 하고 나서 몰랐는데 다음 기타 형을 소개하려고 보니까 이 형은 조삼희 형이야. 아차 싶어서 최기웅이라고 형 이름을 다시 불러줬다.”

- 큰 실수는 없었나보다.

“그런데 공연 텀이 길어서 매순간 데뷔할 때처럼 긴장하곤 한다. 좀 웃긴 얘긴데 정말 웃긴 얘긴데 데뷔할 때보다 더 긴장된 것 같다. 워낙 할 게 많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조연출님이 와서 ‘그래도 너 긴장이 좀 풀린 것 같다’라고 하셔도 나는 날 알지 않나. 아니거든. ‘Midnight Radio’의 박자가 어려워서 고생했다고 하지 않았나. 심지어 그런 것도 다시 반복될까봐 마지막 노랜데도 불구하고 초집중하고 있다. 단지 티를 안 내려고 엄청 연기를 하는 거다. 긴장이 좀 풀렸으면 좋겠는데 이번 시즌엔 불가능할 것 같다.”


- 아직까지 무대 위에서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 본인에게 숙제로 여겨지는 것이 있나.

“나만의 헤드윅에 있어서는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이 인물을 좀 더 진실되게 보여주는 게 공연 끝날 때까지 풀어야 될 가장 큰 숙제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이런 얘기들을 더 디테일하게 관객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말로 이야기할 때 이 단어보다 괜찮은 단어가 뭐가 있을까’ ‘그러면 좀 더 쉽게 이해를 할까’ ‘나처럼 스물네 살 남자애가 이 공연을 처음 본다면 이 부분에서 이해가 될까’ 이런 생각도 해보고 ‘실제로 헤드윅과 비슷한 성향의 소유자가 이 공연을 본다면 혹시라도 불편해할 만한 말은 없을까’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우린 민감한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특히나 우리는 공연의 특성상 민감함을 최대한 줄여야 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나의 부적절한 언행과 애드리브로 이 공연을 망치긴 절대 싫다. 정말 사소한 것까지 신경 써야 될 게 한두 개가 아닌 작품이다. 내가 신경을 써야 되는 대사들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내가 어미 하나만 살짝 바꿔도 의미가 다르게 변질될 수도 있는 그런 공연이다. 하나하나 자꾸 생각하는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처음 헤드윅을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 결정을 후회하진 않아야 되니까 책임감이 크다.”

- 20대의 마지막을 함께 한 뮤지컬 ‘헤드윅’이 앞으로의 배우 인생에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극중 대사와 연결해서 말할 수 있다. 노래가 나오는데 토미가 ‘사랑이 영원할까’라는 대사를 한다. 그러면 헤드윅이 ‘글쎄, 하지만 저 노래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영원할거야. 수백만 장이나 팔린 엄청 유명한 노래니까’라고 한다. 나는 이 대본을 한참 볼 때 헤드윅과 비슷하게 생각했다. 뮤지컬 ‘헤드윅’은 내가 존재하는 한 나한테 영원할 것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이 유명해서도 아니고 대사가 많아서도 아니다. 시작부터 워낙 혼자 숙제를 많이 하게 한 작품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 공연을 준비를 하면서 축적된 나만의 경험은 누구한테 못 알려줄 것 같다. 아까워서가 아니라 문성이 형 말대로 첫공을 안 해보면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과정들과 함께 이 작품은 내 배우 인생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고 값진 공연으로 남을 것 같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